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文, 이재명 만나 "친문-친명 단합 해치는 분열 자제시켜 달라"

입력
2024.02.04 18:00
수정
2024.02.05 01:02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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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6년 총선 文측근 중진들 용퇴 빗대
"혁신 필요" 이 대표 측근 희생도 거론
'명문정당' 언급, 힘 싣되 '뼈 있는' 조언

이재명(오른쪽)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일 오후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과 함께 사저를 나서고 있다. 양산=뉴스1

이재명(오른쪽) 더불어민주당 대표가 4일 오후 경남 양산시 하북면 평산마을에서 문재인 전 대통령과 함께 사저를 나서고 있다. 양산=뉴스1

문재인 전 대통령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에게 "당내 단합을 저해하고 분열을 촉발하는 움직임에 대해 자제를 시켜달라"고 촉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총선 공천을 놓고 친이재명(친명)계와 친문재인(친문)계 간 갈등이 노골화되자 이 대표가 정치력을 발휘해달라고 재차 당부한 것으로 풀이된다.

통합 노력과 함께 혁신 조치로는, 다선 중진 의원들의 자기 희생 필요성을 강조하며 이 대표 측근의 용퇴 필요성도 거론한 것으로 전해졌다. 친문 인사들을 향한 친명계의 불출마 압박에 견제구를 날린 것이란 해석이 나왔다.

이 대표는 4일 경남 양산시 평산마을을 찾아 문 전 대통령을 예방했다. 문 전 대통령이 병상 단식 중이던 이 대표를 찾아간 지난해 9월 이후 넉 달여 만의 만남이다. 이 대표는 지난달 2일 부산에서 피습당해 문 전 대통령과의 신년 인사가 무산됐다.

박성준 민주당 대변인은 예방 후 취재진과 만나 "문 전 대통령이 '총선 즈음 친명과 친문을 나누는 프레임이 있는 것 같은데 참 안타깝다. 우리는 하나고, 또 단합이 다시 한번 제일 중요하다'고 말했다"고 전했다. 최근 친문 현역 의원 지역구에 친명계 원외 인사들이 잇따라 출마를 선언하며 '자객 공천' 논란이 거세고, 친문 핵심인 임종석 전 대통령 비서실장의 출마를 견제하려 비명계의 압박이 계속되는 상황을 에둘러 거론한 것으로 풀이된다.

당내 분열을 촉발시키는 움직임에 대한 자제 촉구는 '명문정당'을 언급한 뒤 자연스럽게 나왔다고 한다. 명문(明文)정당은 이 대표와 문 전 대통령의 이름을 딴 것으로, 친명계가 계파 통합을 강조할 때 자주 쓰는 표현이다. 문 전 대통령은 이 대표를 포함한 당 최고위원들과의 오찬 자리에서 '명문정당'을 언급했다.

한 참석자는 "문 전 대통령께서 친문과 친명 프레임 걱정을 전하면서, 밖에서 상황을 키우는 것도 있지만 당 내부에서도 빌미를 줘선 안된다는 취지로 말씀하셨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내부 단합을 저해하는 언행을 자제시켜달라고 이 대표에게 당부했다고 한다.

통합에 대한 당부와 함께 혁신에 관한 '뼈 있는 조언'도 잊지 않았다. 문 전 대통령은 2016년 총선 당시 자신의 측근이었던 이해찬 전 의원과 노영민 전 의원이 컷오프(공천 배제)를 당하거나 불출마했던 상황을 거론하며, "다선 중진 의원들이 길을 터주는 게 필요하다"는 조언을 했다고 한다. “국민들이 보기에 정치인들이 자기희생에 나서는 게 혁신으로 다가올 수 있다”는 취지에서다. 한 참석자는 “과거 사례에 견줘 이 대표와 가까운 사람들도 물러나야 한다는 의미로 해석될 수 있는 발언”이라고 의미를 부여했다.

민주당 험지인 부산·울산·경남(부울경)의 '인물난'도 거론했다. 문 전 대통령은 이 대표에게 "부울경에 더 신경 써주길 바란다"며 "부울경에 출마한다는 영입 인재가 있다고 한다면 이 대표가 업어주면 좋겠다"고 말했다고 한다. 최근 비례대표 등 친명계의 잇따른 '양지' 출마 선언을 겨냥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중도 확장'을 위한 포용 전략도 강조했다. 문 전 대통령은 "저쪽(여당)은 늘 증오나 적대를 생산하는 것을 일종의 선거 전략으로 삼아 쭉 해왔다"며 "민주당이 상생의 정치에 앞장서주기를 바란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민주당과 조금 우호적인 제3의 세력들까지도 다 함께 힘을 모아서 상생의 정치로 나아갈 수 있다면 우리 정치를 바꾸는 데 있어서 대단히 중요한 의미가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민주당 지지자뿐 아니라 중도 세력으로 지지층을 더 넓혀나가야 한다는 당부다.

양산= 강진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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