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숙제는 쌓였는데…HMM, 매각 본계약 미뤄지면 어쩌나

입력
2024.02.06 08:00
수정
2024.02.06 09: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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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홍해~이집트, 호르무즈해협 위기 고조
②HMM 소속 얼라이언스 경쟁력 약화
③HMM 해상노조 파업 가능성 커져

HMM 1만1,000TEU급 컨테이너선 블레싱호. HMM 제공

HMM 1만1,000TEU급 컨테이너선 블레싱호. HMM 제공


국내에서 하나뿐인 국적선사인 HMM(옛 현대상선) 매각을 놓고 산업은행·한국해양진흥공사와 하림이 이어 온 협상 시한이 6일로 다가왔으나 양측이 합의에 이르지 못한 것으로 알려지면서 HMM과 국내 해운 업계 앞날에 먹구름이 드리우고 있다.

5일 HMM 매각 우선 협상 대상자인 하림 측은 본계약 가능성을 두고 "성실히 협상에 임해서 본계약을 위해 열심히 노력하고 있다"며 "협상 기간 연장은 매각 측 권한"이라고만 밝혔다.

양측은 산업은행과 한국해양진흥공사가 가진 1조6,800억 원어치 영구채 처리 방안을 두고 입장을 좁히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하림 측은 영구채 주식 전환을 3년 미뤄달라고 주장하고 있지만 산은 측은 이를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으로 전해졌다. 영구채 주식 전환이 유예되면 하림 측 지분이 57.9%로 유지돼 HMM으로부터 받을 수 있는 배당이 늘어나 인수 대금 부담이 줄어든다. "매각 주체 측 권한"을 강조하는 하림의 입장은 산은이 이런 요청에 아직 응하지 않고 있다는 뜻으로 풀이된다.



"산적한 당면과제, 책임 있는 의사 결정해야"

친환경 대체 연료 ‘바이오중유’ 선박 실증을 성공적으로 마친 1만3,000TEU급 컨테이너선 HMM 드림호. HMM 제공

친환경 대체 연료 ‘바이오중유’ 선박 실증을 성공적으로 마친 1만3,000TEU급 컨테이너선 HMM 드림호. HMM 제공


매각이 늦어질 경우 HMM 앞에 놓인 여러 현안의 해결도 그만큼 지체된다. '주인'의 책임 있는 의사 결정이 필요한 사안들만 세 가지다.

최근 홍해~이집트 수에즈 항로와 호르무즈해협의 위기가 고조된 데 따른 현명한 대응이 시급하다. 홍해~이집트 항로를 대체해 HMM이 최근 운항을 시작한 남아프리카공화국 희망봉 항로에 컨테이너선을 추가 투입할지 여부 등에 책임 있는 의사 결정이 필요하다. 이들 항로의 운항이 어려워졌지만 운임은 그만큼 올라갔다. 때문에 이 같은 위기에 대응하면 오히려 사업상 기회를 만들 수도 있다.

HMM이 속한 얼라이언스(동맹) 서비스의 경쟁력 약화도 숙제다. 어떤 해운사도 모든 항로를 오가지는 못한다. 때문에 원거리 항로로 화물을 실어 나르는 해운사의 동맹 서비스가 튼실하지 않으면 컨테이너 물량 수주에 불리해진다. 화주의 요구에 맞춰 제때 화물을 운송할 수 없기 때문이다. 그런데 세계 4위 컨테이너선사인 독일계 하파크로이트가 최근 HMM이 속한 동맹 서비스인 '디 얼라이언스'에서 빠져나갔다. 이에 근본 대책이 필요하다.

HMM 해원연합노동조합(해상노조)과 사측의 갈등, 파업 가능성도 문제다. 이들은 정년 연장, 통상임금 재산정 등을 요구하며 사측과 협상을 벌였다가 무산되자 중앙노동위원회에 조정 신청을 한 상태다. 사측으로서도 하림 인수를 앞둔 상황에서 이 같은 주제의 노사 협상에 선뜻 응하기는 어려워보인다. 빨리 인수자가 정해져 노사관계를 풀어야 하는 셈이다.



"HMM에 대응 중요"... "네트워크 구축도 고민해야"

HMM 타코마호가 바이오선박유를 공급받고 있다. GS칼텍스 제공

HMM 타코마호가 바이오선박유를 공급받고 있다. GS칼텍스 제공


매각 지연으로 이 같은 문제 해결이 더뎌지면 HMM에 치명적일 수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하영석 계명대 명예교수는 "홍해~이집트 항로, 호르무즈해협 위기는 글로벌 선사에는 큰 위기이지만 기회도 될 수 있기 때문에 HMM이 치밀하게 전략을 잘 짜서 대응해야 한다"며 "선사의 얼라이언스 구축도 화주의 요구에 기민하게 대응할 수 있느냐 마느냐 여부이기 때문에 중요하다"고 말했다.

하 교수는 이어 "HMM의 영구채를 바로 주식으로 전환하면 인수자의 지배에 문제가 생길 수 있는 구조이기 때문에 산은과 해진공은 하림 측 의견을 충분히 살펴야 하며 투명하게 처리 조건을 밝혀야 한다"고 했다. 그는 "매각 협상이 타결돼서 순조롭게 된다면 좋겠지만 그렇지 않다면 HMM의 효율적 네트워크를 통해 글로벌 공급망을 구축하고 자생력을 갖추는 데 어떤 인수자가 도움을 줄 수 있는지 원점에서 고민해봐야 한다"고 덧붙였다.

당사자인 HMM은 걱정이 크다. 한 재계 관계자도 이날 "유찰이 큰 문제이지 (매각 협상이) 미뤄지는 것은 절대 있을 수 없는 일은 아니다"라고 말했다.

김청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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