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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르포] "발목 잡는 야당" vs "불통 대통령"... 심판론 불붙는
영등포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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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도권은 4월 총선의 최대 승부처다. '명룡대전'이 임박한 인천 계양을과 '운동권 청산' 논쟁에 불을 지핀 서울 영등포을이 대표적이다. 여야 거물의 출사표로 빅매치를 앞둔 두 지역을 찾아 설 연휴 끝자락의 민심을 들었다.
국회의사당을 품은 영등포을은 총선에서 서울 판세를 좌우할 '한강 벨트'의 중심으로 꼽힌다. 특히 박민식 전 국가보훈부 장관이 지역구 현역인 김민석 더불어민주당 의원(3선)을 공개 저격하면서 '선명성' 경쟁이 격화되고 있다. 검사 출신으로 윤석열 정부에서 보훈부를 이끈 박 전 장관은 보수 우파를 상징한다. 반면 서울대 총학생회장 출신인 김 의원은 여당이 주장하는 '운동권 심판론'의 표적인 86세대의 대표 주자다. 이외에 국민의힘은 박용찬 전 당협위원장, 민주당은 양민규 전 서울시의원이 당내 공천 경쟁자로 나섰다.
영등포을에서는 2012년 19대 총선부터 2020년 21대 총선까지 민주당 후보가 내리 당선됐다. 하지만 2022년 대선과 지방선거에서는 국민의힘 계열 정당에 힘을 실어줬다. 최근 선거 결과를 보면 여의도동은 강남3구 못지않게 여당 세가 강했다. 인구 비중이 가장 큰 신길동은 여야 선호가 팽팽했고, 대림동은 야당 우위가 두드러졌다. 12일 지역 곳곳을 돌며 '민심 풍향계'처럼 움직이는 유권자들의 목소리를 들었다.
대림동 주택가에서 만난 조금수(70)씨는 전남 순천 출신이라고 했다. 지난 대선 때까지만 해도 이재명 당시 민주당 후보를 찍었지만 이번에는 마음이 바뀌었다고 한다. 그는 "민주당이 윤 대통령의 작은 문제마저 침소봉대해서 물어뜯는 바람에 어려운 경제가 더 어려워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견제가 야당 역할이긴 하지만 지금은 정부가 일을 못할 정도로 발목을 잡다 보니 대통령이 기가 죽어 경제 살리기에 몰두하기 어려운 상황"이라고 덧붙였다. 조씨는 이 대표에 대해서도 "윤 대통령은 적대시하면서 북한에는 '우리 김정은'이라고 언급하지 않았느냐. 국가 전체보다 정파적 유불리만 따지는 것 같다"고 날을 세웠다.
익명을 요구한 35세 남성도 '야당 심판론'에 동조했다. 신길동 공원에서 만난 그는 "(현역인) 김민석 의원을 찍는 일은 없을 것"이라고 선을 그었다. 그는 페미니즘에 대한 반감 등으로 2020년 총선부터 줄곧 국민의힘 계열 정당 후보를 찍었다. 특히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 지지자였다고 한다. 그러나 "이번 선거에서 개혁신당에 표를 줄지는 좀 더 생각해봐야 한다"고 여지를 뒀다. "이준석 대표가 선거를 위해 류호정 전 정의당 의원이나 이낙연 대표와 손을 잡으면서 (페미니즘 비판 등) 자기 색깔을 잃어버렸다"는 것이다. 다만 "민주당이 과반 의석을 차지한 뒤 독주를 하는 것을 봤기 때문에 중간에 제3당이 꼭 필요하다고 생각한다"면서 "투표장엔 꼭 나갈 생각"이라고 했다.
윤 대통령이 못마땅한 '정권 심판론'의 기세는 여전했다. 유튜브를 통해 정치 소식을 접한다는 영등포 토박이 홍기원(59)씨는 "윤 대통령은 국민과 소통하려 하지 않는 불통이 가장 큰 문제"라고 지적했다. "양평 고속도로 의혹에 대해 당사자가 나서서 해명하지 않는 모습이나, 비판적 여론에도 검사 출신들을 정부 요직에 계속 임명하는 모습을 보라"고 덧붙였다. 개혁신당에 대해서는 "이재명 대표가 어려서 어렵게 살다 보니 작은 실수가 있었을 수는 있지만, 아무리 그래도 (민주당을 떠나 신당에 합류한) 이낙연 전 대표의 행동은 배신으로밖에 안 보인다"고 비판했다.
오세훈 서울시장 취임 이후 재건축이 급물살을 탄 여의도동 시범아파트는 국민의힘 지지세가 강한 곳으로 꼽힌다. 다만 정부·여당에 대한 불만도 없지 않았다. 주민 김모(60대 여성)씨는 "재건축은 호재이지만, 속도보다 주거 정책의 방향과 주변 환경과의 조화도 중요하지 않겠느냐"며 야당 지지 의사를 밝혔다. 김씨는 "윤 대통령도 그렇고 한동훈 위원장도 정치권 밖에서 영입돼 처음엔 신선해 보였지만 점점 정치적 노련함이 부족한 모습을 드러내고 있다"면서 "야당이 다수당이 돼 균형을 잡아야 할 것 같다"고 말했다.
정권 심판에 마음이 기울면서도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의 정치개혁 의제에는 공감한다는 분들도 있었다. 신길동에서 부동산 공인중개업소를 운영하는 강금자(71)씨는 "여든 야든 국회의원이라면 전부 민생과 무관한 소재로 싸움만 해서 정말이지 밥맛이 없다"면서도 "한동훈을 좋아하진 않지만 국회의원을 200명으로 줄이겠다는 공약 하나만은 귀에 쏙 들어온다"고 평가했다. 다만 강씨는 김건희·대장동 특검에 대한 윤 대통령의 거부권 행사를 거론하며 "대통령 국정운영은 마치 (러시아의) 크렘린궁처럼 폐쇄적이고 숨기는 게 많은 것 같다"고 냉소적인 반응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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