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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열도 뒤흔든 임윤찬의 '쇼팽'… 클래식 팬들, 연주자 따라 해외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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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여 년간 공연 기획과 음악에 대한 글쓰기를 해 온 이지영 대원문화재단 전문위원이 클래식 음악 무대 옆에서의 경험과 무대 밑에서 느꼈던 감정을 독자 여러분에게 친구처럼 편안하게 전합니다.
최근 공연을 즐길 목적으로 해외 여행길에 나서는 음악 애호가들이 많아졌다. 설 연휴를 전후해 가까운 일본은 곳곳이 한국 관광객들로 북적였다. 이들 중엔 팝스타 테일러 스위프트와 재즈 기타리스트 팻 매스니, 피아니스트 임윤찬의 쇼팽 리사이틀을 비롯해 좋아하는 교향악단의 콘서트, 만나고 싶었던 성악가들의 오페라를 보려는 음악팬들도 꽤 많았다. 코로나19 팬데믹 이후 유명 극장의 공연 영상과 음원 스트리밍 서비스는 나날이 업그레이드되고 있다. 그렇더라도 세계적 극장을 직접 찾아 그 공간에서만 경험하는 현장의 감동과 변수들은 비교할 수 없이 특별하다.
지난해 가을 한국의 클래식 음악 애호가들은 세계 최정상급 악단의 잇단 방한으로 유례없는 '클래식 성찬'을 경험했다. 하지만 이들 악단과 지휘자, 연주자들이 그들의 거점 도시나 프로젝트 투어 일정을 통해 보여주는 기획 무대는 내한 공연과는 또 다른 감동을 준다. 좋은 조합의 성악가, 연출, 새로운 레퍼토리까지 꾸준히 선보이는 해외 유명 오페라 프로덕션은 한국 애호가들을 일본과 미국, 유럽으로 불러들인다. 기차 이동만 고집해 유럽, 러시아에서만 공연하는 피아니스트 그레고리 소콜로프의 실연(實演) 무대는 관객이 아티스트를 찾아 나서야만 만날 수 있다.
음악팬들은 해외 공연장 실연을 통해 음반이나 영상으로 보지 못한 음악가의 매력을 발견하기도 한다. 필자는 음반과 영상으로 알지 못했던 테너 후안 디에고 플로레스의 매력을 미국 뉴욕 메트로폴리탄 오페라 무대를 통해 알게 된 경험이 있다. 반대로 음반으로 들었을 때는 연주가 좋았지만 실연만의 매력도 없고 기계적으로 연주하는 아티스트의 무대를 보며 흥미를 잃기도 한다.
음악 감상의 다양한 시각을 가진 현지 관객과의 만남도 해외 공연장 방문에서 얻는 특별한 경험이다. 작곡가와 작품, 아티스트를 대하는 눈높이와 반응은 나라별로 문화적 취향과 맞물려 다르게 나타난다. 현지 관객 취향의 영향을 받는 일도 흔하다. 드뷔시와 재즈를 좋아하는 일본 관객과 함께하면 한국에 있을 때보다 드뷔시와 재즈를 더 적극적으로 즐길 수 있다. 독일 뮌헨에서 오페라 애호가들이 진은숙의 오페라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에 진지하게 접근하고 다각적으로 즐기는 모습은 현대 작품을 달리 생각하게 된 계기가 됐다. 익숙한 환경을 떠나 다른 극장에서 마주하는 수많은 변수와 그로 인한 영향은 무대 혹은 문화를 찾는 여행이 얼마나 가치 있는 일인가 알려줬다. '라이브 무대가 왜 살아남아야 하는가'에 대한 확실한 답변이 되기도 한다.
실내악단 노부스 콰르텟이 지난 시즌 영국 런던 위그모어홀의 상주음악가로 이름을 올리더니 올해는 피아니스트 조성진이 세계 최정상 악단인 베를린 필하모닉의 상주음악가가 됐다. 조성진과 임윤찬은 올해에 이어 내년에도 미국 뉴욕 카네기홀 무대에 선다. 이제 한국 연주자들이 국제 콩쿠르 입상을 넘어 뛰어난 연주로 현지 관객들을 사로잡는 시대가 됐다. 그들의 활동을 응원하고 해외에서의 감격적 순간을 함께하기 위해 외국 공연장을 찾는 한국 관객도 많아졌다. 지난주 일본 나고야를 시작으로 도쿄, 오사카 등에서 열린 임윤찬의 쇼팽 에튀드 전곡 리사이틀을 필자를 비롯한 많은 한국 관객이 찾았다. 심지어 각 공연의 각기 다른 감동을 놓치고 싶지 않다며 'n차 관람(엔차 관람)'하는 관객들이 화제가 되기도 했다. 1년 전 도쿄에서 있었던 플레트네프 지휘의 도쿄필과 임윤찬의 협연 무대 때만 해도 보수적 분위기의 일본 관객들은 조용한 편이었다. 올해 도쿄 리사이틀에서는 기립 박수와 뜨거운 환호, 세 번의 앙코르 무대가 이어졌다. 10일 임윤찬의 가와사키 공연을 관람한 폴란드 거장 피아니스트 크리스티안 지메르만은 에튀드 연주가 끝나자 기립 박수를 쳤다.
임윤찬은 21일 뉴욕 카네기홀에서 일본에서와 같은 연주 프로그램으로 리사이틀을 연다. 콩쿠르 우승자로서가 아닌 라이브 무대로 평단과 관객을 사로잡는 아티스트로서의 카네기홀 데뷔 무대다. 개인적으로 도쿄에서 접한 임윤찬의 쇼팽 에튀드 Op.10 연주는 이전에는 잘 들을 수 없었던 새로운 소리, 새로운 구조의 음악을 감상하게 된 근사한 무대였다. 이번 카네기홀 연주에서는 어떤 평을 듣게 될까. 무엇보다 라이브 감각이 탁월한 임윤찬 연주를 듣게 될 관객들의 반응이 더 궁금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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