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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앞 전직 대통령들의 역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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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일보> 논설위원들이 쓰는 칼럼 '지평선'은 미처 생각지 못했던 문제의식을 던지며 뉴스의 의미를 새롭게 해석하는 코너입니다.
박근혜·문재인 두 전직 대통령이 최근 공개 행보를 통해 존재감을 과시하고 있다. 특히 총선과 맞물려 세간의 관심이 집중되는 것은 당연지사다. 박 전 대통령은 5일 대구에서 열린 회고록 출간 기념 북콘서트에서 역할론을 언급했고, 문 전 대통령은 하루 전인 4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예방을 받은 자리에서 당의 단합 등을 주문했다.
□ 박 전 대통령의 북콘서트가 열린 '보수 텃밭' 대구·경북(TK)에는 아직 그의 정치적 영향력이 남아 있다. 국정 지지율이 정체된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해 10월부터 3개월 동안 박 전 대통령과 세 차례 회동하며 꾸준히 공을 들인 것은 이와 무관치 않다. 총선에서 대구 달서갑 출마를 선언한 '복심' 유영하 변호사가 북콘서트 패널로 참석한 것을 두고 여러 해석이 나오는 배경이다. 박 전 대통령은 "정치에 다시 참여하지 않겠다"고 전제하면서도 "국민 여러분의 큰 사랑에 보답하고 앞으로 우리나라가 발전해 나가는 데 조금이라도 도움이 된다면 작은 힘이나마 보태겠다"며 간접 지원 의사를 밝혔다.
□ 문 전 대통령은 퇴임 시 "잊힌 대통령이 되고 싶다"고 한 바람과 점점 멀어지는 모습이다. 그간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정치 현안을 언급해 왔지만, 최근 민주당 공천을 둘러싼 친명·친문 갈등으로 주목도가 높아진 모양새다. 문 전 대통령은 경남 양산 자택을 찾은 이재명 대표 등 민주당 지도부에게 "명문(이재명-문재인) 정당으로서 총선 승리를 위해 단결하자"고 당부했다. 이 대표가 병립형 회귀를 밝힐 것이라는 예상을 깨고 준연동형 비례대표제 유지와 야권 비례연합정당 추진을 밝힌 배경에도 문 전 대통령 조언이 있었다.
□ 전직 대통령이 정치 현안 언급을 피할 이유는 없다. 다만 소속 정당이나 특정 정파를 향한 조언이나 영향력 행사를 공개할 필요가 있는지 생각해 볼 일이다. 총선 승리가 절박한 여야 입장에선 진영 결집을 위해 전직 대통령의 도움을 활용하고 싶을 테지만, 정치 양극화를 우려하는 국민들은 특정 정파를 넘어선 국가원로의 역할을 기대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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