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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니 기술자 의문의 KF-21 자료 유출... 실수? 무모한 도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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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항공우주산업(KAI)과 함께 한국형 초음속 전투기 KF-21 개발에 참여 중인 인도네시아의 파견 기술자가 관련 자료를 외부 유출하려다 적발됐다. 조사당국은 기밀 사항은 없다고 진화에 나서고 있지만, 사건 발생 보름이 지나도록 이렇다 할 조사 결과를 내놓지 못하고 있다. 게다가 극도의 보안을 요구하는 사업 특성을 감안할 때, 비인가 이동식저장장치(USB)로 유출을 시도했다는 것 자체가 석연치 않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4일 KAI와 방위사업청, 국가정보원, 방첩사령부 등 조사당국에 따르면, KF-21 관련 자료 유출 시도는 지난달 17일에 있었다. 국내 KAI 본사에 근무 중이던 인도네시아 기술자 한 명이 USB에 기술 관련 자료를 담아 퇴근하려다 적발된 것이다. 이 기술자는 검색대를 통과하기 직전 USB를 '누군가'에게 전달하려다 발각이 됐다고 한다.
보안 관련 전문가들은 'USB'를 통한 자료 유출에 의문을 제기한다. 통상적으로 보안이 엄격한 연구소나 방산업체 등에는 USB 자체를 반입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에 대해 KAI 측은 "출입 인가를 받은 사람은 별도의 보안 검색을 거치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보안 규정에 따라 보안 패스를 찍은 신분이 확실한 연구원이나 기술자의 경우 어떤 물품이든 반입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규정대로라면 USB의 반입은 문제가 될 게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게다가 KAI 측은 비인가 USB는 회사 안에서 무용지물이라고 부연했다. 어떤 PC에 꽂아도 인식이 안 될뿐더러, 그 즉시 보안팀에 통보가 되는 시스템을 갖췄다는 것이다.
그렇다면 인도네시아 기술자는 왜 사용도 안 되는 USB를 반입했고, USB에는 어떻게 자료를 담을 수 있었을까. 전문가들은 일단 외부에서 작업한 파일이 담긴 USB를 실수로 가져갔을 가능성을 제기한다. 실제 USB에는 인도네시아 파견 기술자들 일일보고서를 통합·정리한 문건들이 상당수 포함된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들은 숙소 등 외부에서 얼마든지 작성 가능한 내용이다.
하지만 실수라고 하기엔 행적이 수상하다. 검색을 앞두고 USB를 다른 이에게 전달하려다 적발이 됐기 때문이다. 의도적으로 정보를 유출하려 했던 정황인 셈이다. 게다가 유출을 시도한 USB는 8개 정도로 알려졌는데, 일반적으로 사용하는 테라바이트(TB) 정도의 용량을 감안하면, 유출을 시도한 정보량 자체가 실수로 보기엔 너무 많다.
조사당국도 이를 근거로, 단순 실수가 아닌 의도적 유출에 무게를 두고 내부 조력자 찾기에 집중하고 있다. 하지만 이 같은 조력자가 정보 유출 시도에 얼마나 관여했는지는 오리무중이다. USB 전달 방식이 너무 허술한 데다, 유출을 시도한 정보의 질도 그리 높지 않아 '단순 도움'을 요청받은 동료일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인도네시아 기술자가 출입할 수 있는 구역이 제한적이라, 내부 조력자를 통해 일반적인 수준의 타 분야 정보를 넘겨받았을 가능성 등도 물론 존재한다.
왜 유출을 시도했는지도 여전히 의문이다. 인도네시아는 총사업비의 20% 수준인 1조6,245억 원을 부담하면 시제기 1대와 각종 기술 자료를 이전받을 수 있다. 굳이 위험을 무릅쓰지 않아도 일정 수준의 기술을 얻을 수 있는데, 굳이 무리수를 둘 이유가 없다는 얘기다.
다만 인도네시아가 분담금을 지불할 능력이 없다는 가정은 가능하다. 실제 인도네시아는 분담금 납입을 미루며 지금까지 2,783억 원밖에 내지 않고 있다. 계약을 이행하지 않은 채 핵심 기술만 빼가려는 조직적인 시도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는 대목이다. 이전 대상이 아닌 고급 기술을 빼내려는 시도였을 수도 있다. 조사당국 관계자는 "자칫 이번 일 때문에 KF-21 사업 자체에 지장을 초래할 수 있다"며 "조사와 그 결과 발표에 신중할 수밖에 없는 이유"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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