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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톡옵션 대신 RSU"...한화, '나중에' 주식 주는 성과 보상제 모든 계열사로 확대

입력
2024.02.08 08:00
14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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장기 성과 보상제도
팀장급까지 RSU 선택할 수 있게 확대
"RSU가 경영권 승계에 불리"

한화 로고. 한국일보 자료사진

한화 로고. 한국일보 자료사진


한화그룹이 일부 계열사에 도입해 운영 중인 '양도제한조건부주식'(RSU·Restricted Stock Units) 제도를 전 계열사로 확대하기로 했다. RSU는 성과를 현금으로 즉시 보상하는 대신 나중에 성과를 내면 그때 주기로 미리 약속하고 일정 기간이 지난 뒤 자사 주식을 주는 장기 성과 보상 제도다.



한화그룹은 7일 ㈜한화, 한화에어로스페이스, 한화솔루션 등 계열사 임원에 시행 중인 RSU 제도 대상을 내년부터 전 계열사 팀장급 직원까지 확대한다고 알렸다. 팀장급 이상 직원은 현금 보상이나 RSU 보상제도 중 하나를 선택(RSU 선택형 제도)할 수 있게 할 계획이라고 이 회사는 설명했다. 한화는 임직원 설명회와 타운홀 미팅, 토론회 등 의견 수렴과 법적 검토 등을 충분히 거쳐 순차적으로 RSU 성과보상제를 확대 시행하기로 했다.

RSU는 국내에 낯설지만 미국 등에서는 이미 스톡옵션 제도를 대체하고 있다. 2003년 마이크로소프트(MS)가 처음 적용했고 테슬라, 애플, 아마존 등도 인재들을 회사에 오래 붙잡아 두기 위해 이 제도를 활용하고 있다. 스톡옵션 제도는 단기 실적을 올린 뒤 보상으로 받은 회사 주식을 팔고 떠나는 부작용이 컸지만 RSU는 능력 좋은 직원을 장기간 잡아 둘 수 있게 해 좋은 대안으로 여겨졌다. 한화는 2020년 국내 상장사 중 처음 일부 계열사에 RSU를 도입했다.

한화그룹은 RSU 제도가 주주가치를 높이는 데 효과가 있다고 설명했다. 임직원이 주인의식을 갖고 회사의 장기 발전에 이바지하게 해 지속가능한 회사의 성장을 통해 주주가치를 높이는 선순환이 가능하다는 것이다. 특히 한화는 최고 경영진에게 다른 임직원보다 더욱 긴 10년이라는 가득기간(vesting period)을 줘서 장기적 관점에서 책임 경영에 힘쓸 수 있다고 설명했다. 한화는 직급, 계열사 상황 등에 따라 5~10년 미뤄서 RSU를 지급한다.



"RSU가 경영권 승계에 오히려 불리"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지난달 17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연차총회에서 한화오션의 비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김동관 한화그룹 부회장이 지난달 17일(현지시간) 스위스 다보스에서 열린 세계경제포럼(WEF) 연차총회에서 한화오션의 비전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연합뉴스


한편 한화그룹은 RSU 제도가 김동관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다는 일각의 문제 제기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일부 전문가들은 스톡옵션은 법에 의해 대주주와 특수 관계인에게는 줄 수 없도록 제한돼 있지만 RSU는 아직 법 제한 규정이 없어 대주주에게 지급 가능하고 주주총회 의결 의무도 없다는 점을 지적해 왔다.

한화는 "RSU가 기존 단기성과급 지급 방식과 비교해 오히려 경영권 승계 측면에서 불리하다"며 "RSU 제도에 따라 김동관 부회장이 2040년까지 취득하는 ㈜한화의 주식은 1%대에 불과하다"고 설명했다.

손명수 한화솔루션 인사전략담당 임원은 "RSU는 회사의 장기적 성장과 주주 가치 제고를 위해 도입된 성과 보상 시스템"이라며 "회사의 장래 가치에 따라 개인의 보상 규모가 늘어날 수 있기 때문에 회사, 임직원, 주주가 모두 윈윈할 수 있다"고 말했다.

강희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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