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외톨이 北, 반미 연대 구멍…'64년 형제국' 쿠바와의 관계는

입력
2024.02.16 04:3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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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관영매체, 한-쿠바 수교 소식에 '침묵'
주북 쿠바대사, 수교 당일 주북 외교단 경축연 참석
북한과 쿠바, 수교 64주년 맞아…'형제국' 우정 과시

북한은 지난 1월 11일 평양 대동강외교단회관에서 쿠바 혁명 승리 65주년을 맞아 경축 집회를 진행했다. 조선중앙통신은 다음날 이같은 내용을 보도했다.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북한은 지난 1월 11일 평양 대동강외교단회관에서 쿠바 혁명 승리 65주년을 맞아 경축 집회를 진행했다. 조선중앙통신은 다음날 이같은 내용을 보도했다. 평양 조선중앙통신=연합뉴스

한국이 '형제국' 쿠바와 전격 수교를 맺으면서 북한은 상당한 충격을 받게 됐다. 특히 반미를 강조하는 사회주의 연대의 외교 전략에 상당한 타격을 받을 전망이다.

쿠바는 북한의 전통적인 우호 국가일뿐 아니라, 냉전 당시 경제·군사적으로 서로를 지원하며 협력해오던 국가다. 피델 카스트로가 공산혁명에 성공한 1959년 이듬해인 1960년 8월 수교를 맺었다. 냉전시기를 거치며 '반미'와 '사회주의' 등을 공통분모로 오랫동안, 긴밀히 교류해 관계인 셈이다.

북한은 1961년 4월 피그만 침공과 1962년 쿠바 미사일 위기 당시에도 쿠바 편에 섰다. 지지 성명을 발표하고 경제·군사적 지원에도 나섰다. 피델 카스트로 전 국가평의회 의장이 "현 세계에서 걸출하고 탁월하고 영웅적 사회주의적 지도자 중 한 명"이라고 김일성 주석을 격찬한 이유다. 이후 체 게바라(1960년), 라울 카스트로(1966년), 피델 카스트로(1986년) 등 쿠바의 주요 인사들이 북한을 방문했다.

북한은 지난 1월 쿠바혁명 65주년을 축하하면서도 이 같은 관계의 지속성을 강조했다. 노동당 기관지인 노동신문은 "우리는 사회주의 수호전과 반제반미투쟁의 한전호에서 변함없이 꾸바(쿠바)동지들과 어깨겯고 싸워나갈 것"이라고 보도했다. 쿠바의 이번 선택이 쓰라릴 수밖에 없는 이유다.

이번 수교 때문에 북한이 쿠바를 향한 기존의 입장을 급선회할 공산은 매우 낮다. 이미 국제적 고립 상태가 심각한 상황에서, 얼마 남지 않은 우방국과 등을 질 수 없기 때문이다. 쿠바가 한국과 손을 잡으면서, 이제 유엔 회원국 가운데 북한의 단독 수교국은 시리아만 남게 됐다.

다만 내부 단속에는 상당히 신경을 쓰는 모습이다. 이날 노동신문과 조선중앙통신 등 북한 관영매체들은 한국과 쿠바의 수교 사실을 보도하지 않았다. 또한 노동신문은 이날 광명성절을 기념해 북한 주재 외교단이 김정은 국무위원장에게 꽃바구니와 축하편지를 전했다고 보도하며 쿠바는 언급하지 않았다. 같은 날 북한 주재 외교단 상대 경축 연회 보도에서도 쿠바는 제외했다. 연회 사진에서는 에두아르도 루이스 코레아 가르시아 쿠바 대사가 참석한 것으로 확인됐다.

박원곤 이화여대 북한학과 교수는 "(이번 수교에) 당장 고민이 클 수밖에 없을 것"이라며 "쿠바와 단교까지 생각한다면 자신들의 체제경쟁 실패를 자인하는 것이라 (그 역시) 쉽게 선택할 순 없을 것"이라고 했다.

문재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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