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세계약 갱신했는데 돌연 "보증금 돌려달라"... 계약 해지는 언제부터?

입력
2024.02.09 09:00
수정
2024.02.12 09: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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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법 "계약 갱신 뒤 해지 통지 후 3개월"

5일 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모습. 뉴시스

5일 서울 중구 남산에서 바라본 서울 시내 모습. 뉴시스

임차인이 묵시적으로 갱신한 임대차 계약에 대해 돌연 해지 의사를 밝혀도 임대임이 통지받은 시점 후 3개월이 지나야 계약이 해지된 것으로 봐야 한다는 대법원 판결이 나왔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대법원 1부(주심 서경환 대법관)는 임차인 A씨가 임대인 B씨를 상대로 제기한 임대차보증금 반환 청구 소송에서 원고 패소 판결한 원심을 깨고 지난달 11일 사건을 서울고법으로 돌려 보냈다.

A씨는 2021년 1월 4일 보증금 2억 원에 월세 168만 원을 내고 살던 서울 강남구 한 아파트의 임대차 계약을 갱신해달라고 집 주인에게 내용증명을 보냈다. 계약 만료 예정일은 3월 10일이었는데, 집 주인 B씨가 이에 답하지 않아 계약은 묵시적으로 갱신됐다. 묵시적 갱신은 임차인과 임대인 둘 다 계약 종료나 변경의 의사를 밝히지 않을 때 전 계약과 동일한 조건으로 다시 임대차 계약을 연장한 것으로 보는 것을 뜻한다.

그런데 A씨가 같은 해 1월 28일 돌연 갑자기 계약 해지를 통보하는 내용증명을 보내 이튿날 B씨에게 도달했다. A씨는 이어 4월 26일 B씨에게 "보증금 2억 원과 장기수선충당금 70만8,360원을 돌려달라"는 내용증명을 전송했다. 장기수선충당금은 공동주택을 안전하게 사용하기 위해 필요한 주요 시설의 교체 및 보수 등에 관해 수립하는 장기수선계획에 따라 주택 소유자로부터 징수하여 적립하는 돈으로, 소유주가 부담해야 한다. B씨는 이해 6~7월 A씨의 요구 중 일부 월세 등을 제외하고 보증금 일부를 돌려줬다. A씨는 받아야 할 돈을 덜 돌려받았다며 소송을 제기했다.

법원에선 계약 해지 시점이 쟁점이 됐다. A씨는 B씨가 계약 해지를 통보하는 내용증명을 전달받은 날로부터 3개월이 지난 시점(2021년 4월 30일)부터 계약이 해지됐다고 봤지만, B씨는 A씨가 갱신된 임대차 계약이 시작되는 2021년 3월 10일부터 3개월이 지난 시점(2021년 6월 9일)부터 계약이 끝난 것이라고 맞섰다.

하급심 판단은 갈렸다. 1심 재판부는 A씨 주장을 받아들였으나 항소심 재판부는 이와 정반대로 판단했다. 항소심 재판부는 "주택임대차 보호법에 따르면 묵시적 갱신에는 '임대차 기간이 끝난 때에' 임대차가 갱신된 것으로 보고 있고, '계약이 갱신된 경우' 계약을 해지할 수 있도록 정하고 있다"며 "이는 임차인에게 '갱신된 임대차계약'의 해지권한을 부여한 것으로 임차인이 언제든지 계약종료 권한을 부여받은 것으로 볼 근거가 없다"고 밝혔다.

대법원은 A씨 손을 들어줬다. 재판부는 "갱신요구에 따라 갱신의 효력이 발생한 경우 임차인은 언제든지 계약 해지 통지를 할 수 있고 해지 통지 후 3개월이 지나면 그 효력이 발생한다"며 "갱신된 임대차계약 기간이 개시되기 전에 계약해지의 통지가 임대인에게 도달했더라도 마찬가지"라고 밝혔다.

박준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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