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스만 "월드컵 예선 준비하겠다" 자진사퇴 요구 일축

입력
2024.02.08 23:27
수정
2024.02.08 23:3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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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일 인천국제공항 통해 입국
인파 향해 손 흔들고 미소 짓는 등 여유로운 모습
졸전 끝 참패에도 "실패라고 생각지 않아"
'재택근무' '유럽파 점검' 등 근무방식도 유지

2023 카타르 아시안컵을 마친 위르겐 클린스만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8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뒤 취재진과 인터뷰 하며 웃고 있다. 인천=연합뉴스

2023 카타르 아시안컵을 마친 위르겐 클린스만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8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귀국한 뒤 취재진과 인터뷰 하며 웃고 있다. 인천=연합뉴스

2023 카타르 아시안컵 결승진출에 실패한 위르겐 클린스만 한국 축구대표팀 감독이 지휘봉을 내려놓지 않겠다는 의지를 다시 한 번 밝혔다.

클린스만 감독을 비롯한 대표팀 선수단은 8일 인천국제공항을 통해 입국했다. 손을 흔들고 미소를 지으며 입국장을 나선 클린스만 감독의 모습은 함께 귀국한 조현우(울산) 김태환(전북) 황인범(츠르베나 즈베즈다) 설영우(울산) 등 13명의 선수들이 보인 어두운 표정과 극명한 대조를 이뤘다.

그는 입국 후 취재진과 만나 "나와 선수들 모두 여러분들만큼 우승하고 싶었다. 비록 목표에 도달하지는 못했지만, 준결승 이전까지는 좋은 결과로 보답을 드렸다”며 “또 이전 1년 동안 13경기 무패라는 기록이 있었다. 이제 코 앞으로 다가온 2025 북중미 월드컵 예선을 준비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대표팀은 이번 대회 내내 불안한 수비조직력과 답답한 공격력으로 매 경기를 힘겹게 치렀다. 조별리그에서는 한 수 아래로 평가 받는 요르단(2-2), 말레시이아(3-3)와 비겼고, 16강 사우디아라비아전(1-1 무승부 후 승부차기 승리)과 8강 호주전(연장 2-1 승리)에서는 연장 승부 끝에 가까스로 승리를 거뒀다. 대표팀은 이처럼 어렵게 4강에 진출했지만, 다시 만난 요르단에게 단 한 개의 유효슈팅도 기록하지 못한 채 0-2로 참패했다. 이 과정에서 클린스만 감독은 ‘무전술’과 이해할 수 없는 교체카드 활용으로 축구 팬들과 전문가들의 강한 비판을 받았다. 일각에서는 클린스만 감독을 경질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그러나 클린스만 감독은 이번 대회를 실패로 규정하지 않았다. 그는 “4강까지 진출한 게 실패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중동에서 열린 대회에서 우리와 일본을 포함한 동아시아 팀들이 모두 고전하는 모습을 보였다”고 밝혔다. 이어 “축구에는 늘 희로애락이 있다. 16강 사우디전, 8강 호주전에서는 국민들이 많이 행복하셨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4강 진출에도 불구하고 그를 향한 여론이 좋지 않은 이유를 무엇이라 생각하는지 묻자 미소를 보이며 “나도 그 이유는 모른다. 다만 말하고 싶은 건 우리가 1년 동안 계속해서 성장했고, 북중미 월드컵을 향해 옳은 방향으로 나아가고 있다는 점”이라고 강조했다.

이번 대회를 마친 후 정몽규 대한축구협회 회장과 거취에 대한 이야기를 나눴느냐는 질문에는 "현지에서 두 번 정도 만났다. 대회에 대해 이야기를 많이 나눴다”며 “보완할 부분에 대해 이야기 중이며, 곧 있을 태국과의 월드컵 예선전을 준비할 것”이라고 답했다. 대표팀 사령탑에서 자진 사퇴하지 않겠다는 뜻을 다시 한 번 내비친 셈이다.

그는 이후에도 미국 자택에 근거를 두고 유럽을 오가며 대표팀을 이끌 것이란 점도 분명히 했다. 그는 “한국의 많은 사람들이 나와 다른 생각을 갖고 있다는 것은 알고 있다. 그 비판은 존중하지만, 나의 일하는 방식은 바뀌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당장 다음주 미국으로 출국할 계획도 밝혔다. 클린스만 감독은 “다음주 출국해 (자택에서) 짧게 휴식한 뒤 유럽으로 넘어가 유럽파 선수들의 컨디션을 보려 한다. 3월 태국과의 월드컵 예선을 앞두고 있기에 많은 시간을 비우고 있을 수 없다”고 전했다.

대표팀 주장 손흥민(토트넘)이 요르단전이 끝난 뒤 향후 대표팀 차출과 관련해 의미심장한 말을 남긴 것과 관련해서는 “손흥민과는 지속적으로 문자를 나누고 있다”며 "3월에도 그는 주장으로 합류할 것이다. 아쉽게 아시안컵을 들어 올리지는 못했지만 소속팀에서도 우승할 수 있는 기회가 있을 것이라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편 일부 팬들은 인터뷰 도중 엿을 던지며 “이게 축구냐”며 강하게 항의하다 경호원에게 제지 당했다. 인터뷰를 마친 뒤 공항을 빠져나갈 때에도 팬들이 욕설과 함께 “집으로 돌아가라”고 외쳤다.


박주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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