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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특집] 소박한 영화 상차림이라도… 설날엔 역시 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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올해 설날 연휴 극장가는 차분하다. 한국 영화 대작은 없다. 중급 규모 영화들이 개봉해 흥행전을 펼친다. 눈길을 단박에 끌 영화는 없으나 차림표는 나쁘지 않다. 가족 드라마 2편과 스릴러 1편이 명절 극장가를 찾는다. 할리우드 신작은 1편이나 화력이 만만치 않다.
한국 영화로는 '도그데이즈'(감독 김덕민)가 풍성한 외형을 갖췄다. 배우 유해진과 윤여정, 김윤진, 김서형, 탕준상, 이현우, 다니엘 헤니, 정성화가 출연한다. 반려견을 소재로 옴니버스 형식을 갖췄다. 개를 통해 인연을 맺고 사연을 만들어 가는 사람들의 이야기가 스크린을 채운다. 개를 통해 연인의 사랑을 그리며 가족애를 묘사한다. 제작비 82억 원으로 올 설날 개봉 한국 영화 중 가장 많은 돈이 들었다. 배우들의 안정적인 연기가 좋기도 하지만 개들의 ‘연기’ 또한 눈길을 끈다. 가족끼리 보기에 무난하다.
'소풍'(감독 김용균)은 중장년층 이상이 즐기기 좋을 영화다. 주연배우 평균 연령부터가 80세를 넘는다. 고향 친구이자 사돈지간인 은심(나문희)과 금순(김영옥)의 우정을 바탕으로 가족 이야기를 전개한다. 자식들 때문에 마음고생이 큰 두 노년 여성이 고향에서 인생을 반추하고 삶의 중대 결정을 내리는 과정을 보여준다. 팔십 줄의 두 여자배우에다 남자배우 박근형까지 연륜이 짙게 배인 연기가 펼쳐진다. 은심과 금순이 생애 마지막 소풍을 떠나는 모습이 조금은 파격적이다. 가족과 함께 온 관객들에게는 조금은 당혹스러운 결말일 수 있다.
'데드맨'(감독 하준원)은 명절 분위기와는 거리가 먼 범죄물이다. 명의를 빌려준 바지사장으로 생계를 이어가던 남자 만재(조진웅)가 정치적 음모에 휩쓸리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렸다. 살아있음에도 죽은 것으로 처리된 한 남자가 이름을 되찾고 가족과 만나려는 사투를 108분에 담았다. 다단계 사기꾼 조희팔을 연상시키는 소재에다 정치권의 암투를 담으려 한 시도가 참신하다. 제작비는 75억 원이다. 중국과 마카오, 한국을 오가는 규모 큰 이야기에 비해 소박한 액수다.
외화로는 할리우드 영화 '아가일'이 단연 눈에 띈다. 영화 '킹스맨' 시리즈로 널리 알려진 매슈 본 감독의 신작이다. 첩보소설 ‘아가일‘의 작가로 유명한 엘리(브라이스 댈러스 하워드)가 예상치 않게 겪는 모험이 이야기 뼈대를 형성한다. 소설 속 내용과 현실이 교차하면서 반전을 빚어내는 내용이 흥미롭다. 엘리가 작가가 아닌 다른 정체성을 지녔고, 예상 밖 인물과 사랑하는 관계라는 사실 등 예상 밖 전개가 이어지기도 한다.
'아가일'의 제작비는 2억 달러다. 할리우드에서도 대작으로 분류될 수 있을 만큼 큰돈이 들어갔다. 본 감독 영화 대부분이 그렇듯 엉뚱한 상상력이 발현된 장면들이 수시로 등장한다. 블록버스터에 B급 감수성이 섞여 있다.
외화 중에 다크호스가 있기도 하다. 애니메이션 '아기상어 극장판: 사이렌 스톤의 비밀'이다. 아기상어 올리의 모험을 그렸다. 어린 자녀를 둔 가족이라면 상차림이 소박한 올 설날 연휴에 가장 반가운 영화일 듯하다. 일본 영화 '플랜 75'(감독 하야카와 치에)는 이색적인 이야기로 눈길을 끈다. 75세가 되면 정부가 노인의 죽음을 지원하는 가까운 미래를 그렸다. 고령화 문제를 서늘하게 표현했다.
이미 상영 중인 영화들에도 눈길을 둘만 하다. 지난달 31일 개봉한 할리우드 영화 ‘웡카‘(감독 폴킹)는 연휴를 겨냥해 개봉한 신작들 못지않게 흥행전선에서 힘을 발휘할 듯하다. 초콜릿으로 사람들을 행복하게 하고 싶은 남자 윌리 웡카(티모테 샬라메)가 악당들에 맞서 초콜릿 공장을 만드는 과정을 담았다. 뻔하지만 달콤한 판타지에 노래와 춤이 적절히 더해진다. 개봉일부터 일일 흥행순위 1위 자리를 놓지 않고 있다.
'시민덕희'(감독 박영주)도 구작이 명작이라는 점을 실감시킬 만한 영화다. 보이스피싱 피해를 당한 중년여성 덕희(나미란)가 범죄조직원과 함께 보이스피싱 총책을 잡으려 하는 모습을 그렸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로 웃음과 감동이 적절히 배합돼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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