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내는 기사
고로쇠나무 수액에 대한 기록
이미 가입된 회원입니다.
만 14세 이상만 회원으로 가입하실 수 있습니다.
사람에게 따뜻함을 주는 반려동물부터 지구의 생물공동체의 지속가능성에 대한 구체적 지식과 정보를 소개한다.
봄이 되면 나무들의 물 올림이 왕성해진다. 특히, 단풍나무와 자작나무과에 속하는 나무들은 줄기에 상처를 내면 많은 양의 수액이 흘러나온다. 그 맛이 달고 부드러워 마시기도 한다. 남쪽의 고로쇠나무를 시작으로 곡우 전후까지 중부 이북지역에서도 여러 종류 나무의 수액을 받아 마신다. 어렸을 적 고향 강원도 양양에서는 '곡우물'로 불렀던 기억이 난다. 우리나라 사람들이 수액을 마시는 단풍나무과 나무 중에는 고로쇠나무와 복자기나무가 대표적이고, 자작나무과의 물박달나무, 거제수나무, 사스래나무 수액도 비슷한 맛이 나고 마실 수 있다.
고로쇠의 어원이 '골리수(골利樹)' 혹은 '골리수(骨利水)'라는 주장도 있지만, 구황식물에 대한 우리나라 옛 기록 어디에서도 수액에 대한 내용을 확인할 수 없다. 다만 일제강점기 발행한 '조선삼림식물도설(1943, 정태현)'과 '조선의 구황식물과 그 식용법(1944, 林泰治)'에 고로쇠 수액을 마신다는 기재가 있지만 언제부터였는지 연원을 알 수 있는 내용은 없다.
봄철에 나무 수액을 마시는 것에 대한 구체적 기록은 1935년 조선약학회에서 발행한 '조선약학회잡지 16권 1호(川口利一, 김기우)'에서 처음 확인된다. 곡우 전후 약 2주간 지리산에서 자라는 자작나무속(屬) 나무(Betula bhojpattra var. typica Shir.) 줄기에 창상을 내서 받은 수액을 영산약수(靈山藥水)라 하며 마셨고, 구례 화엄사에서는 병당 15전에서 20전을 받고 팔았다는 내용이 있다. 이 논문의 나무 학명 Betula bhojpattra는 사스래나무 학명(B. ermanii)의 비합법명이므로 정확한 종은 확인이 필요하지만 사스래나무, 거제수나무, 자작나무 중의 한 종일 가능성이 크다.
조선 후기까지 다양한 증보판으로 발행된 '구황촬요(救荒撮要)'에는 기근을 잊기 위해 하루 1,000번의 침을 모아 삼키고 3되의 물을 마시라는 내용도 있다. 그러면서도 나무의 수액에 대한 내용이 없는 것이 의아하다. 영양이 절대 부족했던 보릿고개엔 당과 무기물이 많은 나무의 수액이 허기를 달래기에도 좋았을 터인데 말이다.
봄철 수액 채취를 나무에 대한 수탈이라며 부정적으로 보는 이들도 있어서인지, 요즘엔 아예 수액 채취를 위해 고로쇠나무를 심고 가꾸는 사람들도 많다고 한다. 며칠 춥더니 갑자기 따뜻해졌다. 엊그제가 입춘이었고 남쪽에서는 꽃소식이 들린다. 시원하고 달큰한 고로쇠물 한잔이 갑자기 당기는 것을 보니 봄인가 보다.
신고 사유를 선택해주세요.
작성하신 글을
삭제하시겠습니까?
로그인 한 후 이용 가능합니다.
로그인 하시겠습니까?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구독을 취소하시겠습니까?
해당 컨텐츠를 구독/취소 하실수 없습니다.
댓글 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