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통사들은 왜 갤럭시S24 출시 일주일 만에 공시 지원금 또 올렸나

입력
2024.02.07 04:30
1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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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신3사, 갤럭시S24 시리즈 출시 1주 만에 지원금 인상
최고 요금제서 최대 57만 5,000원 혜택
"그래도 선택 약정이 여전히 유리"
방통위, 통신사·삼성전자 "지원금 올려라" 거듭 요청

이동통신 3사가 삼성전자의 주력 스마트폰인 갤럭시 S24 시리즈 공시 지원금을 동시에 올린 6일 서울의 한 휴대폰 판매점에 갤럭시 S24 관련 홍보 현수막이 걸려 있다. 연합뉴스

이동통신 3사가 삼성전자의 주력 스마트폰인 갤럭시 S24 시리즈 공시 지원금을 동시에 올린 6일 서울의 한 휴대폰 판매점에 갤럭시 S24 관련 홍보 현수막이 걸려 있다. 연합뉴스


①SK텔레콤=최대 48만9,000원 ②KT=최대 48만 원 ③LG유플러스=최대 50만 원


6일 통신업계에는 매우 특이한 일이 벌어졌다. 국내 이동통신 3사가 삼성전자의 최신 스마트폰 갤럭시 S24 시리즈에 대한 공시 지원금을 같은 날 경쟁적으로 올린 것. 소비자들이 새 스마트폰을 좀 더 싸게 살 수 있게 하는 게 공시 지원금인데 이미 결정한 지원금 액수를 이처럼 짧은 시간에 올리는 건 이례적이다. 이 때문에 최근 정부가 통신사와 스마트폰 제조사인 삼성전자를 상대로 단말기 가격 인하를 압박한 것이 영향을 줬을 것이란 분석이 나온다.

통신업계에 따르면 이날 SK텔레콤·KT·LG유플러스 등 통신 3사는 갤럭시 S24 시리즈 지원금을 상향 조정했다. 성인 기준으로 요금제에 따라 SK텔레콤은 25만∼48만9,000원, KT는 11만5,000∼48만 원을 공시 지원금으로 책정했다. 특히 LG유플러스는 이미 2일에 공시 지원금을 19만4,000∼45만 원으로 올렸는데 이날 최고 5만 원을 더 올려 23만4,000∼50만 원으로 다른 회사들과 키를 맞췄다. 1, 2만 원 차이만으로도 가입자 유치에 큰 영향을 미치기에 공시 지원금 인상 경쟁이 붙은 셈이다.

여기에 더해 유통점에서는 최고 공시 지원금의 15%까지 추가 지원이 가능하다. 따라서 가장 높은 공시 지원금을 책정한 LG유플러스에서 월 13만 원 요금제에 가입하며 갤럭시 S24 시리즈를 사면 최대 57만5,000원까지 할인 혜택을 볼 수 있다.

다만 통신사들은 공시 지원금이 올랐어도 같은 기간(24개월) 기준으로 보면 선택 약정 요금제 이상의 혜택은 아니라고 설명한다. 선택 약정은 공시 지원에 따른 기기 할인을 받지 않는 대신 매월 요금 25% 할인을 보장받는 제도다. 업계 관계자는 "형평성 등을 고려해 선택 약정의 혜택을 넘지 않는 선에서 공시 지원금을 책정한 걸로 보인다"고 말했다. 또 기존에 사전 구매 방식으로 제품을 산 이용자들이 '역차별'을 호소할 것을 고려해 보상책도 검토하고 있다.


단통법 폐지·시행령 개정 등 '기기할인' 드라이브 계속될 듯


통신사별 갤럭시 S24 시리즈 최대 공시 지원금 및 선택 약정 할인 비교.

통신사별 갤럭시 S24 시리즈 최대 공시 지원금 및 선택 약정 할인 비교.


통신사와 삼성전자는 그동안 출시 때 정했던 공시 지원금을 제품의 초기 흥행세가 잦아들 때쯤 마케팅 전략 차원에서 인상해 왔다. 지난해 갤럭시 S23 시리즈의 공시 지원금을 50만 원대로 올린 게 출시 두 달이 지난 4월 중순이었다. 반면 이번에는 정식 출시 후 불과 일주일 만에 공시 지원금이 상승했다. 더구나 갤럭시 S24가 '최초의 인공지능(AI) 폰'을 내세우며 갤럭시 S23을 뛰어넘은 초기 흥행을 보여준 것을 고려하면 이례적이다.




이 때문에 이통 3사의 이례적 공시 지원금 동시 인상에는 정부의 요청이 영향을 줬을 것이란 해석이 많다. 업계에 따르면 방송통신위원회는 지난달 이통 3사 및 스마트폰 제조사인 삼성전자와 차례로 접촉해 갤럭시 S24 시리즈 지원금 상향을 요청했다. 아울러 이날엔 애플과도 만나 아이폰에 대한 지원금 제공을 당부한 것으로 전해졌다. 아이폰 15 프로 시리즈는 지난달 공시 지원금을 최대 50만 원까지 올렸는데 갤럭시 S24가 비슷한 수준까지 공시 지원금을 인상한 이상 더 높은 지원금이 책정될 가능성도 있다.

정부는 최신 단말기 가격 할인을 유도하기 위해 단말기유통구조개선법(단통법) 폐지를 추진하고 이와 별개로 시행령도 통신사들이 보조금을 늘리는 방향으로 바꾼다는 방침을 세웠다. 김홍일 방통위원장은 5일 경기 과천시 정부과천청사에서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단통법과 관련해선 폐지가 확실한 방법이기에 국회를 상대로 단통법 폐지를 위해 노력할 것"이라며 "동시에 이통사 간에 보조금 경쟁을 하도록 시행령 개정을 우선 해 나가려 한다"고 말했다.

다만 최신 단말기의 가격을 떨어트리는 것이 정부가 목표로 하는 '가계통신비 인하' 효과로 이어질지는 미지수다. 공시 지원금은 고가의 요금제에 가입해 휴대폰을 오랫동안 써야 더 많은 지원 혜택이 주어지는 구조라, 불필요한 통신비 부담을 유도하는 결과로 이어질 수도 있기 때문이다. 김주호 참여연대 민생경제팀장은 "공시 지원금 확대는 고가 휴대폰 이용자들만 혜택을 보는 방식"이라며 "전반적인 통신요금 자체를 낮추는 게 모든 소비자에 더 도움이 될 것"이라고 평가했다.

인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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