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화 가치 달러당 150엔대 급락… 일본 재무성 구두 개입

입력
2024.02.14 18:00
구독

예상치 웃돈 미 1월 소비자물가 발표 여파
"마이너스 금리 해제 후에도 금융완화 계속"
일본은행 총재·부총재 발언도 영향 미친 듯

14일 일본 도쿄에서 달러당 엔화가 150엔대에 거래되는 외환 시세가 표시된 전광판 앞을 행인이 지나가고 있다. 도쿄=AFP 연합뉴스

14일 일본 도쿄에서 달러당 엔화가 150엔대에 거래되는 외환 시세가 표시된 전광판 앞을 행인이 지나가고 있다. 도쿄=AFP 연합뉴스

엔·달러 환율이 14일 다시 달러당 150엔대를 돌파했다. 지난해 11월 중순 이후 약 3개월 만이다. 오는 3, 4월쯤 일본은행이 마이너스 금리를 해제한 후에도 금융완화 정책이 계속될 것이라는 전망에 ‘엔저’(엔화 약세)는 계속되는 추세다.

일본 도쿄 외환시장에서 엔화는 이날 오후 3시 기준 달러당 150.51~52엔에 거래됐다. 전날 오후엔 149엔대에 거래를 마쳤지만, 밤사이 예상치를 웃돈 미국 1월 소비자물가지수(CPI) 상승률(3.1%)이 발표되자 뉴욕 외환시장에서 순식간에 엔화 시세가 달러당 150.88엔까지 급락했다. 미국 경제가 견조하고 물가도 안정되지 않아, 미국 중앙은행의 기준금리 인하 시점이 연기될 것이라는 관측에 힘이 실렸기 때문이다.

간다 마사토 재무성 재무관이 이날 오전 8시쯤 엔저 흐름에 대해 “상당히 급속하다. 필요하면 적절한 대응을 취하겠다”고 구두개입을 하자 하락세는 일단 멈췄다. 그럼에도 엔·달러 환율은 종일 150엔대를 유지했다.

올해 초까지만 해도 엔화 가치는 일본은행이 10년간 지속된 ‘이차원 금융완화’를 종료할 것이라는 기대 속에 달러당 140엔대로 상승했다. 실제로 3, 4월쯤엔 일본은행이 이차원 금융완화의 중요한 축인 마이너스 금리 정책을 해제할 것으로 예상되고 있다.

그러나 우치다 신이치 일본은행 부총재와 우에다 가즈오 일본은행 총재가 이달 8, 9일 차례로 “마이너스 금리를 해제한 후에도 완화적 금융환경이 당분간 지속될 것”이라고 강조하자, 외환시장에서 엔화 가치는 빠르게 하락하기 시작했다. 니혼게이자이신문은 “그동안 ‘2024년에는 일본은행이 완화정책 정상화로 나아갈 것’이라는 관측이 엔화 시세를 지탱했지만, 그 전제가 흔들린 충격이 컸다”고 분석했다.

도쿄= 최진주 특파원
세상을 보는 균형, 한국일보 Copyright © Hankookilbo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