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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도 살구싶다구구구구~ '천덕꾸러기' 된 비둘기의 비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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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심 속 인간과 동물의 접점이 늘어나면서 이로 인한 갈등과 피해가 생기고 있습니다. 갈등의 배경 및 인간과 동물 모두의 피해를 줄일 수 있는 해결책을 논의하고자 합니다.
#1. 서울 강동구에 사는 우모(70)씨는 15년째 자신의 집 옥상을 찾는 비둘기에게 매일 밥과 물을 챙겨주고 있다. 우씨가 처음부터 비둘기에 관심을 둔 것은 아니다. 우연히 주운 새끼 참새를 1년간 기르고 방생한 뒤 길에 보이는 참새들에게 밥을 주기 시작했는데 이때 모여든 비둘기들에게 측은지심이 생긴 것. 그의 옥상을 찾는 비둘기는 50여 마리, 참새는 100여 마리에 달한다. 이곳에서 그를 기다리고 배를 채우고 목욕을 하고 쉬는 새들을 보면 밥과 물을 챙기는 일을 하루도 빼먹을 수가 없다고 했다.
우씨는 새들에게 밥을 주면서 이웃 주민과의 갈등도 겪었다. 한 주민이 독을 섞은 것으로 추정되는 비둘기 기피제를 그의 옥상과 마당에 던져놓는 일이 발생한 것. 이로 인해 비둘기들이 목숨을 잃기도 했다. 그는 "최근 법 개정으로 비둘기 밥 주는 것에 과태료 부과가 가능해졌다"며 "비둘기들은 어디서 밥을 먹으라는 건지, 또 법 개정으로 비둘기에 대한 학대도 더 심해지는 것 아닌지 우려된다"고 전했다.
#2. 인천 남동구에 사는 장에스더(62)씨는 공원에서 고양이 밥을 챙기는 케어테이커다. 고양이 밥에 비둘기가 모여든다는 항의를 받게 되면서 처음에는 비둘기가 원망스러웠다. 그러던 중 장씨가 활동하는 인천 남동구 동물보호연대가 시작한 불임 모이 사업에 대해 알게 되면서 2021년 가을부터 매일 정해진 시간에 비둘기에게 불임 모이를 주고 있다.
비둘기들은 불임 모이를 급여한 첫째 날을 제외하고는 잘 먹고 있다. 모이를 따로 챙겨준 이후에는 고양이 밥도 먹지 않는다고 한다. 이곳에는 장씨 이외에 비둘기 밥을 주는 이들도 많다. 장씨는 "불임 모이를 준 이후 주변 시민들로부터 비둘기 수가 줄었다는 얘길 듣는다"며 "불임 모이 사업을 홍보하기 시작하면서 다른 시민들과의 갈등도 줄었다"고 전했다. 이어 "한때는 비둘기 집을 지어주는 운동도 했는데 어느 순간 비둘기가 유해조수가 됐다"며 "이젠 밥도 주지 말라니 사회가 야박해진 것 같다"고 아쉬워했다.
지난해 12월 20일 야생생물 보호 및 관리에 관한 법률(야생생물법)이 개정되면서 동물보호단체가 반발하고 나섰다. 지방자치단체장이 조례로 유해 야생동물 먹이 주기를 금지하거나 제한할 수 있도록 하고 위반 시 과태료를 부과할 수 있도록 하는 내용을 담았는데, 당장 비둘기가 적용 대상으로 언급되고 있어서다. 한국동물보호연합과 승리와 평화의 비둘기를 위한 시민 모임은 "비둘기를 굶어 죽이는 것에 반대한다"며 "개체 수 조절을 위해서는 해외에서 이미 시행하고 있는 불임 모이 급여를 도입해야 한다"고 제안했다.
지금은 뚱뚱해서 날지 못한다는 의미를 담은 '닭둘기'라는 별명으로 불릴 정도로 처량한 신세가 됐지만 수십 년 전까지만 해도 비둘기는 평화의 상징으로 칭송받았다. 1980년대에는 교황 미사 등 각종 행사에 비둘기를 날려 보냈고, 1988년 서울하계올림픽 준비를 위해 비둘기 기르기를 장려까지 했다. 국립생물자원관이 2021년 발간한 집비둘기 관리방안 수립 연구 보고서를 보면 각종 행사에 방사된 비둘기는 다른 조류에 비해 비교적 번식성공률이 높아 수가 늘면서 건물 부식, 문화재 훼손 등의 문제를 야기했다. 이 같은 이유로 비둘기는 결국 2009년 유해야생동물로 지정됐다.
