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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이러스가 암을 일으킨다… 전체 암 발생 원인의 10% 넘어

입력
2024.02.04 19:50
19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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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재헌 교수의 건강 제안]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게티이미지뱅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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A(43·여)씨는 직장 건강검진을 받은 뒤 상담 의사에게서 '인 유두종 바이러스(Human Papilloma VirusㆍHPV)' 검사에서 양성이기에 자궁경부암 검사를 잊지 말고 받도록 권고받았다. 바이러스 감염으로 인한 염증이 암을 유발할 수 있을까.

국제암연구소에서는 발암물질을 인체 발암물질인 1군, 인체 발암 추정 물질인 2A군, 인체 발암 가능 물질인 2B군, 인체 발암 비분류 물질인 3군으로 분류한다. 이 분류는 발암 강도가 아니라 발암성에 대한 과학적 증거의 수준에 따라 정해진다.

따라서 1군 물질은 발암물질이라는 과학적 근거가 충분한 것이다. 이 1군에는 술·담배·석면·방사선 등 누구나 아는 발암물질 외에도 B형 간염 바이러스, C형 간염 바이러스, 인 유두종 바이러스, 엡스타인바 바이러스, 카포시 육종 연관 헤르페스 바이러스, 제1형 사람 T세포 백혈병 바이러스 등 바이러스가 포함돼 있다.

인체에 감염되는 바이러스 입자는 20세기 초에 발견됐다. 바이러스는 다른 생명체와 마찬가지로 유전정보를 갖고 있지만 자가 증식이 불가능하므로 적합한 숙주세포가 있어야 증식할 수 있다. 암 가운데 바이러스 때문에 발생하는 암은 9분의 1 정도 된다.

암 유발 바이러스에 의한 직접적인 암 발생은 바이러스의 DNA가 숙주세포의 DNA와 합쳐져 유전자 구조가 바뀌기에 발생할 수 있다. 하지만 암 유발 바이러스는 숙주세포의 만성 염증과 면역 억제를 통해 간접적으로 암을 유발할 수도 있다.

만성 염증으로 인해 DNA 손상이 반복돼 돌연변이가 생기면서 암으로 되는 것이다. 또한 암 유발 바이러스가 숙주세포 면역을 억제해 암이 발생하기도 한다.

B·C형 간염 바이러스는 혈액, 면도기·주사기 공유, 출산 등을 통해 전염되는데, 간에 만성 염증을 유발해 간암 위험을 높인다. 다행히 B형 간염은 예방백신이 개발돼 국가예방접종(NIP)에 포함돼 있어 B형 간염으로 인한 간암은 감소하는 추세다. 하지만 C형 간염은 아직 예방백신이 개발되지 않아 개인위생 관리를 통한 예방이 필수적이다.

인 유두종 바이러스(HPV)는 감염된 뒤 자연히 없어지기도 하지만 1개월~수년간 잠복하고 있다가 갑자기 암을 유발한다. 직접적인 신체 접촉을 통해 전염되며, 여성에게는 자궁경부암, 남성에게는 음경암·항문암·구인두암을 일으킬 수 있다. HPV는 150여 종이나 되지만 16·18형 등 두 가지 유형이 일으키는 자궁경부암이 전체 자궁경부암의 70%를 차지한다. 따라서 예방백신을 접종하고, 1년에 한 번씩 정기검진을 받으면 95% 이상 예방할 수 있다. 가급적 성 경험을 하기 전인 10대 때 맞는 게 좋다.

엡스타인바 바이러스는 주로 침으로 전파되며, 면역력이 현저히 떨어진 환자에게서 버킷림프종·호지킨 림프종·코인두암을 유발할 수 있다.

혈관 내피세포가 카포시 육종 연관 바이러스에 감염되면 유전자 발현 구조가 림프관 내피세포의 유전자 발현 구조로 바뀌고, 이어서 세포분열이 계속되면서 암이 발생한다. 특히 면역 억제 치료를 받는 환자나 후천 면역 결핍증 환자에게서 월등히 많이 발생한다.

제1형 사람 T세포 백혈병 바이러스는 사람 백혈구를 감염시키는 바이러스로 백혈병을 일으킬 수 있다.

바이러스에 의한 암은 진단이 쉽지 않고 감염에서 암 발생까지 시간이 오래 걸리기에 잘 드러나지 않고 간과된 측면이 있다. 전체 암의 10%를 넘어서는 바이러스에 의한 암을 예방하고 효과적으로 치료하려면 현재까지 밝혀진 암 유발 바이러스 검사를 시행하고 적절한 예방 조치와 백신 접종이 필요하다.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강재헌 강북삼성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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