공공기관들이 방만경영과 고질적 비리에 더해 소속 임직원의 비위 예방ㆍ처벌 및 책임성 확보 노력도 크게 미흡한 것으로 파악됐다.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에서는 직원이 군사기밀 유출로 징역형의 집행유예를 선고받았는데도 당연퇴직이나 징계처분은커녕 되레 승진하는 황당한 일까지 벌어졌다. 감사원이 14일 발표한 ‘공공기관 임용ㆍ징계제도 운영실태 분석’에 따르면, 다수 공공기관들은 임용예정자 범죄조회조차도 못해 부적격자 채용을 막을 수도 없는 것으로 파악됐다.
군사기밀 유출로 직원이 법원에서 징역 3년에 집행유예 5년형을 받은 사건을 선박해양플랜트연구소에서 몰랐을 리 만무하다. 하지만 선박연은 징계시효 만료를 이유로, 또 인사규정 대신 단체협약을 적용해 경고조치만 하는 ‘제 식구 감싸기’ 행태 끝에 승진인사까지 강행했다. 비슷한 솜방망이 처분으로 한국철도공사에선 특수상해로 징역 1년에 집행유예 2년형을 받은 직원에 대해 정직 3개월 처분에 그쳤고, 음주운전 사망사고를 낸 직원에게도 한시 정직처분이 고작이었다.
감사원이 이번에 감사한 279개 공공기관 중 6곳을 제외한 273곳이 범죄기록 등 임용예정자 결격사유를 조회하지 못하고 있었다. 임용예정자의 범죄기록 유무 등을 경찰이나 검찰 등 타 관계기관에 조회할 법적 근거가 없기 때문이다. 또 수사기관이 공공기관 임직원에 대한 수사결과를 통보하는 범위가 대개 직무 관련 사건에만 국한돼 철도공사에선 직원의 마약 투약ㆍ매매 사실을 전혀 모르고 있다가 뒤늦게 퇴직시키는 일도 벌어졌다.
허술한 인사규정과 ‘제 식구 감싸기’가 결합한 공공기관의 기강해이는 비위와 부정의 토양이다. 한국토지주택공사(LH) 임직원들의 내부정보를 이용한 땅 투기나 가족까지 연루된 한전 등의 대규모 임직원 태양광 사업 비리, 정부 지침을 버젓이 외면하는 과도한 복리후생 버티기 등 공공기관의 고질적 비리를 고치려면 인사규정부터 보완하는 체질개선 조치가 급선무다. 감사원의 이번 실태분석 결과에 부응하는 정부의 적극적 조치를 촉구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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