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의힘, 尹 대담에 발맞춰 '명품백→파우치' '김건희→김정숙' 프레임 전환

입력
2024.02.08 17:0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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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동훈 "국민적 우려에 尹도 공감한 듯"

7일 오후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신년 대담 방송을 시청하고 있다. 뉴스1

7일 오후 서울역 대합실에서 시민들이 윤석열 대통령의 신년 대담 방송을 시청하고 있다. 뉴스1

국민의힘이 김건희 여사의 명품백 수수 논란에 대한 프레임 전환에 나섰다. 윤석열 대통령 신년 특별대담에 발맞춰 '정치공작'을 부각시키는 한편, 문재인 전 대통령 부인 김정숙 여사에 대한 의혹 제기로 맞대응에 나선 것이다. 김건희 여사를 겨냥한 포화의 강도를 낮추겠다는 의도로 풀이된다. 대담 이후 '명품백' 대신 '파우치' '그 물건' 등의 표현을 쓰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은 8일 서울 노원구 중계동 백사마을에서 연탄 나눔 봉사활동을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그 사안(명품백 논란)에 대한 재발방지 등 다른 여러 사안에 대해서 대통령께서 진솔한 자기 생각을 말씀하셨다 생각한다"며 "국민적 우려가 있다는 점에 대통령도 공감하신 것 같다"고 평가했다. 이어 "여러 가지 시스템적인 보완을 용산 대통령실에서 준비하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했다.

한 위원장은 또한, 정치공작이란 입장을 다시금 강조했다. 그는 "정치공작은 맞지 않나. 정치공작이 아니라고 제가 말한 적은 한 번도 없다"고 했다. 이어 '명품백'을 "그 물건"이라고 지칭, "처음부터 '그 물건'을 사서 공작하는 과정을 시계 몰카(몰래카메라)로 찍은 것이지 않나. 그것을 지금까지 갖고 있다가 총선을 즈음해서 터뜨린 것"이라고 설명했다. 전날 윤 대통령의 특별대담에선 '파우치'란 용어가 사용됐다.

박은식 비대위원도 거들었다. 그는 이날 열린 비대위 회의에서 "매정하게 끊지 못한 것이 좀 문제라면 문제"라는 윤 대통령 발언을 언급, "저도 같은 생각이다. '파우치'를 사용하지 않고 보관하고 있었더라도 애초에 단호하게 거절했더라면 하는 아쉬움이 있다"고 말했다.

박 비대위원은 김정숙 여사 의혹을 보다 분명히 제기했다. 그는 "민주당은 (김정숙 여사의) 타지마할 여행 및 의상 논란에 반성의 목소리를 내셨나"라며 "윤 대통령께서 제2부속실 설치와 특감 제도를 언급한 만큼 더 이상의 정쟁은 지양했으면 좋겠다"고 했다.

홍준표 대구시장도 페이스북에 "대통령 전용기를 나 홀로 타고 타지마할 관광을 갔다 온 퍼스트레이디도 있었다"며 김정숙 여사를 겨냥했다. 홍 시장은 "그건 당시 쉬쉬하며 그냥 묻었는데, 오랜 지인이 준 가방 하나가 나라를 뒤흔들고 있다. 이제 그만들 좀 했으면"이라고 했다.

한 중진 의원은 "대통령의 대담은 김 여사 처신이 잘못됐음을 인정한 게 컸다"며 "사실상의 사과나 다름없다"고 설명했다. 이어 "(입장 표명이) 조금 부족하지만, 더 시비 걸긴 어려울 것 같다"고 말했다.

다만 대통령 대담 내용을 "부적절했다"거나 "아쉬웠다"고 평가하는 목소리도 적지 않다. 김건희 여사를 프랑스 대혁명 시기 마리 앙투아네트에 빗댔던 김경율 비대위원은 "대통령께서 계속 '아쉽습니다'라고 했는데 저도 같은 말씀을 반복하겠다"며 "아쉽습니다"라고 했다. 사실상 사과가 없었기 때문에 부족하다는 뜻을 에둘러 표현한 것으로 읽힌다. 한 수도권 의원은 "제발 저렇게 안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한 걸 그대로 하니, 답답해 죽겠더라"라며 "민심을 더 들쑤셔 놓은 것 같다"고 지적했다.

김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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