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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법리스크 덜어낸 삼성...반도체 위기 돌파구 찾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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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이 삼성그룹 불법 합병 및 회계 부정 사건 1심에서 무죄를 선고받으며 몇 년 동안 이어진 삼성의 사법 리스크가 다소 해소됐다는 평가가 재계 안팎에서 나오고 있다. 이 회장이 공판에 95회 직접 나가며 이번 재판이 삼성의 경영에 적지 않은 영향을 끼치기도 했지만 역설적으로 삼성의 발목을 잡던 '경영권 승계의 적법성'을 공식 인정한 셈이어서 사업에 집중할 수 있을 거란 기대가 나온다.
1심 선고 후 삼성 내부 반응은 담담했다. 재계 관계자는 5일 "법원을 나서는 이재용 회장과 삼성 임원 모두 굳은 표정을 풀지 않더라"며 "검찰의 항소 가능성이 남아 있어 매우 조심스러운 분위기"라고 전했다. 삼성 관계자는 "이번 판결로 삼성물산 합병과 삼성바이오로직스 회계 처리가 적법하다는 점이 확인됐다는 이 회장 변호인단 입장이 전부"라고 전했다.
대신 재계 단체들은 환영했다. 한국경영자총협회(경총)는 "의혹이 해소돼 다행"이라며 "삼성그룹은 그동안 사법리스크로 인한 경영상 불확실성을 벗어나 국가 경제 발전에 매진해 줄 것을 기대한다"고 밝혔다. 강석구 대한상공회의소 조사본부장도 "첨단산업 주도권을 확보하기 위한 우리 기업들의 글로벌 경쟁과 막 회복세에 든 우리 경제에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반도체 불황으로 위기 상황이다. 메모리 반도체 분야에서 그동안 압도적 기술로 경쟁 업체의 추격을 뿌리쳤지만 최근 인공지능(AI) 열풍 속에서 고대역폭메모리(HBM) 시장에서는 SK하이닉스에 뒤처졌다는 평가를 받는다. 삼성 내부에서는 이 회장의 재판이 이런 위기의 직간접적 배경이 됐다는 말도 나온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는 2010년대 초중반부터 HBM을 개발했지만 1세대와 2세대 HBM 판매가 예상보다 적고 수익성이 보장되지 않자 삼성전자는 개발을 미뤘다. 재계 안팎에서 삼성의 '역사적 실책'이라 부르는 HBM팀 해체가 이뤄진 게 하필 이 회장의 사법 리스크가 정점에 있던 2019년이다. 재계 관계자는 "변화 속도가 너무 빨라 담당 임원들도 반도체 기술, 글로벌 시장 트렌드를 공부하는데 많은 시간을 쓴다"며 "이 회장이 재판을 준비하며 해외 출장도 상당히 줄인 터라 전략적 판단을 제때 하기 힘들었을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전자는 SK하이닉스가 독점했던 HBM3(4세대)를 지난해 3분기(7~9월) 양산하기 시작했고 4분기(10~12월) 주요 그래픽처리장치(GPU) 업체를 고객군에 추가하며 추격에 나섰다. 재계 관계자는 "검찰이 항소해 2심에 가도 이 회장이 1심 때만큼 법원을 찾진 않을 수 있다"며 "그만큼 경영에 투입할 시간이 늘 것"이라고 말했다.
재계에서는 '달라질 삼성'에 대한 각종 시나리오가 나온다. 2017년 자동차 내 전자장치(전장·電裝) 자회사 하만 인수 뒤 8년째 멈춘 대형 인수합병(M&A)에도 시동을 걸 거란 기대다. 삼성전자의 유력 M&A 대상으로는 반도체·가전·모바일·로봇 등 기업들의 이름이 오르내린다. 특히 자동차용 마이크로컨트롤러유닛(MCU)과 전력반도체(PMIC) 등을 만드는 독일 자동차·산업·전력 시스템반도체 기업 '인피니언', 네덜란드의 'NXP' 등이 꾸준히 거론되고 있다.
이 회장의 등기 이사 복귀설도 나온다. 그는 2016년 10월 임시 주총에서 사내 이사로 선임됐지만 국정 농단 사태 연루 등으로 2019년 등기 이사에서 물러났다. 다만 사법 리스크를 완전히 떨칠 때까지 등기 이사를 맡지 않을 거란 전망도 있다. 또 다른 삼성 관계자는 "재판이 3심까지 이어질 가능성이 있어 올해 복귀는 조심스럽게 보는 분위기"라고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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