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간 큰 포항 공무원… 거액 횡령에 에코프로 추진 골프장 '알박기' 의혹

입력
2024.02.08 04:30
수정
2024.02.08 1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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골프장 예정 부지 시 소유 땅 임의 매각
에코프로 측 문의에 포항도 뒤늦게 파악
市, "경위 규명 위해 배임 혐의로 고발"

이동채 회장 일가가 경북 포항시 남구 동해면 일대에 추진 중인 골프장 사업부지 위성지도. 포항시 홈페이지

이동채 회장 일가가 경북 포항시 남구 동해면 일대에 추진 중인 골프장 사업부지 위성지도. 포항시 홈페이지

지자체 소유 부동산을 관리하며 거액을 횡령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진 경북 포항시 공무원이 이동채 에코프로 회장 일가가 건설하려고 하는 골프장 예정 부지의 포항시 땅도 적법 절차를 거치지 않고 팔아넘긴 것으로 드러났다. 포항시는 이 공무원이 땅 매입자와 짜고 골프장 개발 사업이 진행 중인 곳에 미리 땅을 사놓는 소위 ‘알박기’를 한 것으로 보고 경찰에 고발 조치했다.

7일 한국일보 취재를 종합하면, 포항시 재산관리담당 6급 공무원 A씨는 지난해 1월 초, 남구 동해면 입암리 면적 1만7,058㎡의 시 소유 임야를 1억7,058만 원에 두 명에게 넘겼다. 공유재산법(29조)과 포항시 공유재산관리조례(40조)에 따르면 시유지를 매각할 땐 공유재산 심의위원회 심의와 감정을 거친 뒤 경쟁입찰을 해야 한다. 수의계약 땐 인접 토지 소유자에게 우선권을 줘야 한다. 그러나 이 땅을 매입한 두 명은 주변에 땅이 없어 우선 매입 권리가 없다. A씨가 규정을 무시한 채 시유지를 매각한 것이다. 땅 가격도 마음대로 책정했다. 포항시는 시유지를 통상 공시지가의 3배에 팔아왔는데 A씨는 두 배도 안 되는 헐값에 넘겼다.

문제의 땅은 이동채 회장 일가가 골프장을 건설하려는 동해면 일대 땅 254만1,000여㎡의 한가운데 위치해 있다. 이 회장 측은 사업 예정지 내 다른 부지 매입 중 ‘노른자 땅’인 시유지가 제3자에게 팔린 걸 알고 시에 문의해 포항시도 뒤늦게 알게 됐다. 포항시는 A씨 등이 알박기를 한 뒤 이 회장 측에 거액을 요구하려고 이 같은 일을 저지른 것으로 의심하고 있다. 이 회장 측은 골프장을 짓기 위해 2022년 7월부터 포항시와 협의를 했는데 A씨는 이 과정에 참여해 이 회장 측이 매입해 놓은 땅의 지번과 위치를 파악하고 있었다.

이동채 에코프로 회장 일가가 경북 포항시 남구 동해면 일대에 추진하는 골프장의 토지이용계획도. 포항시 홈페이지

이동채 에코프로 회장 일가가 경북 포항시 남구 동해면 일대에 추진하는 골프장의 토지이용계획도. 포항시 홈페이지

일단 포항시는 A씨를 배임 등의 혐의로 고발했고, 땅 임자들이 해당 부지를 다시 매각할 수 없도록 법원에 부동산 처분금지가처분도 신청해 받아들여졌다. 포항시 관계자는 “A씨는 절차대로 팔았다고 주장하나 근거 서류가 없다”며 “A씨가 입을 다물고 있어 정확한 경위는 수사로 밝혀질 것”이라고 설명했다.

경북 포항시청. 한국일보 자료사진

경북 포항시청. 한국일보 자료사진

알박기가 사실로 드러나면 A씨가 시에 손해를 끼친 금액은 눈덩이처럼 불어난다. 앞서 A씨는 시 명의 계좌에서 약 3억 원을 횡령한 혐의로 구속 기소됐다. 이후 조사 과정에서 양파 껍질까듯 다른 혐의가 줄줄이 드러났다. 17억 원을 추가 횡령했다는 의혹은 검찰이 수사 중이고, 시유지를 감정가보다 낮게 팔아 시에 약 10억 원의 손해를 끼친 혐의는 경찰이 수사하고 있다. 박희정 포항시의회 행정사무조사위원장은 “시의회도 철저한 진상 규명에 나설 것”이라며 “포항시는 강도 높은 쇄신 대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포항= 김정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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