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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치인은 왜 팩트체크를 싫어하나···“비판 넘어 팩트체크 못하게 하는 건 처음”

입력
2024.02.14 16:00
2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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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진희의 동행]
정은령 서울대 SNU팩트체크센터장 인터뷰
7년간 언론계 팩트체크 활성화 이끌고도
여권 압박으로 민간지원 끊겨 존폐 기로
“언론이 중요하다면서 아무도 돕지 않아”

지난 6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 연구실에서 정은령 SNU팩트체크센터장이 정치권의 압박으로 네이버의 지원이 끊긴 후 센터 운영의 어려움에 대한 소회를 밝히고 있다. 최주연 기자 juicy@hankookilbo.com

지난 6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 연구실에서 정은령 SNU팩트체크센터장이 정치권의 압박으로 네이버의 지원이 끊긴 후 센터 운영의 어려움에 대한 소회를 밝히고 있다. 최주연 기자 juicy@hankookilbo.com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후 안전사고 감소에 긍정적 결과가 없다.”(윤석열 대통령 KBS특별대담)

“윤석열 정부 들어 1인당 국민총소득이 감소하여 국내 경제가 무너지고 있다.”(임종석 전 문재인 대통령 비서실장)

서울대 SNU팩트체크센터 홈페이지에서, 최근 ‘전혀 사실 아님’으로 판정받은 발언들이다. 언론사들과 제휴를 맺고 7년간 언론계의 팩트체크 활성화를 견인해온 서울대 팩트체크센터가 존폐 기로에 섰다. 매년 10억 원씩을 지원해온 네이버가 지난해 정치권의 압박에 못 이겨 지원금을 끊었다. 이후 해외공익재단 지원금을 유치했는데, 1년 한시적 약정이라 8월이면 끝이다. 정은령 SNU팩트체크센터장은 “정치적으로 비판할 수 있지만, 아예 못하게 하는 것은 다르다”고 부당함을 지적했다. 지난 6일 그를 서울대 연구실에서 만났다.

서울대 SNU팩트체크센터 홈페이지에 게시된 최근 팩트체크 내용. 클릭하면 자세한 근거를 볼 수 있다. 제휴 언론사들이 자발적으로 게시한다. SNU팩트체크센터 홈페이지 캡처

서울대 SNU팩트체크센터 홈페이지에 게시된 최근 팩트체크 내용. 클릭하면 자세한 근거를 볼 수 있다. 제휴 언론사들이 자발적으로 게시한다. SNU팩트체크센터 홈페이지 캡처


4,870여 건의 팩트체크가 쌓였다

동아일보 기자 출신의 정 센터장은 미국 메릴랜드주립대에서 언론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강사로 활동하던 중, 윤석민 서울대 언론정보학과 교수로부터 팩트체크센터장을 제안받았다. “이틀 고심하다가 받아들였어요. 처음에는 ‘팩트체크’라는 말이 너무 무거운 거예요. 기자가 되는 첫날부터 내내 잡고 있는 게 ‘팩트가 뭐지?’라는 질문이잖아요. 가장 어려운 질문이라고 생각해요.”

원래 19대 대선을 앞두고 출범한 실험적인 프로젝트였다. “미국에서 저널리즘 혁신 운동으로 시작됐어요. 1980년대 말쯤부터 의회와 백악관 출입기자들이 ‘정치인들이 말하는 거를 인용 마크 그대로 따서 보도를 하는 건 유권자들을 아무런 판단의 근거도 없는 데로 내팽개쳐두는 거다’라는 인식이 있었죠. 한국에서도 2012년 이래 오마이뉴스와 JTBC가 팩트체크 코너를 운영해 왔고요.”

지난해 6월 28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글로벌팩트에서 정은령 센터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IFCN 제공

지난해 6월 28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글로벌팩트에서 정은령 센터장이 개회사를 하고 있다. IFCN 제공

2017년 3월 29일 출범한 후 현재 31개 언론사가 제휴해 4,870여 건의 팩트체크가 쌓였다. “한글로 된 유일한 팩트체크 데이터 베이스죠. 대가 없이 공적 목적을 위해 팩트체크 게시물을 올려준 기자들 덕분입니다.”

지난해 6월 국제팩트체킹연맹(IFCN)과 공동으로 세계 팩트체커들의 연례 콘퍼런스인 글로벌팩트(Global Fact)를 서울에서 개최하는 등 위상도 비약적으로 높아졌다. 아시아에서 글로벌팩트가 열린 것은 처음이다.

