쿠팡 로켓배송에 탈 난 '그물망 물류', 쿠세권은 그냥 만들어지지 않았다

입력
2024.02.16 07:00
2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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행정 처분 받은 로켓배송 토대 쿠팡 캠프
대형마트, 각 점포가 도심 창고 역할 수행
마켓컬리, 쿠팡과 닮았지만 덜 공격적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뉴스1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뉴스1


퇴근길에 결제해도 다음 날 새벽 주문 상품을 받는 쿠팡의 로켓배송. 쿠팡이 유통업계의 공룡으로 성장할 수 있었던 결정적 배경엔 촘촘한 물류망이 깔려있다. 고객이 고른 물건은 교외 물류 창고인 '풀필먼트센터', 도심 '캠프'를 거쳐 주문 고객에게 간다. 이 중 시내 곳곳에 있는 캠프는 도심형 물류 창고로 로켓배송 가능 지역을 뜻하는 '쿠세권'(쿠팡+역세권)을 넓히는 중심축이다.

쿠팡 캠프는 물류를 핵심 인프라로 여기는 유통업계 내에서도 눈에 띈다. 쿠팡이 경쟁사보다 빠른 배송, 쿠세권 확장에 공을 들인 만큼 캠프 역시 빠르게 확산했다. 하지만 '그물망 캠프'는 지방자치단체에 무단 증축으로 걸려 시정 명령을 받는 등 '기준 미달' 딱지가 붙었다. 앞만 보고 달린 로켓배송의 두 얼굴이다.

쿠팡처럼 배송에 진심인 다른 업체들은 어떨까. 우선 온라인 배송으로 영역을 넓히고 있는 이마트, 롯데마트 등 대형마트는 캠프 같은 도심형 물류 창고를 두지 않고 있다. 주요 도시에 있는 각 점포가 캠프처럼 물류 창고 역할을 하고 있어서다. 온라인 주문이 들어오면 오프라인 점포에서 물건을 포장해서 내보내는 식이다.

대형마트 영업 규제로 불가능한 새벽 배송은 온라인 위주로 하고 있다. 가령 신세계그룹의 온라인몰인 SSG닷컴은 수도권 내 경기 김포시, 용인시 등에 둔 대형 물류 창고 '네오센터'에서 배송 기사가 주문 물량을 챙겨 배송 장소로 향한다. SSG닷컴 역시 이마트 점포와 협업할 수 있어 따로 도심형 물류 창고를 둘 필요성은 낮다.



"쿠팡, 속도전에 절차 지키기 소홀한 듯"


15일 서울 시내의 한 주차장에 쿠팡 배송 차량이 주차돼 있다. 연합뉴스

15일 서울 시내의 한 주차장에 쿠팡 배송 차량이 주차돼 있다. 연합뉴스


쿠팡과 이커머스 시장에서 경쟁하고 있는 11번가, 지마켓, 네이버쇼핑의 배송 방식도 다르다. 오픈마켓 성격이 강한 이 업체들은 실제 상품을 판매하는 입점업체(셀러)가 택배사를 통해 고객에게 보낸다. 쿠팡 캠프에서 1톤(t)짜리 '쿠팡 트럭', '쿠팡맨'을 쉽게 접하지만 '11번가 트럭', 'G마켓맨'이 생소한 이유다. 물론 쿠팡도 오픈마켓을 표방하고 있긴 하나 전체 매출의 90%가 직매입에서 발생한다. 쿠팡이 직접 물건을 사서 보관하는 직매입 구조는 로켓배송과 뗄 수 없는 관계다.

새벽 시간대 집 앞 도착을 내세우는 '샛별배송'으로 뜬 마켓컬리는 쿠팡과 닮았다. 마켓컬리는 주문 물량을 경기 김포·평택시, 경남 창원시에 있는 3개 물류 창고에서 담아 쿠팡 캠프와 비슷한 역할을 하는 '분류터미널'로 옮긴 후 고객에게 전한다. 다만 마켓컬리는 새벽 배송만 하고 취급 상품도 신선식품 위주라 쿠팡처럼 공격적이진 않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쿠팡이 빠른 시간 내에 고속 성장할 수 있었던 배경인 로켓배송의 토대는 캠프로 대표되는 물류망"이라며 "속도전을 펼치다 보니 관련 절차를 지켜가면서 캠프를 운영·관리하는 데 소홀했을 것"이라고 말했다.



박경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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