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황에 효자 된 PB 상품...1년 새 매출 12% 늘어

대한상의 유통업체 PB 상품 매출 분석
유통업체 자체 브랜드, 일반 상품보다 성장세 6배 높아
찌개 제품 매출 절반 이상이 PB 상품

지난달 7일 서울 이마트24에 이마트 PB 상품인 아임e 하루이리터 생수 등이 진열돼 있다. 뉴시스

불황과 고물가 영향으로 '가성비 상품'으로 꼽히는 유통업체 자체 브랜드(PB) 상품 매출이 최근 1년 동안 큰 폭으로 늘어났다. 일반 상품의 여섯 배 성장세였는데 특히 국‧탕‧찌개류 매출의 절반은 PB 상품에서 나왔다.

대한상공회의소는 이런 내용의 '유통업체 자체브랜드(PB) 상품 매출' 분석 결과를 14일 발표했다. 글로벌 시장조사기관 닐슨아이큐(NIQ)를 통해 오프라인 소매점 약 6,500곳의 2022년 4분기(10~12월)~2023년 3분기(7~9월) 매출 데이터를 분석했다.

PB는 유통업체가 제조사와 협력해 자체 브랜드로 내놓은 상품이다. 이마트 노브랜드, 롯데 온리프라이스, GS25 유어스 등이 대표 사례로 마케팅·유통 비용을 줄여 소비자 가격을 낮출 수 있다.

조사 결과 국내 PB 상품 시장 규모는 전년 보다 11.8% 성장했다. 같은 기간 1.9% 성장에 그친 전체 소비재 시장 성장률보다 약 여섯 배 높다. 식품 PB 성장률이 12.4%로 비식품(7.4%)보다 훨씬 높았다.

소비자 물가가 가파르게 오르면서 가격에 민감해진 소비자들이 품질 대비 저렴한 PB 상품을 이전보다 많이 사고, 필요하지 않은 비식품은 구매를 줄인 영향으로 보인다. 지난해 3분기 기준 한국 전체 소비재시장에서 PB 매출이 차지하는 비중은 4%다.

전체 매출 대비 PB 비중이 가장 큰 업태는 대형마트로 8.7%였다. 기업형 슈퍼마켓(5.3%), 편의점(4.1%)이 뒤를 이었다. 연간 PB 매출 증가율은 편의점이 19.3%로 압도적으로 높았다. 이어 대형마트(10.3%), 기업형 슈퍼마켓(5.7%) 순이었다.

특히 유통사 가정간편식(HMR) PB 상품이 인기를 끌면서 대형마트·슈퍼마켓·편의점에서 모두 즉석 국·탕·찌개 매출은 PB가 일반 제조사 브랜드를 앞질렀다. 편의점에서는 즉석국 매출 중 82.2%가 PB 상품이었다. 대형마트와 슈퍼마켓의 즉석 국·탕·찌개 매출의 각각 69.1%, 51.9%가 PB 상품에서 나왔다.

장근무 대한상의 유통물류진흥원장은 "유럽의 경우 경제 저성장기에 실속 소비 패턴이 정착하면서 자체 브랜드 시장이 크게 성장했는데 우리나라도 최근 유사한 흐름을 보이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글로벌 유통업계 평균 자체 브랜드 점유율이 21%인 점을 감안할 때 국내 시장은 앞으로도 지속적인 성장이 예상되므로 유통사들은 자체 브랜드 라인업을 더욱 강화할 필요가 있다"고 덧붙였다.

이윤주 기자 misslee@hankookilbo.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