지난해 글로벌팩트 개막식에서 국제팩트체킹연맹 이사들과 함께한 정은령 센터장(왼쪽에서 세 번째). 이사들을 대표해 글렌 케슬러(Glenn Kessler) 워싱턴포스트 팩트체커 편집장이 발언하고 있다. SNU팩트체크센터 제공

지난해 글로벌팩트 개막식에서 국제팩트체킹연맹 이사들과 함께한 정은령 센터장(왼쪽에서 세 번째). 이사들을 대표해 글렌 케슬러(Glenn Kessler) 워싱턴포스트 팩트체커 편집장이 발언하고 있다. SNU팩트체크센터 제공


팩트체크를 죽이려는 정치권

네이버는 출범부터 함께했다. 그런데 작년 8월 계약 갱신을 앞두고 네이버는 “지원을 계속하면 어디까지 피해를 봐야 할지 모른다”며 지원금을 끊었다. 지난해 1월 3일 보도를 보면, 박성중 국민의힘 의원은 원내대책회의에서 “네이버가 ‘뒷돈’을 대고, 윤석열 정부와 국민의힘을 ‘가짜뉴스’ 선동자로 전락시켰다”고 주장했다. ‘거짓’ 비율이 높으면 돌아보고 반성해야 하지만, 역으로 그 팩트체크를 한 ‘메신저’를 공격한 것이다. 네이버의 공익적 지원도 갑자기 ‘뒷돈’으로 둔갑했다.

정 센터장은 “시작부터 힘들었다”고 했다. “2017년 대선이 끝나고 저희 팩트체크 플랫폼에 올린 것들 때문에 각사의 정치부장들이 많이 언론중재위에 갔어요. 저희는 민형사 소송도 당했고요. 공직선거법 위반으로 고발당한 것은 무혐의 처분받았고, 민사 명예훼손도 원고 패소로 마무리됐죠.”

하지만 금전적 압박은 처음이다. “가장 효과적이죠. ‘지원하되 개입하지 않는다’는 원칙에 따라 네이버는 전혀 개입하지 않았고, 저희도 팩트체크 대가로 언론사에 돈을 지불하지 않아요. 공정성을 의심받기 때문이죠. 지원금은 각사에 팩트체크를 도울 인턴을 파견하고, 취재지원 사업 등에 썼어요. 팩트체크가 트래픽이 터지고(조회수가 높아지고), 이윤이 나는 게 아니기 때문에 언론사들이 팩트체크를 지속할 수 있으려면 그런 간접 지원이 필요했죠. 이제 그런 거를 못하게 된 겁니다.”

1년 한시적으로 지원금을 유치했지만 올해 9월 이후로는 센터를 운영할 자금이 없어질 위기이다.

지난 6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 연구실에서 인터뷰 중인 정은령 SNU팩트체크센터장. 최주연 기자

지난 6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 연구실에서 인터뷰 중인 정은령 SNU팩트체크센터장. 최주연 기자


팩트체크센터의 운영 원칙은

정 센터장은 센터의 외형적인 성장보다 언론의 중요한 원칙들에 대해 기자들의 인식과 실천이 변화해온 것이 SNU팩트체크 7년의 경험이 일궈낸 한국 언론의 소중한 자산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그 세 가지는 ‘불편부당성’ ‘투명성’ ‘맥락성’이다. 31개 제휴사는 보수·진보 매체를 아우르며 실무자협의회에서 머리를 맞대고 만장일치로 합의한 원칙에 따라 운영된다. 센터 관여 없이 각사가 자발적으로 팩트체크 결과물을 플랫폼에 올린다.

“보수 언론사라고 해서 진보만 팩트체크하고 진보 언론사라고 보수만 팩트체크하면 그건 팩트체크가 아니고 정치 운동이죠. 세계 모든 팩트체커들이 경계를 하는 겁니다. 그렇다고 해서 양적 균형을 거짓으로 맞추지는 않아요.”

‘투명성’은 근거제시이다. “반드시 근거자료를 밝히고 링크 등으로 독자에게 공개되어야 합니다. 처음엔 근거자료가 기사 1건당 0.45개였는데, 2023년엔 평균 8개로 비약적으로 발전했어요. 어떤 기자는 ‘취재수첩을 열어서 독자에게 보여주는 것과 같은 경험’이라고 했지요.”

