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종석 공천'에 두 쪽 난 친문-친명... "이재명 수습해야"

입력
2024.02.08 19:00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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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명, 任 향해 '대선 패배 책임' 불출마 압박
친문 "대선 진 건 후보" '이재명 책임론' 역공
"친문 고사 작전" 반발, 헤게모니 대결 양상
任 "여기서 더 가면 용서 못 받아" 통합 당부

문재인(오른쪽) 대통령과 임종석 비서실장이 2018년 9월 4일 청와대에서 진행된 최영애 신임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임명장 수여식에 입장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문재인(오른쪽) 대통령과 임종석 비서실장이 2018년 9월 4일 청와대에서 진행된 최영애 신임 국가인권위원회 위원장 임명장 수여식에 입장하고 있다. 고영권 기자

문재인 정부 초대 대통령 비서실장인 임종석 전 실장의 출마 거취더불어민주당 공천에 복병으로 부상 중이다.

'대선 패배 책임론'을 앞세운 친이재명(친명)계의 불출마 압박에, '이재명이 진 선거'라며 친문재인(친문)계가 맞서는 소위 '문명대전'이 확전일로다. 게다가 임 전 실장이 당내 86세력의 '맏형'이라는 점에서, 친명과의 헤게모니 대결로까지 전황이 번져가고 있다. 이재명 대표가 상황 수습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지만, 이 대표는 일단 침묵 중이다.

"문재인 때문에 대선 졌다"는 친명, 임종석 불출마 압박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일 경남 양산시 평산마을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를 찾아 문 전 대통령과 인사 나누며 피습당한 목의 흔적과 관련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양산=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일 경남 양산시 평산마을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를 찾아 문 전 대통령과 인사 나누며 피습당한 목의 흔적과 관련한 대화를 나누고 있다. 양산=뉴시스

현재 친명계가 '임종석 불출마'의 명분으로 삼는 건 두 가지다. ①문재인 정부가 윤석열 정부 탄생에 기여한 만큼 누군가는 책임을 져야 한다는 것 ②86운동권 세력은 이제 그만 물러날 때가 됐다는 것이다.

친명계 지도부 인사는 "촛불정부가 5년 만에 막을 내리게 된 배경에 문재인 정부의 부동산 가격 폭등, 조국 사태 등 분명한 실책이 있지 않느냐"며 "임종석·노영민 전 비서실장 두 사람 정도는 책임지는 모습을 보여야 선거를 이길 수 있다"고 말했다. '대선 패배 책임론'이다.

또 다른 친명계 의원은 "86 운동권 인사들은 처음부터 양지로 들어와 꽃길만 걸었다"며 "이제는 희생할 때도 됐다"고 했다. '86 운동권' 교체 요구가 높은 상황에서 '맏형'인 임 전 실장이 쇄신의 물꼬를 터야 한다는 논리다.

"고사작전이냐" 반발 친문, "대선 진 이재명이 책임져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일 경남 양산시 평산마을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를 찾아 문 전 대통령과 부둥켜 안으며 인사 나누고 있다. 양산=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일 경남 양산시 평산마을 문재인 전 대통령 사저를 찾아 문 전 대통령과 부둥켜 안으며 인사 나누고 있다. 양산=뉴시스

친문계는 "친문 고사 작전의 신호탄"이냐며 반발 수위를 높이고 있다. 문재인 정부에서 청와대 대변인을 지낸 고민정 의원은 "친문계의 대표적 인물 중 하나가 저인데 저도 총선 나오지 말라는 이야기인가"(BBS 라디오)라고 발끈했다.

'대선 패배 책임론'에 대해서도 '이재명 책임론'으로 역공에 나설 태세다. 한 친문계 의원은 "모든 선거는 기본적으로 후보가 치르는 것"이라며 "윤석열 정부 탄생 일등공신이 이재명 대표 아니면 누구냐"고 쏘아붙였다. 비이재명(비명)계 의원은 "선거는 결국 본선 경쟁력이 핵심인데 친문이라고 무조건 자르고, 그 자리에 이름 없는 친명을 내리꽂아서 지면 누가 책임질 거냐"고 답답해했다.

'문명대전' 확산 일로... "이재명이 갈등 수습해야"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2일 서울 여의도 국회에서 열린 최고위원회의에 참석하고 있다. 뉴시스

당내에선 이재명 대표가 나서야 한다는 요구가 높다. '문명대전'이 본격적으로 확산되기 전에 교통정리를 할 필요가 있다는 것이다. 문재인 정부에서 국정상황실장을 지낸 윤건영 의원은 MBC 라디오에 나와 "이 상황을 그대로 두면 이 대표가 동의하고 있다는 오해를 받을 수 있다"며 "당의 단합과 단결을 해치는 문제가 있다면 대표와 지도부가 나서 설득하고 정리해야 한다"고 말했다.

임 전 실장은 지난해 초부터 이 대표와 별도 면담을 요청했으나, 이 대표 측의 회신은 없는 것으로 전해졌다. 임 전 실장은 페이스북에 "여기서 더 가면 친명이든 친문이든 당원과 국민께 용서받지 못한다"며 당 지도부를 향해 통합 행보를 촉구했다.





강윤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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