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산 주주소송, 엘리엇 ISDS... 이재용 무죄에 다른 대형 재판도 영향

입력
2024.02.07 10:00
1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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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성물산 주주·증선위에는 악영향
엘리엇 등 소송 중 정부엔 희소식
삼성웰스토리 재판도 영향 가능성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5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회계부정·부당합병 관련 1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5일 서울 서초구 서울중앙지법에서 열린 회계부정·부당합병 관련 1심 선고 공판에서 무죄를 선고 받은 뒤 법정을 나서고 있다. 한국일보 자료사진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제일모직(모직)과 삼성물산(물산)의 합병을 통해 불법으로 경영권을 승계하려 했다는 혐의에 대해 1심 법원이 무죄 판결을 내리면서, 정부의 엘리엇과의 국제 소송전 등 다른 여러 재판이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인다.

대표적인 사례가 물산 주주들이 물산과 이 회장 등을 상대로 낸 세 건의 손해배상 청구 소송이다. "이 회장이 불법으로 경영권을 승계해 물산이 피해를 받는 바람에 손해를 봤다"는 게 이들 주장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물산 자회사)가 합병의 불법성을 은폐하기 위해 2015 회계연도에 고의로 분식회계를 저질렀다고 판단한 2018년 증권선물위원회 결정에 대한 타당성 여부도 서울행정법원이 살피고 있다. 두 사안 모두 이 회장의 핵심 혐의와 직결돼 있는데, 이 회장 재판부가 무죄를 썼기 때문에 향후 결론이 어떻게 날지 관심이 쏠리고 있다 .

물산의 대주주였던 미국계 헤지펀드 '엘리엣 매니지먼트'와 정부 간의 국제투자분쟁(ISDS) 소송도 이번 판결과 무관치 않다. 국제상설중재재판소(PCA)는 지난해 한국 정부가 모직과 물산의 합병에 압력을 행사해 주주들에게 손해를 끼쳤다는 엘리엇 주장을 일부 인용해, 한국 정부가 5,358만여 달러(선고 기준 약 690억 원)와 지연이자를 지급하라고 판정했다. 법무부는 영국 법원에 취소 소송을 제기한 상태다. 물산 지분을 보유했던 다른 미국계 헤지펀드 '메이슨 캐피탈'이 2018년 물산-모직 간 합병을 문제 삼아 한국 정부에 2억 달러(접수 기준 2,258억 원)의 배상을 청구한 ISDS 절차도 진행 중이다.

법원 안팎에선 이 회장이 무죄 판단을 받은 것이 삼성 측에는 유리하게 작용할 것으로 보는 시각이 많다. 반대로 물산 주주들에겐 불리하단 얘기다. 이 회장 재판부가 "합병 과정에서 물산 및 물산 주주의 이익이 도외시되지 않았고, 합병을 통한 그룹 지배력 강화 및 경영권 안정화는 물산 및 주주들에게도 이익이 되는 것으로 보인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다. "삼성바이오로직스 측은 회계사들과 올바른 회계처리를 탐색해나갔던 것으로 보인다"며 이 회장의 분식회계 혐의를 무죄로 본 재판부 판단에 증선위도 난감하긴 매한가지다.

외국자본과 정부 간 소송전에서도 정부는 이번 판결을 유리한 정황으로 제시할 가능성이 크다. 해당 소송은 한국 정부의 위법한 개입 여부를 다투는 것이지만, 정부가 '한국 법원은 경영권 승계에 문제가 없다고 판단했다'는 점을 내세울 수 있기 때문이다. 실제 이 회장 사건을 심리한 재판부는 이 회장 등이 해외투자자 등에게 엘리엇의 합병 반대에 대응해 합병의 타당성 등을 홍보한 건 정당했다고 판단했다.

다만, 국제 재판에서 국내 재판을 전적으로 받아들이지 않는 데다가, 최종 확정 판결이 아닌 만큼 속단하긴 이르다.

이밖에 최지성 전 삼성그룹 미래전략실장이 이 회장의 그룹 지배력 강화를 위해 2013~2020년 삼성전자 등 주요 계열사 4곳의 급식 일감을 물산 자회사인 삼성웰스토리에 100% 몰아주는 수의계약을 맺었다는 '삼성웰스토리 급식 일감 몰아주기' 의혹 사건도 영향을 받을 전망이다. "검찰의 주장은 과도한 상상"이라는 최 전 실장 측 입장이 이번 판결로 힘을 받게 됐기 때문이다.

박준규 기자
최다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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