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귀 막은 네타냐후 보란 듯… ‘친팔’ 요르단 국왕 옆에 선 바이든

입력
2024.02.13 16: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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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쟁 발발 뒤 아랍 정상과 첫 공동 회견
라파 공습 만류 목적… 경고·압박 메시지
무슬림 이탈 의식한 국내 정치적 의도도

조 바이든(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12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과 함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조 바이든(오른쪽) 미국 대통령이 12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과 함께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워싱턴=EPA 연합뉴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가자지구 공습 강행을 연일 비판했다. 국민 대다수가 팔레스타인계인 요르단의 국왕과 공개 석상에 나란히 서기도 했다. 지난해 10월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가자 전쟁’ 발발 뒤 바이든 대통령이 아랍 지도자와 백악관에 함께 자리한 것은 처음이다. 하지만 바이든 대통령의 말발은 먹히지 않는 상황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12일(현지시간) 워싱턴 백악관에서 압둘라 2세 요르단 국왕과 회담한 뒤 공동 기자회견을 열고 이스라엘의 가자지구 최남단 도시 라파 공격에 다시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대규모 군사 작전은 그곳으로 대피한 100만 명이 넘는 사람들의 안전과 그들에 대한 지원을 보장할 신뢰할 만한 계획 없이 진행돼서는 안 된다”고 말했다. 압둘라 국왕은 “(라파 공습이) 또 다른 인도주의적 재앙을 야기할 게 확실하다”며 “전쟁은 끝나야 한다”고 호소했다.

앞서 바이든 대통령은 8일 "(이스라엘군 작전은) 도를 넘었다"고 지적했고, 11일에도 네타냐후 총리와의 전화 통화에서 라파 군사 작전을 지지할 수 없다고 밝혔다. 하지만 12일 하루에만 팔레스타인 민간인이 100명 넘게 숨지는 등 이스라엘은 라파 지상전을 멈추지 않고 있다.

지난해 9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제78회 유엔총회에서 베냐민 네타냐후(왼쪽) 이스라엘 총리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악수를 하고 있다. 뉴욕=AFP 연합뉴스

지난해 9월 미국 뉴욕에서 열린 제78회 유엔총회에서 베냐민 네타냐후(왼쪽) 이스라엘 총리와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이 악수를 하고 있다. 뉴욕=AFP 연합뉴스


가자 전쟁 개시 뒤 바이든 대통령이 아랍권 정상과 가진 첫 대면 만남인 이날 회담은 그와 네타냐후 총리 간 갈등이 표면화하는 시점에 성사됐다. 강경책을 고집하는 네타냐후 총리를 향해 바이든 대통령이 사석에서 ‘멍청이(asshole)’ 같은 욕설로 불만을 표출했다(NBC방송)거나, 네타냐후 총리가 바이든 대통령과의 통화 때 팔레스타인인 공격에 연루된 서안지구 이스라엘 정착민을 제재한 것에 대해 항의했다(악시오스)거나 하는 보도가 마침 이날 나온 터였다. 경고나 압박 성격의 메시지가 바이든 대통령에게 필요한 상황이었다.

둘 사이 균열이 뚜렷해진 것은 바이든 대통령이 개전 초 일찌감치 ‘전폭 지지’ 의지를 피력해 줬는데도 △민간인 피해 최소화 △가자지구 대상 인도적 지원 △하마스 축출 뒤 팔레스타인 주권 인정 등 그의 요청을 네타냐후 총리가 좀체 수용하지 않은 탓이라는 게 미국 언론의 대체적 해석이다. 극우 집권 기반을 유지하고 싶은 네타냐후 총리의 권력욕을 뉴욕타임스는 핵심 배경으로 꼽았다.

이날 퍼포먼스가 대외용만은 아니라는 해석도 나온다. 미국 싱크탱크 브루킹스연구소의 브루스 리델 선임연구원은 워싱턴포스트(WP)에 “바이든이 국내 정치적 이유로 팔레스타인 사람들에게 공감을 표시할 필요도 있었다”고 말했다. 요르단 국왕 초청이 11월 대선을 앞두고 자신의 이스라엘 편향이 부른 아랍계나 무슬림 유권자의 이탈을 의식한 결과라는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에 인질 석방을 위한 일시 휴전 협상이 진행되고 있다는 사실도 공식 확인했다. 그는 “(인질 석방 협상이) 가자지구에 최소 6주간의 즉각적·지속적인 평온을 가져다줄 것”이라며 “이를 통해 더 항구적인 것(평화)을 구축할 수 있다”고 했다. WP는 “전면 휴전에 공식 동의한 적이 없는 바이든이 그것을 요구하는 아랍 지도자 옆에 섰다는 점에서 주목할 만한 사건”이라고 평가했다.


워싱턴= 권경성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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