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패권 다툼의 대리전 된 후티 반군의 홍해 위협...세계 경제도 신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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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사는 되풀이됩니다. 숫자로 표현되는 경제학 역시 오랜 역사를 거치며 정립됐습니다. 어려운 경제학을 익숙한 세계사 속 인물, 사건을 통해 쉽고 재미있게 풀어보려 합니다. 경제 관료 출신으로 울산과학기술원(UNIST) 글로벌산학협력 센터장으로 근무하는 조원경 교수가 들려주는 ‘세계사로 읽는 경제’는 3주에 한 번 독자 여러분을 찾아갑니다.
인간은 오랜 기간 신을 믿어 왔다. 이슬람교는 서기 610년 아라비아의 예언자 무함마드가 창시한 유일신 종교다. 이슬람이란 '유일신 알라에게 절대 복종한다'는 뜻이다. 아들이 없던 무함마드는 후계자를 정하지 않고 632년 세상을 떠났다.
세계에서 신도가 가장 많은 종교를 순서대로 나열할 때 이런 구분도 가능하다고 한다. 수니파 무슬림, 가톨릭, 힌두교, 불교, 개신교, 정교회 순 말이다.
무함마드 사후 이슬람 공동체는 정치적 지도자인 칼리프 선출 방식을 놓고 분열했다. 그런 의미에서 이슬람은 수니파와 시아파로 나뉜다. 수니파는 칼리프를 공동체가 뜻을 모아 뽑아야 한다는 입장이다. 코란과 관례를 따르며 초대 칼리프부터 모든 칼리프를 인정한다. 시아파는 무함마드 혈통만이 지도자가 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무함마드의 혈족 제4대 칼리프 ‘알리'와 그 후손만을 혈통으로 인정한다. 전 세계 무슬림은 수니파(80~90%)와 시아파(10~20%)로 비중을 구분한다. 중동의 무슬림은 수니파가 60%이고 시아파가 40%다. 수니파의 좌장은 사우디아라비아이고 시아파의 맹주는 이란이다. 같은 알라를 믿고 메카(이슬람 제1의 성지)를 향해 기도하지만 수니파와 시아파의 갈등은 여전하다.
이란은 팔라비 왕조 시절인 1929년 사우디아라비아의 전신인 네지드-헤자즈 왕국과 수교했다. 1960년대부터 파이살 빈 압둘아지즈 알사우드 사우디 국왕이 이란을 방문하면서 양국의 친선관계가 시작했다. 1970년대 중후반까진 두 나라는 친밀한 우방국이었다. 이란이 제정을 폐지하고 공화정을 선포하면서 왕정인 사우디와 멀어졌다. 혁명으로 홀라 호메이니의 이슬람 공화국이 들어섰다. 혁명 후 이란-이라크 전쟁이 발발했고 사우디가 미국과 함께 이라크를 지원했다. 2010년대 들어 미국이 주도하는 이란 경제제재에 사우디가 동참했다. 예멘 내전에서 사우디가 예멘 정부를, 이란이 후티 반군을 지원하면서 사이가 더욱 나빠졌다. 2015년 10월 사우디와 이란이 시리아 사태를 두고 갈등을 빚자 양국의 불화는 최절정에 이르렀다. 이란이 시리아를 지킬 때, 이란의 영향력을 차단하고자 사우디를 비롯한 아랍 국가는 시리아 정부를 무너뜨리고자 온 힘을 기울였다. 2016년 1월 사우디는 수니파-시아파 갈등으로 빚어진 외교 문제로 이란과의 단교를 선언하게 된다.
홍해를 지나는 상선이 무인기와 미사일로 공격당하는 일이 지난해 10월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전쟁 발발 이후에 시작됐다. 이란의 지원을 등에 업고, 중동 예멘의 상당 부분을 장악한 후티 반군이 그 장본인이다. 후티는 하마스 지지를 선언했는데, 작년 11월 자신들이 이스라엘 화물선을 나포했다고 주장했다. 미국은 홍해에서 후티의 상선 공격 작전에 이란이 깊이 관여하고 있다고 비난했다. 무장단체 후티는 이슬람 수니파가 다수인 예멘 내 소수 시아파인 ‘자이디스’파의 분파이다.
후티란 이름은 단체를 결성한 후세인 알-후티에서 따왔다. 후티는 1990년대 알리 압둘라 살레 당시 예멘 대통령의 부정부패에 맞서고자 결성했다. 살레 대통령은 사우디 군의 지원을 얻어 2003년 후티 반군을 없애려 했다. 후티 반군은 예멘 정규군과 사우디 군 모두를 격퇴했다. 후티 반군은 예멘 정부를 상대로 2014년부터 내전을 벌여 왔다. 예멘 정부는 사우디, 아랍에미리트연합(UAE)이 이끄는 아랍 국가 연합의 지원을 받아 후티에 맞서고 있다. 예멘 국민 대부분은 후티 반군이 통제하는 지역에 거주한다. 공식적인 예멘 정부는 압드라보 만수르 하디 전 대통령이 2022년 4월 권한을 이양한 대통령 리더십 위원회이다. 하디 대통령은 2015년 망명한 이후 줄곧 사우디 수도 리야드에 둥지를 틀고 있다. 후티 반군은 수도 사나, 북부 지역뿐만 아니라 홍해 연안까지 장악해 왔다. 후티는 주민에게서 세금도 걷고 자체적으로 화폐도 발행한다. 후티는 자신들이 하마스, 헤즈볼라와 함께 이란 주도로 이스라엘, 미국, 서방 세계에 저항하는 축이라 선언한 바 있다. 실제 레바논 시아파 무장 단체 헤즈볼라를 추종한다.