코로나 발발 직전인 2020년 1월, 일본 기자들을 대상으로 한국의 SNU팩트체크 운영 경험을 설명해달라는 요청을 받고 와세다 대학에서 강의 중인 정은령 센터장. 토요일임에도 불구하고 아사히신문, NHK 등에서 온 수십 명의 기자들이 대학과 언론사가 협업하는 SNU팩트체크 사례에 귀 기울였다. 와세다대 차세대 저널리즘 미디어 연구소 홈페이지

코로나 발발 직전인 2020년 1월, 일본 기자들을 대상으로 한국의 SNU팩트체크 운영 경험을 설명해달라는 요청을 받고 와세다 대학에서 강의 중인 정은령 센터장. 토요일임에도 불구하고 아사히신문, NHK 등에서 온 수십 명의 기자들이 대학과 언론사가 협업하는 SNU팩트체크 사례에 귀 기울였다. 와세다대 차세대 저널리즘 미디어 연구소 홈페이지

‘맥락성’은 이해를 높이는 것이다. “제가 가르치고 있는 서울대 학생들도 ‘기사가 어렵다’고 해요. 전후 맥락 없는 속보가 쏟아지기 때문이죠. 뉴스가 내러티브 싸움에서 지고 있어요. 20대들이 큐레이션 뉴스를 많이 읽고, 그럴듯한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유튜브의 선동적인 채널들이 사람들에게 소구되는 이유죠. 긴 기사가 반드시 좋은 기사라고 할 수는 없지만, 한 기자의 말을 빌리면 ‘팩트체크는 친절한 종합정리’ 같은 기사이므로 길어진 것입니다. 팩트체크 게시물의 2017년 기사 평균 길이가 1,183자였던 것이 2023년에는 3,474자로 3배 늘어났어요. ‘다 읽고 나니 신간 한 권을 읽은 것 같다’는 댓글을 보고 보람을 느꼈다는 기자도 있고요.”

이런 특성 때문에 거짓을 말하는 이들은 팩트체크를 적으로 생각할 수밖에 없다.

지난해 10월 한국언론진흥재단, 미국의 포인터재단, SNU팩트체크센터가 공동 진행한 팩트체크 디플로마과정의 일환으로 정은령 센터장과 기자들이 미 상원 뉴스룸을 찾았다. 기자가 초청하는 의원들만을 이 뉴스룸에서 인터뷰한다. “이곳은 우리 영역이니 우리가 인터뷰할 사람을 정한다”는 게 미국 기자들의 설명이었다.

지난해 10월 한국언론진흥재단, 미국의 포인터재단, SNU팩트체크센터가 공동 진행한 팩트체크 디플로마과정의 일환으로 정은령 센터장과 기자들이 미 상원 뉴스룸을 찾았다. 기자가 초청하는 의원들만을 이 뉴스룸에서 인터뷰한다. “이곳은 우리 영역이니 우리가 인터뷰할 사람을 정한다”는 게 미국 기자들의 설명이었다.


‘먼지털이’식 조사 타깃 되기도

9월 이후 재원을 아직 마련하지 못했다. “언론이 중요하다고 하면서도, 언론에 주머니를 여는 사람들이 없어요. 슬픈 일이죠. 언론을 도왔다가 무슨 동티가 날지 모르니까요. 10억 원을 낼 수 있는 기업이나 개인들이야 많지만 정치적 부담을 이겨내기가 어려운 거죠.” 네이버가 지난해 역대 최대 실적(매출 9조6,700억 원)을 냈는데도 지원을 끊은 것만 봐도 그렇다.

서울대도 곤혹을 겪어왔다. “센터는 세금을 10원도 쓰지 않고 민간 지원으로 운영돼요. 그래도 매년 국정감사 등에 시달려야 했어요. 공익을 추구하는 학술 기관인 서울대이기 때문에 정치권 공격에도 센터를 유지해 온 것입니다만, 국감 피감기관이라는 이유로 학교 측이 감당해야 하는 어려움이 너무 컸습니다.”

‘먼지털이’식 조사도 당했다. “법인카드, 영수증 내역을 의원실 요구로 다 내놓은 적도 있어요. 저뿐만 아니라 저희 언론정보연구소장도 그랬고요. 내역을 다 내놓았지만 아무 문제없었어요. 민간 기금도 투명하게 써야 해요. 네이버 지원금을 투명하게 안 쓰거나 그래서 문제가 되는 게 아니라 그냥 싫다는 거잖아요.”

지난 6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 연구실에서 인터뷰 중인 정은령 SNU팩트체크센터장. 최주연 기자

지난 6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 연구실에서 인터뷰 중인 정은령 SNU팩트체크센터장. 최주연 기자

네이버는 지난해 9월 뉴스홈페이지에서 SNU팩트체크 메뉴 연동도 중단했다. 이에 당시 제휴사 팩트체커(담당 기자)들이 공동입장문을 냈다. “우리는 보수를 지향하지도, 진보를 지향하지도 않는다. 우리는 팩트를 지향한다. 진실에 복무하는 것이 우리의 사명이다”라는 내용이 담겼다.

