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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전 협상 와중에도… 이스라엘, 가자 최남단 인구 밀집지역 공습 고삐

입력
2024.02.04 20: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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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 국경 맞댄 가자지구 남부 공습 강화
이스라엘군 "라파 지상군 투입할 것" 방침
유엔 "라파 난민 190만명… 절망의 압력솥"

지난 1일 가자지구 남부 라파의 팔레스타인 난민 텐트촌 모습. 라파=UPI 연합뉴스

지난 1일 가자지구 남부 라파의 팔레스타인 난민 텐트촌 모습. 라파=UPI 연합뉴스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와 전쟁 중인 이스라엘군이 이집트와 국경을 맞대고 있는 가자지구 최남단 도시 라파에 공습을 벌여 십여 명이 숨졌다. 휴전 협상이 진행되고 있지만 이 와중에도 이스라엘군은 끝까지 갈 태세다. 북쪽에서부터 밀리고 밀려 더 이상 갈 곳이 없는 팔레스타인 난민들로 가득 찬 라파를 놓고 국제사회는 '절망의 압력솥'으로 묘사하고 있다.

3일(현지시간) AP통신에 따르면, 전날 밤 사이 이스라엘군 공습으로 라파에서 최소 17명이 사망했다. 라파를 포함한 가자지구 전역에서 지난 24시간 동안 최소 107명이 죽고 165명이 다쳤다고 가자지구 보건부가 밝혔다. 이로써 지난해 10월 7일 이후 전쟁 4개월 동안 팔레스타인 누적 사망자는 총 2만7,000명을 넘어서게 됐다.

이스라엘군은 멈추지 않고 있다. 최근 가자지구 남부 최대도시 칸 유니스에서 하마스를 격퇴했다고 선언한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은 더 남하해 끄트머리 도시인 라파에 지상군을 투입할 것이라는 입장을 밝혔다. 라파 너머는 이집트다. 미국 뉴욕타임스(NYT)는 "(라파는) 이스라엘 지상군이 아직까지 도달하지 못한 가자지구 남부의 마지막 도시 중 하나"라고 보도했다.

유엔에 따르면 가자지구 전체 인구 230만 명 중 대다수가 난민 상태로, 그중 절반 이상이 그간 전투가 집중됐던 칸유니스 등에서 탈출해 라파 등으로 몰려든 상태다. 인권단체들은 과거 약 25만 명 수준이었던 라파 인구가 현재 약 190만 명까지 늘어난 상태라고 추산한다. 말 그대로 포화상태다.

공습을 넘어 지상군 투입까지 이뤄지면 벼랑 끝에 몰린 난민들의 피해가 걷잡을 수 없게 된다는 우려가 나오는 이유다. 젠스 라에르케 유엔 인도주의업무조정국(OCHA) 대변인은 라파를 놓고 "절망의 압력솥"이라며 "다음에 벌어질 일이 두렵다"고 밝혔다.

유일한 출구는 휴전이지만 협상은 제자리걸음이다. 하마스 지도부는 현재 파리 4자 회의(미국·카타르·이집트·이스라엘)에서 도출된 휴전 및 단계적 인질 석방안을 검토 중인 것으로 전해졌다. 물론 의견차는 여전하다. 하마스는 영구 휴전과 이스라엘군 완전 철수를 요구하고 있지만, '하마스 축출' 방침을 고수하는 이스라엘은 인질 석방을 위한 일시 휴전만 가능하다는 입장이다.

이스라엘의 라파 진격을 놓고 AP통신은 "더디게 진행되는 휴전 협상을 어뢰로 공격하는 꼴이 될 수 있고, 인질 협상을 복잡하게 만들 것"이라고 짚었다. 이스라엘이 라파를 칠 경우 미국과의 관계 악화는 물론이고 휴전 협상을 중재하고 있는 인접국 이집트의 반발을 살 가능성도 크다.

미국도 바삐 움직이고 있다.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4일부터 전쟁 발발 이후 5번째 중동 순방길에 오른다. 그는 이스라엘 이집트 카타르 사우디아라비아 등을 찾아 휴전 협상을 지원할 예정인 것으로 전해졌다.

위용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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