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단독

"전 세계 추락사고는 우리가 다 막는다"

입력
2024.02.19 04:30
11면
구독

<18>세이프웨어
입는 에어백...작업 중 추락시 에어백처럼 부풀어 충격 완화
바이크 레저시장도 진출...노인 낙상방지 에어백도 인기 끌 듯

편집자주

지역경제 활성화는 뿌리기업의 도약에서 시작됩니다. 수도권 대기업 중심의 산업구조가 가진 한계를 극복하고 고군분투하는 전국의 뿌리기업 얘기들을 전합니다.

입는 에어백 제조사인 '세이프웨어' 신환철 대표가 에어백을 착용해 보이고 있다. 왼쪽은 추락 시 에어백이 부푼 모습이다.

입는 에어백 제조사인 '세이프웨어' 신환철 대표가 에어백을 착용해 보이고 있다. 왼쪽은 추락 시 에어백이 부푼 모습이다.

#지난달 말 수도권의 한 아파트 건설 현장. 비계 작업을 하던 노동자 A씨가 발을 헛디디면서 5m 높이에서 추락했다. 동료들은 등부터 떨어진 A씨가 최소한 중상을 입었을 것으로 보고 서둘러 달려갔지만 A씨는 멀쩡히 일어났다. ‘스마트 에어백’을 착용한 그는 정밀 검진 결과 척추 물리치료 정도만 필요하다는 진단을 받았다.

경기 성남시 판교에서 2016년 창업한 ‘세이프웨어’는 추락사고 시 작업자들의 생명을 보호할 수 있는 스마트 에어백에서 독보적인 기술력을 자랑한다. 스마트 에어백은 입는 에어백이라고 보면 된다. 일정 높이에서 추락하면 자이로 센서가 이를 감지, 0.2초 안에 이산화탄소가 팽창하면서 추락 충격을 완화한다.

세이프웨어 신환철(53) 대표가 스마트 에어백 개발에 나선 계기는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라는 게 민망할 정도로 빈발하는(하루 평균 1.3명 사망) 노동자 추락사고에 문제의식을 느꼈기때문이다. 고소작업을 하는 노동자들은 비계 구조물에 항상 안전고리를 채우라는 교육을 받지만 현장에서는 불편하다는 이유로 잘 지켜지지 않는 게 현실이다. 특히 2~5m 정도의 높이는 위험하지 않을 것이라 방심해 안전고리를 사용하지 않는 비율이 더 높다. 하지만 이 높이에서 떨어져 사망하는 경우가 전체의 절반을 차지하고 있다.

신 대표는 “평지에서도 뒤로 넘어지면서 사망하는 사례가 있듯이 추락사고는 1m 높이도 결코 안전하지 않다”면서 “노동자들이 방심했든, 안전조치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았든 단 한 명의 생명이라도 보호하기 위해 착용하는 안전장비 개발에 나섰다”고 말했다.

이 회사의 대표 제품은 추락자의 머리, 목, 척추 등을 보호하는 ‘C3’다. 추락 충격을 완화하는 것은 물론, 자동으로 119에 연결해 구조를 요청한다. 2017년 한국건설생활환경시험연구원(KCL) 조사 결과 추락 충격을 최대 55.4% 줄여주는 것으로 나타났다.

작업자가 추락 시 세이프웨어가 작동하는 모습. 회사 제공

작업자가 추락 시 세이프웨어가 작동하는 모습. 회사 제공

지금까지 이 회사는 삼성, LG, 현대산업개발 등 건설사와 공기업 등 900여 기관에 1만2,000여 벌의 C3를 판매했다.

C3의 기술력의 핵심은 자이로 센서다. 1m 높이에서 스스로 뛰어내리는 것과 추락하는 것을 구별할 수 있어야 오작동하지 않기 때문이다. 세이프웨어는 자이로 센서와 알고리즘 고도화 작업을 위해 건설사들과 7년 넘게 실증실험을 진행했다. 주로 인체모형을 사용했지만 때로는 스턴트맨까지 동원하면서 제품의 완성도를 높였다. 가격은 한 벌에 130만 원(부가세 별도)으로 생명의 소중함에 비하면 결코 비싸다고 할 수 없다.

바이크 선진국 시장을 겨냥해 야심 차게 개발한 모빌리티용 에어백 M1∙M2도 올해 나온다. 사고 시 바이크와 에어백을 연결한 키볼(key ball)이 분리되면서 에어백이 부풀어 사용자를 보호한다. 재사용이 가능하다. 유럽, 일본 제품이 70여 만 원인 데 비해 56만~59만 원 수준으로 가격 경쟁력이 있다. 전동킥보드나 전기자전거용으로 주로 머리 부위를 보호하는 ‘C라이트’도 개발 중이다. 어르신들이 넘어지면서 골반이 다쳐 사망하는 사고를 막기 위한 노인 보호용 에어백 ‘W1’도 올 하반기 판매에 들어간다.

허리에 차는 형태의 노인용 에어백. 회사 제공

허리에 차는 형태의 노인용 에어백. 회사 제공


허리에 두르는 형태로 착용이 간편하다. 150만 원대의 중국 제품이 1.2㎏이지만, C라이트는 가격은 50만~60만 원(예상), 무게는 700g에 불과해 경쟁력이 있다. 영유아가 엎어져 자면서 질식사하는 사고(돌연사)를 예방하기 위한 위한 영유아 에어백 ‘다보호’도 개발을 끝내고 올해 출시할 계획이다. 영유아의 호흡을 감지해 비상시 에어백이 부풀면서 입과 코를 띄워 호흡할 수 있게 해준다. 가격은 30만 원대로 책정됐다.

이 회사 제품 C3를 16벌을 구입한 우련통운 강정구 부장은 “항만 하역작업은 안전고리를 쓸 수 없는 데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으로 고민하던 중 세이프웨어 제품을 보고 구매하게 됐다"면서 "여름철 더위 때문에 불편해하던 하역작업자들이 스스로 찾아 입고 있다"고 전했다.

신 대표는 “처음에 수상 인명구조용 드론 개발로 출발했지만 시장이 너무 작아 쓴맛을 봤다”면서 “몇 년은 집에 돈 한 푼 가져다주지 못했지만 집까지 팔아가면서 제품 개발에 몰두해 자리 잡을 수 있었다”고 말했다. 이 회사는 5G를 기반으로 한 센서 데이터의 실시간 송수신과 제품 무게가 향후 시장 판도를 결정할 것으로 내다보고 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전 직원 30명 중 20여 명이 연구인력이다. 지난해 60억 원 규모의 매출을 올해 150억 원으로 늘려 잡은 근거 있는 이유다.


이범구 기자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