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머스크 리스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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과학 연구나 과학계 이슈의 의미를 이해하기 쉽게 설명하고, 우리 사회의 다양한 일을 과학의 눈으로 분석하는 칼럼 ‘사이언스 톡’이 3주에 한 번씩 독자들을 찾아갑니다.
미래의 설계자, 테크노 킹, 르네상스 맨, 행동하는 천재. 화려한 수식어들의 주인공 일론 머스크 테슬라 최고경영자(CEO)가 이번엔 뇌를 겨냥했다. 팔다리를 쓰지 못하는 것으로 추정되는 환자의 두개골에 수술로 구멍을 뚫고, 운동기능을 담당하는 뇌 영역에 전극과 전선이 연결된 동전만 한 칩을 심었다. 이 칩을 통해 환자의 신경세포에서 발생하는 신호가 무선으로 몸 밖 컴퓨터에 전달된다. 생각만으로 기기를 사용할 수 있게 하는 뇌-컴퓨터 인터페이스(BCI) 기술을 실제 환자에게 적용하는 것이다.
머스크의 스타트업 ‘뉴럴링크’가 시도하는 이 임상시험이 알려지자 세상이 들썩였다. 첨단 기술로 장애를 극복하게 될 거라고, 뇌에 저장된 수많은 정보를 온라인에 꺼내놓고 쓸 수 있을 거라고, BCI에 인공지능(AI)을 연결하면 초지능이 현실화할 거라고, 영화 같은 전망들이 쏟아졌다. 우주발사체를 재사용하고 전기차 상용화를 이끄는 등 엄두도 못 냈던 일들을 보란 듯 현실로 만든 그에게 거는 기대일 터다.
머스크는 후발주자다. BCI 기술이 본격적으로 연구되기 시작한 지는 20년이 넘었다. 학계에선 BCI를 기능과 접근 방식에 따라 ‘쓰는(write-in) BCI’와 ‘읽는(read-out) BCI’로 구분하기도 한다. 읽는 BCI는 뇌 신경 신호를 읽어낸 다음 특수 장치에 전달해 의미를 판독하는 기술이다. 팔다리가 마비된 사람 뇌의 신경 신호를 읽어 그 의도대로 로봇팔을 조종해 병을 입에 가져가거나 병에 담긴 음료를 빨대로 마시게 한 건 이미 10여 년 전 일이다.
쓰는 BCI는 반대로 전기나 빛 자극을 가해 신경 조직에 신호를 보내는 기술이다. 뇌에서 운동, 청각 기능을 담당하는 영역을 자극해 각각 파킨슨병, 청각장애 증상을 개선하는 식이다. 대개 읽는 BCI는 칩을 두피에 붙이고, 쓰는 BCI는 뇌 속에 이식한다. 부착형은 신경 신호가 두피나 두개골을 거쳐 나오는 사이 오류가 생길 수 있고, 이식형은 위험 부담이 크다.
기술적 한계뿐 아니라 윤리 문제 역시 BCI의 발전 속도를 제어해왔다. 가령 칩을 이식받은 사람이 입력된 BCI 신호의 영향으로 잘못된 행동을 할 때 책임의 주체가 누구인지 가리기 쉽지 않다. BCI 칩에서 필요한 신호 외에 다른 데이터를 수집해 오용한다면 사회에 큰 위협일 수 있다. 첨단 기술로 장애나 질병을 치료하는 혁신도 중요하지만, 책임이 따르도록 제도가 뒷받침돼야 한다.
BCI를 비롯한 신경기술의 발달은 ‘책임 있는 혁신’에 대한 요구를 불러왔다. 유네스코(UNESCO) 국제생명윤리위원회(IBC)는 2022년 ‘신경기술의 윤리 문제’ 보고서에서 차별, 강압, 폭력 없이 신경기술 사용 관련 문제를 자유롭게, 책임감 있게 결정할 권리를 ‘신경권’이라고 표현했다. 그리고 신경권이 침해되지 않도록 연구자들에게 실험의 엄격함, 데이터 재현성, 연구 책임성 보장을 권고했다.
최근 국제학술지 ‘네이처’가 뉴럴링크 임상시험의 불투명성에 대해 우려를 표한 것도 같은 맥락이다. 미국 식품의약국(FDA) 허가를 받긴 했지만, 임상시험 상황을 소셜 미디어에 일방적으로 게시했을 뿐 국립보건원(NIH)에 상세 정보를 등록하지 않고 인터뷰에도 응하지 않는 등 학계의 절차나 윤리 원칙을 따르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다.
머스크의 BCI는 시도만으로도 화제를 낳고 기대를 불러일으켰다. 일거수일투족이 주목을 받는 그의 영향력이 과학 영역에서도 막강함이 확인됐다. 하지만 투명성과 책임이 결여된 기술은 혁신에 앞서 리스크가 될지 모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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