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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일인’관련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에 대한 소고

입력
2024.02.07 04:30
수정
2024.02.07 16:46
25면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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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 대기업 집단 규제의 핵심은 '동일인' 제도이다. '동일인'이란 대기업 집단의 총수를 가리킨다. 그러나 회사 자체가 동일인으로 지정될 수도 있는데, 이때 총수와 그 일가는 다양한 규제를 피할 수 있다. 예컨대 공정거래법상 사익편취 규제 규정은 자연인인 동일인이 지배하는 대기업 집단에만 적용된다.

총수가 존재하지만 회사가 동일인인 경우는 대체로 외국인이 지배하는 기업 집단에서 보인다. 이는 외교 및 통상 갈등에 대한 우려 때문이지만 내국인 역차별 문제도 발생한다. 공정거래위원회는 이러한 비판을 고려하여 동일인을 회사로 지정할 수 있는 '예외 사항'을 정한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안(제38조의 2 신설)을 예고하였다.

아쉽게도 개정안에는 몇 가지 문제점이 있다. 개정안에 따르면 총수의 친족이 '국내' 계열회사 지분을 보유하면 회사는 동일인이 될 수 없다. 그러나 총수의 친족은 통상 '국내' 계열회사 지분을 보유하고 이를 총수의 지배력 일부로 보기에 개정안은 내국인에게 예외 사항을 허용하지 않는 입법 일 수 있다. 반면 외국인 총수의 친족은 '해외' 계열회사 지분을 보유하면서 총수의 '국내' 계열회사 지배에 일조하더라도 회사가 동일인이 될 수 있다. 그렇다면 개정안은 동일인 규제를 피하려 계열회사를 해외에 두거나 상장하려는 유인을 제공하는데 이는 국내 산업과 자본시장 발전을 목표하는 정부 정책과 어긋난다.

또한 회사를 동일인으로 지정하기 위해 총수는 친족이 보유한 '국내' 계열회사 지분을 처분하도록 종용해야 하는데, 이 과정도 문제다. 수많은 친족의 지분 현황을 파악하는 것이 어렵다는 점은 차치하고, 동거 가족 간에도 개인정보 공유를 전제하지 않는 우리나라 개인정보 보호법 체제에서 이것이 적절한 방법인지 의문이다. 그렇다면 친족의 '국내' 계열회사 지분이 있는 내국인 총수는 애당초 개정안의 예외 사항에 적용될 여지가 좁다. 설령 현황을 파악할 수 있더라도 총수 요청에 따라 친족 지분을 처분하는 것은 타인의 투자 활동을 희생하는 것이므로 바람직하지 않다.

요컨대 동일인 규제가 재벌의 전횡에 민감한 한국적 상황에 필요하더라도 국내에 사업장을 두는 외국인을 대한민국 국민보다 우대하는 정책은 재고되어야 한다. 건전한 지배구조를 가진 내국인도 예외적 혜택에서 제외되지 않도록 문호를 넓히는 것이 균형에 맞다.


강상엽 북경대 국제법학원 정교수·한국경쟁법학회 상임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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