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내는 기사
2억 명이 투표소 향한다… 오늘 ‘슈퍼 선거’ 치르는 인도네시아
이미 가입된 회원입니다.
만 14세 이상만 회원으로 가입하실 수 있습니다.
동남아시아 최대 경제 대국 인도네시아에서 14일 ‘슈퍼 선거’가 치러진다. 10년 만에 바뀌는 대통령을 비롯해 국회의원, 지방자치단체장 등을 동시에 뽑기 위해 2억 명 넘는 사람이 투표소로 향한다. 당일치기 투표로는 세계 최대 규모다. 퇴임을 앞둔 조코 위도도(조코위) 현 대통령이 ‘정치 왕조’를 구축하려 노골적으로 선거에 개입하면서 민주주의를 후퇴시켰다는 비판이 막판까지 이어졌다.
13일 자카르타포스트 등에 따르면, 14일 인도네시아 38개 주(州)에서 실시되는 선거로 선출하는 공직자는 △차기 대통령 △상·하원 의원 732명 △지방의원 1만9,882명 등이다. 유권자는 전체 국민(2억7,000만 명)의 76%인 2억500만 명이다. 이 가운데 3분의 1이 30세 미만이다.
인도네시아가 인도와 미국에 이어 ‘세계에서 세 번째로 큰 민주주의 국가’(인구수 기준)로 불리는 만큼, 선거 규모도 방대하다. 군도를 구성하는 1만7,000개의 섬 중 사람이 거주하는 7,000곳에 82만 개 투표소가 설치됐다. 투표 관리원만 570만 명에 달한다.
인도네시아 선거 당국은 도서·산간 지역에 투표함 등 선거 물품을 운송하기 위해 말과 코끼리를 동원했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선거 담당자들이 투표용지를 전달하려고 말과 배, 헬리콥터를 타고 (섬에) 간 뒤, 또다시 몇 시간을 트레킹했다”고 전했다.
투표는 용지에서 지지 후보 이름이 적힌 부분을 유권자가 못으로 뚫는 방식으로 이뤄진다. 기표를 마치면 중복 투표를 막기 위해 손가락에 며칠 동안 지워지지 않는 특수 잉크를 바르게 된다. 선거 결과는 표본 조사를 통해 24시간 내 윤곽이 나온다. 다만 공식적으로는 3월 20일까지 개표가 진행되며, 투표 집계 확인 후 헌법재판소 판단을 거쳐 당선인이 최종 확정된다.
최대 관심사는 대통령 선거가 한 차례로 결판나느냐다. 임기 5년의 대통령에 당선되려면 유효 표 50% 이상을 얻는 동시에, 인도네시아 전체 주 절반 이상에서 20% 이상을 득표해야 한다. 이 조건에 맞는 후보가 없다면 1, 2위 후보자가 6월 결선 투표를 치른다. 그간 선두를 달리던 프라보워 수비안토(72) 그린드라당 후보의 지지율이 과반에 다소 못 미치는 45~49%였던 탓에 인도네시아 정치권은 결선 가능성을 높게 점쳐 왔다.
그러나 10일 공개된 인도네시아 여론조사기관 LSI의 마지막 여론조사에서 프라보워 후보는 51.9% 지지율을 기록했다. 자카르타 주지사 출신인 무소속 아니스 바스웨단(54) 후보와 집권 인도네시아투쟁민주당 소속 간자르 프라노워(56) 후보는 각각 23.3%, 20.3%였다. 오차범위는 ±2.9%다. 결국 결선 투표 여부는 14일 투표에서 근소한 차이로 결정될 공산이 크다.
다만 ‘민주주의의 꽃’으로 불리는 선거 직전까지 “민주주의가 퇴보했다”는 우려가 이어졌다. 조코위 대통령은 3선을 금지한 헌법에 따라 이번 대선에 출마하지 못했다. 그러나 장남 기브란 라카부밍 라카(37)를 자신이 지지하는 프라보워 후보의 러닝메이트(부통령 후보)로 만들어 논란이 됐다. 이를 위해 지난해 10월 ‘40세 이하는 대통령·부통령에 출마할 수 없다’는 선거법까지 뜯어고쳤다.
게다가 최근엔 프라보워 후보와 독대하거나 지지자들 앞에서 손가락으로 장남의 선거 기호(2번)를 상징하는 ‘브이(V) 모양’을 만들어 흔드는 등 중립 의무를 위반했다는 비판도 커졌다. 12, 13일에는 조코위 대통령 모교이자 인도네시아 민주주의 성지로 꼽히는 국립 가자마다대에서 학생 수천 명이 “조코위가 노골적으로 민주주의를 파괴하고 있다”는 규탄 시위를 벌였다.
대통령의 불법 선거 운동을 고발하는 다큐멘터리 ‘더티 보트(dirty vote·더러운 선거)’는 11일 유튜브 공개 48시간 만에 조회수 700만 건을 기록했다. 요에스 케나와스 인도네시아 아트마자야대 연구원은 NYT에 “조코위가 정치 왕조를 건설하는 것은 분명하다”며 “그의 진짜 목표는 아들의 2029년 대선 출마로, 부통령직은 이를 위한 ‘수습 기간’이 될 것”이라고 분석했다.
신고 사유를 선택해주세요.
작성하신 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로그인 한 후 이용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구독을 취소하시겠습니까?
해당 컨텐츠를 구독/취소 하실수 없습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