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의대 요구에 근접한 파격 증원… “지역·필수의료로 견인할 보완책 필요”

입력
2024.02.07 04:30
수정
2024.02.07 08:58
3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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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년부터 의대 정원 2000명 증원>
비수도권 의대 집중, 지역서 60% 선발
2031년 의사 배출, 2035년 1만 명 충원
"비필수의료 유출 막을 강제 장치 필요"
증원→의료 불균형 해소…'선순환 기대'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의대 정원 확대 방안을 설명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이 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브리핑에서 의대 정원 확대 방안을 설명하고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지금이 의료개혁을 위한 마지막 골든타임이다.”(조규홍 보건복지부 장관)

내년도 전국 의과대학 신입생 정원이 2,000명 늘어난 5,058명으로 결정됐다. 증원 규모가 당초 예상됐던 1,500~1,700명 수준을 훌쩍 뛰어넘는다. 의료인력 확충은 의료개혁의 밑거름이라는 점에서 정부가 의미 있는 첫발을 뗐다는 평가가 많다. 다만 늘어난 정원을 비수도권 의대에 집중 배분하겠다는 방침에 더해, 새로 양성되는 의사들을 지역의료와 필수의료 분야로 견인할 수 있도록 법적ㆍ제도적 장치가 보완돼야 한다는 지적이 나온다.

2031년부터 의료인력 매해 2,000명씩 증가

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2024년 제1차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에서 정부위원과 민간위원들이 의대 정원 확대 관련 안건을 심의하고 있다. 위원 중 한 명인 이필수 대한의사협회장의 자리는 비어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6일 서울 종로구 정부서울청사에서 열린 2024년 제1차 보건의료정책심의위원회에서 정부위원과 민간위원들이 의대 정원 확대 관련 안건을 심의하고 있다. 위원 중 한 명인 이필수 대한의사협회장의 자리는 비어 있다. 왕태석 선임기자

6일 보건복지부는 2006년 이후 20년 가까이 묶인 의대 정원(3,058명)을 유지할 경우 2035년에는 의사가 1만5,000명 부족할 것이라는 예측을 토대로 의대생이 의사 가운을 입기까지 걸리는 최소 기간(6년)을 고려해 의대 증원 규모를 산출했다. 내년 의대 신입생이 의사 면허를 취득하는 시기는 2031년이다. 그해부터 의사가 2,000명씩 늘어나면 2035년까지 1만 명이 채워진다. 나머지 5,000명은 의료 수요 관리, 은퇴 의사 활용, 최근 발표한 ‘필수의료 종합 대책’에 따른 인력 재배치 등으로 우선 충당한다.

의료계 안팎에선 정부가 의대생이 실제 의료현장에 투입되는 시점을 기준으로 실리적인 판단을 했다고 평가한다. 특히 증원 규모가 의대들이 요청한 실수요에 근접한 점을 두고는 “기대 이상” “획기적 결정”을 넘어 “쇼킹하다”는 반응까지 나온다. 복지부가 지난해 11월 실시한 수요 조사에서 전국 40개 의대는 2025학년도에 2,151~2,847명, 2030학년도에 2,738~3,953명 증원을 원하는 것으로 나타났지만 실제 그만큼 증원될 것이란 예측은 거의 없었다. 정부의 의료개혁 의지가 그만큼 강하다는 해석이 나온다.

늘어난 정원은 각 대학의 수요와 교육 역량, 지역의료 지원 필요성 등을 고려해 배분하되 비수도권 의대에 집중적으로 배정한다. 대신 비수도권 의대는 지역인재를 60% 이상 뽑도록 할 방침이다. 복지부는 증원 수요를 재확인한 뒤 교육부와 협의해 대학별 정원 규모를 확정할 계획이다. 단, 의대 정원은 고정되지 않고 추후 인구 감소와 고령화 등을 고려해 주기적으로 조정한다. 전남과 경남의 숙원 사업인 지역의대가 신설되면 정원이 더 늘어날 수도 있다. 정형준 보건의료단체연합 정책위원장은 “증원된 2,000명을 제대로 배분하지 않는다면 결국엔 수도권 의대와 대형병원만 이득을 보게 될 것”이라고 우려했다.

증원보다 필수의료 인력 확보가 중요

정부가 2025학년도 의대 입학 정원 2,000명 확대를 발표한 6일 서울 한 의과대학의 모습. 이한호 기자

정부가 2025학년도 의대 입학 정원 2,000명 확대를 발표한 6일 서울 한 의과대학의 모습. 이한호 기자

일단 첫 단추는 잘 뀄지만 세부 계획이 더 중요하다. 지역의대가 성장하고 의사 수가 늘어난다고 해서 붕괴된 지역의료ㆍ필수의료가 절로 되살아나는 건 아니기 때문이다. 정부가 필수의료 종합 대책을 통해 의료사고 안전망 확보, 필수의료 보상 강화, 지역 근무 시 장학금과 정주비용 제공 등 여러 유인책을 내놓았지만, 강제성 없는 경제적 혜택만으로는 의사들을 지역에 정착시키기엔 역부족이라는 비판이 많다. 전문가들은 늘어난 의사 인력이 비필수의료로 빠져나가지 않도록 제어할 강력한 수단이 강구돼야 한다고 조언한다.

조승연 인천의료원 원장은 “공공성 확보 없이 인력만 늘리면 성형외과, 피부과, 안과 등 소위 돈벌이 되는 진료과목 쏠림이 더 심화될 것”이라며 “지역인재로 육성한 의사가 지역에 정착할 수 있도록 일정 기간 지역 복무 의무화, 위반 시 면허 제한 같은 벌칙 규정 등을 제도화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김윤 서울대 의대 의료관리학과 교수도 “늘어난 정원을 대학 수요가 아니라 지역에 필요한 의사 수를 기준으로 배정해야 한다”며 “그래야 대학병원부터 동네병원까지 네트워크를 이루며 지역 필수의료 생태계가 제대로 구축될 수 있다”고 진단했다.

일각에선 지역의대 정원이 갑자기 늘어나면 교육의 질을 담보하기 어렵다는 우려도 제기된다. 2014~2023년 지역의대 졸업생 1만9,408명 중 46.7%(9,067명)가 서울ㆍ경기ㆍ인천 등 수도권 병원에서 수련 과정(인턴)을 밟았다는 복지부 조사 결과도 있다. 하지만 전병왕 복지부 보건의료정책실장은 “의대들의 추가 교육 역량과 의지에 비춰 증원 희망 수요를 감당할 수 있는 것으로 판단한다”고 설명했다. 조승연 원장은 “대학들이 증원을 원하는 건 투자 의지가 있다는 뜻이고, 기초의학교수 충원과 처우 개선, 교육 인프라 확충 등 선순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며 “의대 증원은 의료 불균형이 정상화되는 단초가 돼야 한다”고 조언했다.

김표향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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