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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뒷목 아파요" 딸 한마디에...아빠의 사랑으로 '디지털 책상' 진화 이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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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빠, 뒷목이 아파요
한상욱 한샘 학생서재팀장
한샘 학생서재팀에서 아이∙학생방 가구 개발에만 13년을 쏟아부은 한상욱 팀장의 딸이 초등학교 1학년이던 지난해 가장 많이 한 말이라고 한다. 그는 이때만 해도 딸에게 자신이 쓰던 책상을 물려줬다. 넓은 상판을 다리 4개가 지탱하는 특별한 기능은 전혀 없는 평범한 책상이었다. 한 팀장은 "딸이 물려받은 책상에서 태블릿PC를 하든, 책을 보든, 그림을 그리든 목덜미가 아프다고 하길래 왜 그런 자세가 나왔는지 고민됐다"고 당시를 떠올렸다.
마침 지난해는 한 팀장이 한샘의 주력 아이∙학생방 책상 시리즈인 '조이S2'를 개발하던 시점이었다. 한 팀장은 딸의 학습 패턴에 주목했다. 태블릿PC를 이용해 학습하는 습관이 유치원 때부터 스며들어 있는데 유독 책상에 앉아 태블릿PC를 이용할 때 고개를 숙이는 자세가 만들어지는 걸 발견했다. 한 팀장은 "책상 높이와 각도를 조절할 수 있는 '매직 데스크'는 이미 판매되고 있었다"며 "하지만 이것만으로는 책상에서 태블릿PC를 사용하는 딸 또래들에게 완전히 편한 환경을 제공하는 건 아니었다"고 했다.
한 팀장은 '허리와 목을 세운 자세'로 태블릿PC 등을 사용할 수 있는 방법을 끄집어내는 데 집중했다. 한 팀장이 내놓은 해결책은 '거치대'였다. 일종의 독서대가 소모품으로 팔리고 있는데 대형 가구 회사가 이런 제품을 만들어야 하는지 팀 안에서도 의견이 갈렸다. 그럼에도 한 팀장은 "필요하다"고 마음을 굳히고 기존에 높이와 각도를 조절할 수 있는 책상 여기저기에 꽂을 수 있는 거치대를 만들었다.
거치대 전략은 성공했다. 태블릿PC를 이용해 공부할 때 고개를 숙이지 않아도 되는 건 물론이고 더 많은 쓰임새로 활용이 가능했다. 실제 한 팀장의 딸은 조이S2 상판 높이를 끝까지 위로 올리고 각도를 조절해 거치대를 꽂은 뒤 거치대에 '악보'를 올리기도 한다. 이때 시선은 정확히 악보를 향하면서도 서서 바이올린을 연습할 수 있는 자세가 만들어지는 것이다. 한 팀장은 "거치대 하나로 디지털 학습에 효과적으로 대응하면서도 아이 스스로 책상을 다양한 형태로 활용할 수 있게 했다"고 설명했다.
한 팀장은 디지털 트렌드가 책상의 영역까지 넘어올 것이라고 이미 17년 전부터 예상했다. 한 팀장은 "2000년 초반만 해도 커다란 CRT 모니터가 주를 이뤄 책상에서 학습용으로 사용할 수 없었다"며 "그런데 2007년쯤부터 'PMP(휴대용 동영상 플레이어)'로 인터넷 강의를 듣기 시작하면서 노트북과 모바일을 이용한 학습 시대가 열렸다"고 설명했다. 이어 그는 "시대가 바뀌고 학습 환경이 변하는데 이에 걸맞은 책상을 만들어야 한다는 고민을 그때부터 했다"고 덧붙였다.
한 팀장의 고민은 조이S2 여기저기에 녹아 있다. 일단 '콘센트의 위치'에 신경을 썼다. 한 팀장은 "전선 여러 개가 책상을 오가면 공간을 차지하니 가장 짧은 거리로 전력 공급을 해결할 수 있느냐가 관건이었다"고 했다. 조이S2의 콘센트는 책상 오른편 손이 잘 닿는 위치에 있다. 언제든 필요할 때 충전기를 꽂을 수 있게 한 것이다. 그리고 이 콘센트 뒤쪽으로는 공간이 비어 있는데, '상시 전력 공급'이 필요한 기기를 위해 멀티탭을 사용할 때 활용하면 된다. 여기에 책상 안쪽에는 '선반'도 있는데 콘센트 바로 위에 있는 선반의 폭이 더 넓게 설계됐다. 웬만한 모니터는 안정적으로 올려두고 전선 배치를 최대한 짧게 하려는 의도다.
소비자들의 반응도 꽤 좋았다. 보통 아이∙학생방 가구 계약이 집중되는 지난해 12월 중순부터 올해 1월 말까지 조이S2 계약액은 지난해 같은 기간과 비교해 78% 증가했다. 한샘은 아이∙학생방 책상 브랜드인 '조이'를 2012년 처음 선보인 뒤 조이S, 조이S2까지 10년 넘게 꾸준히 개발을 거쳐 명실상부한 스테디셀러 제품에 이름을 올린 것이다. 한샘 관계자는 "디지털 학습 트렌드를 책상에 반영한 점이 효과를 봤다"고 평가했다.
한 팀장은 이번 조이S2의 성과에 만족하지 않는다. "지난해 조이S2 담당 마케터가 상품을 보더니 '더 진화하기 어렵지 않겠냐'고 했지만 그래도 못 만들어 낸 게 무엇인지 생각하게 된다"는 것이다. 이어서 한 팀장은 "과거 CRT 모니터 시대에서는 지금의 책상 환경은 불가능했지만 새로운 형태를 만들어냈듯이 이제는 아예 책상에 디스플레이가 달려 있을 필요가 있다는 상상을 한다"며 "하지만 디스플레이는 학습을 방해하기도 하니 걸림돌이 되지 않으면서 책상에 위치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 고민한다"고 소개했다. 그는 이어 "지금까지 끊임없이 이런 고민의 줄타기를 해 온 결과물이 눈앞에 있는 것"이라며 "앞으로도 계속 줄을 타 볼 작정"이라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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