후티 반군이 홍해의 선박을 위협하자 서방 군대가 조치에 나섰다. 미국과 영국군이 지난달 12일 해당 지역을 폭격했다. 우리나라를 비롯한 10개국도 미·영 공습에 공동지지 성명을 발표했다. 수에즈 운하가 있는 중동의 해상 요충로인 홍해는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최단 거리 항로이다. 지중해와 인도양을 갈라놓는 이곳은 북쪽으로는 수에즈 운하와 남쪽으로는 아덴만을 연결하는 바브엘만데브 해협을 경계로 한다. 국제유가가 지정학적 위험의 장기화 속에 약 2개월 만에 최고치를 찍었다. 글로벌 해운 운임 지표인 상하이 컨테이너 운임지수는 지난해 12월 연중 최고치를 기록한 후 고공비행 중이다. 컨테이너선들이 홍해와 수에즈 운하를 통과하지 못하고 아프리카 희망봉 주변으로 돌아 항해해야 하는 실정이다. 홍해 해협을 통과한 선박 기준으로 그 수치는 전 세계 물동량의 12% 수준이라 하니 후티 반군의 선박 위협은 세계 경제에 위협적이다. 세계가 그토록 바라는 물가안정을 위해 이스라엘 하마스 전쟁의 종료와 홍해와 호르무즈 해협의 안정이 매우 중요할 것으로 보인다. 주요 해운사는 물론 영국 최대 기업인 BP와 같은 석유 기업 모두 홍해로 예정했던 항로를 피해 우회하고 있다. 중국 역시 후티를 자제시킬 것을 이란에 압박했으나 그 효과는 알 수 없다. 베이징과 테헤란에서 중국은 이란과 여러 차례 회동했다. 후티를 자제시키지 않으면 양국 무역 관계가 손상할 위험이 있다고 이란 측에 경고하기도 했다. 중국 상선이 이용하는 아시아와 유럽을 잇는 핵심 교역 통로가 차질을 빚고 있어서다.
미 연구기관 테러 방지 센터는 헤즈볼라가 2014년부터 후티에 광범위한 군사적 전문 지식과 훈련을 제공하고 있다고 본다. 후티는 이란을 동맹으로 생각한다. 양측 모두 사우디를 적으로 간주하는데, 이는 수니파와 시아파 간 꺼지지 않는 갈등의 불씨 탓이다. 미국은 이란 정보 당국이 후티 반군의 선박 공격에 중요 역할을 했다고 본다. 이란은 사실이 아니라고 극구 부인하고 있다. 후티 반군에 무기를 공급하는 행위는 국제연합(UN)의 무기 금수 결의 위반이라 이란은 의혹에 고개를 젓고 있다. 미국과 사우디는 2017년 후티가 리야드에 발사했다가 격추된 탄도미사일도 이란이 공급한 것으로 본다. 사우디는 후티가 2019년 사우디 내 석유 시설 공격에 이용한 순항미사일과 무인기도 이란이 공급했다고 주장한다.
지난해 3월 사우디와 이란이 7년 적대 관계에 마침표를 찍고 외교관계 정상화에 합의했다. 중동 각국은 냉대했던 나라와 악수하며 화해의 장면을 연출했다. 사우디와 이란이 베이징에서 악수하면서 양국이 첨예하게 대립한 시리아 문제가 풀릴 것이라는 전망도 나왔다. 이런 외교관계 정상화에도 불구하고 오랜 앙금이 종교 간 갈등의 형태로 여전히 분출하고 있다. 현재 진행되는 국제전을 정리하는 게 쉽지 않은 양상이다. 시리아 문제, 예멘 문제, 레바논 문제, 이스라엘과 하마스 간 대립 등. 중동에 진정한 평화가 오기까지는 멀어 보인다. 단지 사우디와 이란이 서로 지쳐 주먹을 잠시 내려놓았을 뿐, 언제든 터질 수 있는 시한폭탄이다.
이번 충돌은 미국과 중국, 러시아 등 강대국 간 글로벌 세력 균형에도 영향을 미치고 있다. 팍스아메리카(미국이 주도하는 세계 평화)는 이미 금이 갔다. 전쟁이 장기화하면 중동 에너지 공급망이 흔들릴 수 있다. 유럽의 에너지 패권을 쥔 러시아에 에너지를 무기화할 기회가 열렸다. 이스라엘과 관계 개선을 추진해온 중국은 이번 분쟁에서 돌연 팔레스타인 지지로 돌아섰다. 중국도 중동 분쟁으로 아랍 세계에서 입지를 강화하려 한다. 중동의 지정학적 분쟁이 확전할 수 있다는 우려가 세계경제에 악재인 상황에서 우리 경제를 짓누르는 대외변수로 부각하고 있다. 미국 제재가 두려워 이란의 참전은 멀어 보이나 호르무즈 해협의 평온이 더할 나위 없이 중요한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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