실제 비둘기 수와 민원은 늘어나고 있을까. 환경부와 각 지자체는 민원이 발생하는 지역을 중심으로 비둘기 관리 지역을 선정하고, 개체 수를 파악하고 있다. 이에 따르면 비둘기 수는 2018년 4만7,268마리에서 2021년 2만7,589마리까지 줄었다가 2022년 3만5,967마리로 다시 늘었다. 반면 민원은 2018년 1,931건에서 지속적으로 늘면서 2022년에는 2,818건을 기록했다. 지역별로 살펴보면 유독 서울이 눈에 띈다. 개체 수는 같은 기간 3,267마리에서 9,498마리로, 민원 수 역시 434건에서 1,315건으로 각각 늘었다. 특히 전체 민원의 절반이 서울에서 발생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전국에 사는 비둘기 수는 얼마나 되고, 또 어디에 많이 살고 있는지를 알아봤다. 국립생물자원관에 따르면 개체 수는 최소 18만3,334마리에서 최대 29만5,507마리로 추정된다. 지역별로는 경북, 서울 순으로 개체 수가 많았다. 유형별로 나눴을 때 관찰이 가장 많이 된 곳은 습지 등 초지 지역이었고 문화·체육·상업시설 등 시가화건조지역이 뒤를 이었다.
민원(72개 지자체 설문 조사)의 종류를 보면 배설물∙깃털(41%)이 가장 많았는데 심미적 원인은 27%, 기타도 20%나 됐다. 기타에는 다친 비둘기를 구조하거나 먹이를 주는 주민과의 갈등이 포함돼 있다. 반면 지자체의 대응 방안은 다양하지 못했다. 주된 조치 사항은 먹이제공금지 안내문 설치 등 현장 계도가 31%로 가장 많았고 기피제가 27%로 뒤를 이었다. 특히 서울, 인천, 부산 등 민원이 많은 대도시의 경우 현장 계도가 대부분이었다. 반면 구조물 설치(9%), 알둥지 제거(3%), 포획(3%) 등은 상대적으로 낮은 비중이었는데 전북, 전남, 경남, 충북 등에서 시행되고 있었다.
동물단체들은 먹이주기 금지보다 불임 모이 급여를 제안하고 있다. 실제 미국, 이탈리아, 스페인 등 해외에서도 시도된 바 있는데 대체로 효과가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국내에서는 인천 남동구 동물보호연대가 2021년 10월부터 남동구청 평생학습관 사업의 일환으로 '비둘기 개체 수 조절을 위한 불임 모이 공급 및 AI를 활용한 통계자료 제작 사업'을 시행 중이다. 이지현 인천 남동구 동물보호연대 대표는 "미국 불임 모이 사료회사로부터 사료를 구입해 급여하고 있다"며 "2, 3년은 급여해야 효과를 볼 수 있다고 해 올해까지 데이터를 수집하고 내년쯤 결과를 발표할 것 같다"고 설명했다.
반면 정부와 전문가는 불임 모이 급여에 대해서는 다소 회의적이다. 곽정규 환경부 생물다양성과 사무관은 "불임 사료는 집비둘기뿐만 아니라 다른 야생동물 등 주변 생태계에 영향을 줄 위험이 있고, 개체 수 조절 효과도 불명확한 측면이 있어 충분한 사전 연구를 통해 검토돼야 한다"고 말했다. 남형규 국립생물자원관 국가철새연구센터 연구사도 "집비둘기 이외에 (국내에서 불임 모이 급여 시 비둘기와 함께 먹는 것으로 알려진) 까치, 참새 등에도 피해를 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방법에 차이는 있지만 비둘기의 개체 수를 조절해야 한다는 데는 의견이 일치한다. 사람과 비둘기의 생활권이 겹쳐 문제를 야기하는 것도 있지만 비둘기 간 경쟁으로 개체의 복지가 떨어질 수도 있다. 또 경기 연천, 전남 구례 등 일부 지역에 지난해 기준 175마리만 남은 멸종위기 야생생물 2급인 양비둘기와의 교잡 문제도 지적되고 있다. 강승구 국립생태원 멸종위기종복원센터 선임연구원은 "집비둘기와 양비둘기는 근연종이라 교잡이 가능한데 이 교잡이 지속적으로 일어나고 있다"며 "양비둘기 수가 얼마 되지 않기 때문에 보존하지 않으면 결국 집비둘기에 흡수돼 버리게 된다"고 우려했다.
그렇다고 비둘기가 무작정 혐오나 포획 대상이 돼서는 안 된다. 김봉균 충남야생동물구조센터 재활관리사는 "유해야생동물이라고 해도 도움이 필요한 동물들은 구조해 치료하고 있다"며 "동물에 대한 개입이나 평가는 그들이 인간에게 끼치는 영향을 객관적으로 분석한 자료에 입각해야 하며, 특히 혐오에서 비롯되는 차별은 해선 안 된다"고 지적했다.
조희경 동물자유연대 대표도 "야생동물에게 먹이를 주는 것은 신중해야 한다"면서도 "야생동물로 인해 불편함이 생긴다면 무조건 제거나 혐오가 아닌 이를 최소화하고 함께 살아가기 위한 노력부터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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