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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스라엘, 가자 남부 라파 민간인 대피 지시했지만… 갈 곳 없는 피란민들

입력
2024.02.10 16:5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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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규모 작전 전 민간인 대피 준비 지시
가자 최남단 라파, 더 도망칠 데 없어
미국도 "100만 명 있는 곳, 재앙된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7일 예루살렘 집무실에서 기자회견하고 있다. 예루살렘=신화 뉴시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7일 예루살렘 집무실에서 기자회견하고 있다. 예루살렘=신화 뉴시스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가 군에 가자지구 최남단 도시 라파에서 대규모 작전을 벌이기 전에 민간인 대피 계획을 마련하라고 지시했다. 라파에 대대적인 공습을 벌여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소탕을 실현할 수 있다는 판단에서다. 그러나 라파는 가자지구 난민들이 더 이상 갈 곳이 없어 도망친 마지막 피난처인 만큼 민간인들의 희생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9일(현지시간) 영국 BBC방송 등에 따르면 네타냐후 총리실은 성명을 통해 "라파에 하마스 대대 4개를 남겨둔 상태로는 하마스 제거란 전쟁 목표를 달성하는 것이 불가능하다"며 "라파에서 대규모 작전을 수행하려면 민간인들을 전투 지역에서 대피시켜야 한다"고 밝혔다.

라파는 이집트와 맞닿은 곳이자 국제사회가 가자지구에 구호물자를 지원하는 주요 관문이다. 동시에 가자지구 북부에서부터 전쟁을 피해 내려온 팔레스타인 피란민들이 대거 몰린 곳이다. 이스라엘군의 폭격을 피해 계속 밑으로 내려온 피란민들은 더는 피할 곳이 없는 상태다.

가자 인구 절반 이상이 라파서 생활 중

이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전쟁을 피해 내려온 팔레스타인 피란민들이 지난해 12월 18일 가자지구 남부 라파에 임시 텐트를 짓고 생활하고 있다. 라파=AFP 연합뉴스

이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전쟁을 피해 내려온 팔레스타인 피란민들이 지난해 12월 18일 가자지구 남부 라파에 임시 텐트를 짓고 생활하고 있다. 라파=AFP 연합뉴스

그러나 이스라엘이 라파에 대대적인 공습을 벌이겠다고 선언한 만큼 피란민들의 안전은 크게 위협받게 됐다. 이스라엘군은 이미 지난 2일부터 라파에 폭격을 가하고 있다. 국제적십자위원회(ICRC)는 230만 명 가자지구 인구 가운데 절반이 넘는 140만 명가량이 라파에 머무는 것으로 추정한다. 이 지역은 가자지구 전체 면적의 20% 정도에 불과하다. 히샴 마나 ICRC 대변인은 BBC에 "군사작전이 라파까지 확대돼 국내 실향민 대다수가 갈 곳이 전혀 없게 될 것이라는 우려가 널리 퍼졌다"고 말했다.

미국도 이스라엘의 라파 공격이 재앙이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존 커비 미 백악관 국가안전보장회의(NSC) 전략소통조정관은 이날 브리핑에서 "라파에 대규모 군사 작전을 펼친다면 피난처를 찾고 있는 팔레스타인 사람 100만 명 이상에게 큰일이 될 것"이라며 "이는 재난이고 우리는 이를 지원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류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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