“언론사는 기자들을 좌절시키지 말아야”

정 센터장은 “언론이 가진 가장 큰 자산은 ‘사람’이라고 생각한다”며 “기자의 노동을 대체 가능한 싸구려 노동력으로 만들면 안 된다”고 강조했다.

“국회에서 기자들이 정치인 발언을 받아치느라 ‘생각할 시간이 없다’라고 말할 정도입니다. 미국은 1시간이면 발언 스크립트를 받아보는 서비스가 있어요. 팩트체크 센터를 운영하면서 기자들이 정말 잘하려 한다는 걸 느꼈어요. 그런 기자들일수록 더 못 참고 좌절하죠. 언론의 가장 뼈아픈 손실이라고 생각해요.”

기자 지망생들도 마찬가지이다. “언론사를 가겠다고 생각하는 학생들은 크든 작든 공공의 이익을 위한 일을 하겠다는 소명감이 있어요. 돈과 편안한 조건을 생각한다면 굳이 언론사를 가겠다고 하지는 않겠죠. 그런데 머뭇거리는 이유는 기자에 대한 사회적 인식이 너무 나쁘다는 점, 입사 이후 자기 일에 얼마나 긍정적인 태도를 가지고 만족할 수 있는가라는 직무만족도와 관계가 있습니다. ‘과연 의미 있는 일을 하고 있는가’라는 문제와 잇닿아 있죠. 소모되고, 회사가 정한 방향대로 써야 하고, 성장할 가능성이 보이지 않는다는 것들이 직무만족도를 떨어뜨린다고 봅니다.”

국회에서 정치인들의 발언을 받아치는 기자들. 한국일보 자료사진

국회에서 정치인들의 발언을 받아치는 기자들. 한국일보 자료사진

2022년 12월 말, 문화체육관광부 정기간행물 등록 숫자는 2만4,000개가 넘었다. 정 센터장이 제시한 논문(2020년 한국언론학보, 송해엽·양재훈·오세욱)에 따르면, 기자 수는 2000년부터 2012년까지 11.0% 증가했지만 발행 기사 건수는 498.6% 증가했다.

“공들인 기사도, 베껴 쓴 기사도 다 ‘기사’로 취급받으면서 언론 보도 전체가 도매금으로 저질 취급을 받게 됐죠. 이제는 이런 베껴 쓰기를 메이저 언론사에서도 하고, ‘세상에 이런 일이’ 수준의 ‘외신 베껴 쓰기 보도’를 포털 언론사 편집판에다가 스스로 중요 뉴스라고 올려요.”

유저 데이터 분석 없는 한국 언론

좋은 기사보다 선정적인 기사를 더 클릭하는 독자들을 탓하면 그만일까. 그렇지 않다. “한국 언론의 맹점이 유저(이용자) 데이터가 거의 없는 거라고 생각해요. 언론사가 아니라 포털이 갖고 있죠. 한국 언론이 포털에 의존하거나 잠식되어 온 치명적인 결과입니다. 유저들이 어떤 행위를 하는지 어떻게 내 뉴스를 읽는지 질적 분석이 잘 되지 않고, 그냥 페이지뷰 높이려고 유튜브 내용 긁어다 쓰는 식이죠. 오래 취재한 공들인 기사보다 그런 쉽게 쓴 기사들이 조회수 더 나오는 것을 보면서 기자들은 좌절하게 되는 겁니다.”

그렇다면 이상적인 언론사가 갖춰야 할 것이 무엇인지 물었다. “제가 미디어 스타트업을 한다면 세 종류의 사람이 필요하다는 생각을 해본 적이 있어요. 의견이 앞서지 않고 사실을 굉장히 치밀하게 관찰하고 보도할 수 있는 기자, 여러 플랫폼에서 유저들이 어떻게 움직이는지를 알고 그 데이터를 읽어서 전략을 짜는 IT전문가, ‘이 뉴스 상품을 사용하면 뭔가 내가 괜찮아질 거야’라는 생각을 소비자들이 가질 수 있게끔 하는 마케터죠. 그걸 통합할 수 있는 리더십이 언론계에 필요해요. 특히 테크놀로지를 담당하는 친구들이 언론사에서 2등 시민이라고 느끼지 않게 해야 합니다.”

