로맨스 덜고 악역 비중 키운 '내남결', 원작 활용의 좋은 예

입력
2024.02.14 09:51

드라마 '내 남편과 결혼해줘', 원작과 달라진 점
로맨스 덜고 악역 비중 키우며 쾌감 선사
웹툰 관계자가 바라본 각색의 좋은 예는?

'내 남편과 결혼해줘'가 원작의 강점을 살리는 각색으로 큰 사랑을 받고 있다. tvN, 네이버 웹툰 제공

'내 남편과 결혼해줘'가 원작의 강점을 살리는 각색으로 큰 사랑을 받고 있다. tvN, 네이버 웹툰 제공

2008년 안방극장에 '아내의 유혹'이 있었다면 2024년에는 '내 남편과 결혼해줘'가 있다. 개연성보다는 자극적인 재미에 방점을 찍은 이 드라마는 올해 상반기를 화려하게 장식, 두 자릿 수의 시청률을 유지하고 있다.

지난달 1일 첫 방송된 tvN '내 남편과 결혼해줘'가 종영을 향해 달려가고 있다. 완성도보다는 흥미에 중점을 둔 이야기이지만 시청자들의 반응이 폭발적이다. 원작 고유의 파격적인 소재와 스토리라인이 드라마에서도 힘을 발휘한 것이다. 여기에 드라마 제작진은 과감한 각색으로 주인공 강지원에게만 집중할 수 있도록 로맨스를 덜고 악역들에게 힘을 줬다. 웹소설과 웹툰 두 원작과 드라마를 비교했을 때 확연하게 조연들의 분량도 축소됐는데 오히려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흐름이 완성됐다.

동명의 웹소설과 웹툰을 각색한 '내 남편과 결혼해줘'는 절친 정수민(송하윤)과 남편 박민환(이이경)의 불륜을 목격하고 살해당한 강지원(박민영)이 10년 전으로 회귀해 인생 2회차를 경험하며 시궁창 같은 운명을 그들에게 돌려주는 이야기다. 웹소설은 다운로드 횟수가 4,000만을 넘겼으며 웹소설을 토대로 창작된 웹툰은 무려 누적 조회수 8억 1,000만을 기록했다.

드라마 '내 남편과 결혼해줘'의 흥행은 제작 단계서부터 어느 정도 예견돼 있던 상황이다 웹툰 IP 영상 제작사들은 소재보다 원작 팬덤이 강한 IP, 소위 '이름값'이 있는 작품을 찾는다. 방영 전 화제성이 있는 작품일수록 투자나 배우 캐스팅이나 마케팅적 요소로 결정적인 무기가 되기 때문이다. 특히 '내 남편과 결혼해줘'는 원작 자체가 '막장 드라마'의 전개 양상을 띠고 웹툰화에 성공한 케이스이기 때문에 드라마로 옮겼을 때 시너지 효과는 더욱 커진다.

사실 원작 팬들은 기존 이야기가 갖고 있는 전개와 고유성에 대한 충성도가 높다. 각색 과정이 불가피하지만 팬심이 기반이기 때문에 기존 이야기가 달라지지 않길 바라는 염원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내 남편과 결혼해줘'는 원작 팬덤이 좋아했던 지점을 한껏 강조시켰다. 정수민과 박민환의 악행을 극적으로, 때로는 과장되게 연출하면서 강지원의 복수가 더욱 쾌감을 선사할 수 있도록 만들었다. 유지혁(나인우)의 경호업 부업이나 유희연(최규리)의 학교폭력 피해 등의 서사는 과감하게 삭제하거나 축소시켰고 16부작 내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의 선택과 집중을 했다.

드라마의 흥행은 원작에게도 여파를 미친다. 네이버웹툰에 따르면 '내 남편과 결혼해줘' 드라마 방영 이후 10일(2024년 1월 1일~10일) 합산 전체 거래액이 방영 전 10일(2023년 12월 22일~31일)과 비교했을 때 17.1배 증가했다. 조회수도 같은 기간 8.1배 늘었다.

드라마에서 악역의 비중이 더욱 높아진 것도 원작이 갖고 있던 강렬한 빌런들을 활용하기 위한 요소다. 콘텐츠랩블루의 이재영 웹툰 PD는 본지와의 통화에서 "원작 제작자들은 기본적으로 IP 확장에 긍정적인 시선을 갖고 있다 많다. 다른 매체로 제작되는 과정에서 당연히 각색을 할 수밖에 없다. 보통 원작자들은 '원작을 어떻게 살릴까'가 아닌 '어떻게 달라질까'를 더욱 기대한다. 기획 당시 드라마 제작사가 원작의 각색권을 구매하면서 각색은 드라마 각본가와 연출가의 권리가 된다. 다만 일부의 경우 드라마 제작사와 원작자가 함께 의논해 작품이 갖고 있었던 고유의 메시지를 강조하는 사례도 있다. 원작을 의미있게 존중하는 태도에서 나오는 것"이라고 말했다.

우다빈 기자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