여성층에 어필 못하는 뉴스포맷도 문제

지난해 아서 설즈버거 뉴욕타임스 회장의 서울대 간담회에서 “이용자 데이터를 어떻게 쓰느냐”는 질의가 나왔다. “이렇게 답하더군요. ‘무엇(What)’을 결정하는 데는 이용자 데이터를 쓰지 않고, ‘어떻게(How)’를 결정할 때 이용자 데이터를 들여다본다고요. 무엇을 보도할지는 언론사가 편집원칙에 따라 판단하지만, ‘기사를 독자에게 어떻게 가 닿게 할 것인가’에 대해서는 유저데이터를 본다는 것입니다.”

네이버에 게재된 한 매체의 정치기사에 남성들이 댓글을 단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

네이버에 게재된 한 매체의 정치기사에 남성들이 댓글을 단 비율이 압도적으로 높다.

정 센터장은 또한 여성에게 어필하지 못하는 뉴스포맷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지난 학기 수업에서 학생들이 뉴스의 ‘젠더 디바이드(divide)’를 가지고 얘기를 했어요. ‘뉴스이즈포멘(News is for Men)’이라는 인식이 있거든요. ‘뉴스는 남자들을 위한 것’이라는 뜻이죠. 남학생이 정치 뉴스가 ‘무협지’ 같아서 좋대요. 실제로 여성들이 뉴스를 많이 안 봐요. 가사노동 시간 때문이라는 말이 있고, ‘내 삶에 직결이 안 된다’고 느낀다는 분석도 있고요.”

여성들에 소구하는 뉴스를 만들기 위해선, 정치뉴스 등도 삶(민생)과 연결되는 부분을 부각하는 관점과 스타일이 필요하다는 뜻이다.

‘뉴스회피’의 시대, 중대한 전환기

“2023년 언론수용자 조사에서도 드러났지만, 포털에서 뉴스를 보는 사람들의 숫자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어요. 다양한 플랫폼에서 어떻게 우리 뉴스가 가닿을 수 있게 할 것인지가 시급한 과제입니다.”

‘언론혐오’를 넘어 ‘뉴스회피’의 시대라고 그는 설명했다. “싫다는 건 그래도 관심은 있다는 뜻이지만, 뉴스를 안 보는 사람들을 보게 하는 게 훨씬 어렵죠.”

2023 언론수용자 조사 결과의 일부. 한국언론진흥재단 자료 캡처

2023 언론수용자 조사 결과의 일부. 한국언론진흥재단 자료 캡처

정 센터장은 “언론이 굉장히 중대한 전환기를 맞고 있다고 생각한다”며 “‘기자는 뭐 하는 사람이냐’는 정체성에 대한 질문에 맞닥뜨리는 시기”라고 말했다. 인공지능(AI)이 기자보다 더 빨리 기사를 쓸 수 있고, 진실보다는 내 귀에 솔깃한 얘기만을 듣고 싶어하는 편향된 사회에서 기자는 도대체 AI나 유튜버가 하지 않는 어떤 일을 하는 사람이고, 언론은 왜 존재해야 하는 것인가에 답해야 한다는 것이다.

지난 6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 연구실에서 인터뷰 중인 정은령 SNU팩트체크센터장. 최주연 기자

지난 6일 서울 관악구 서울대 연구실에서 인터뷰 중인 정은령 SNU팩트체크센터장. 최주연 기자

“언론이 이것만은 지켜야 한다고 해야 할 마지막은 이해관계나 정치적 경향성으로 윤색되지 않은 사실을 시민들에게 전달하는 일일 것입니다. 그래서 모든 사람이 자기의 스피커를 가진 이 시대에도 여전히 사실을 알아야 할 때는 언론을 참조해야 한다는 신뢰를 뉴스 이용자들이 가질 수 있어야 합니다. 언론이 살아남으려면 우리 사회에 꼭 필요한 공공재로 인정받을 수 있는 일들을 해야죠.”

기자들에게 부당한 공격에 좌절하지 말라는 당부도 잊지 않았다. “트럼프 지지자들이 ‘기자들 목 매달아라’하는 티셔츠를 입고 다녔어요. ‘기레기’라고 박제된 사이트 가보면, 멀쩡한 기사 쓴 기자에게도 ‘기레기’라고 해요. ‘너 입 닫게 하면 편하겠다’는 거죠. 역설적으로 기자의 필요성을 보여주는 거라고 봐요.”

이 시점에서, 서울대 팩트체크센터에 대한 공격에도 해당하는 말로 들린다.

이진희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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