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못 걷는 다리로 애교… 장애견 뽀순이에게 일어난 기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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얼마 전 잊고 지내던 취재원으로부터 2년여 만에 연락을 받았다. 2021년 10월 혼자 사시는 어르신들의 반려동물 돌봄을 돕는 이들을 취재할 때 만난 펫시터(반려동물 돌보미)분이었다. 당시 돌봄을 지원하기 위해 방문했던 할머니의 반려견 '뽀순이'가 침대에서 떨어져 두 뒷다리를 사용하지 못하게 됐는데, 병원비 문제로 치료를 받지 못해 도움을 받을 수 없겠냐는 내용이었다.
당장 방법이 떠오르진 않았지만 그렇다고 외면할 수는 없었다. 혹시나 하는 마음에 서울시에 취약계층의 반려동물 의료지원 사업이 있는지를 확인했다. 그 결과 시와 협약을 맺고 취약계층의 중증 질환 반려동물 치료를 돕는 동물병원을 소개받았고, 뽀순이는 다친 지 4개월이 지나서야 진료를 받을 수 있었다.
할머니와 뽀순이의 병원 이동을 돕기 위해 할머니 댁을 찾았다. 2년 만에 만난 뽀순이는 잘 움직이지 못하면서도 배밀이를 하면서 반겨주었다. 귀여운 모습은 여전했지만, 배뇨가 마음대로 되지 않은 탓인지 피부와 털 상태는 좋지 못했다.
검진 결과 다친 지 시간이 너무 지나 요추 1번 뼈부터 죽은 신경은 살릴 수 없다고 했다. 신경 손상으로 배변을 조절할 수 없게 돼 요독증이 온 것도 문제였다. 하지만 방광을 압박해 배뇨를 시키고 피부에 소변이 묻지 않도록 관리해야 한다는 등 뽀순이의 삶의 질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은 들을 수 있었다. 할머니는 "뽀순이는 내게 손주 같은 존재"라며 도움을 준 이들에게 연신 감사의 마음을 전했다.
사연이 알려지자 한 반려동물 미용사는 뽀순이의 미용(털깎이)을 돕겠다고 나섰고 동물보호단체 동물과함께행복한세상은 걷지 못하는 뽀순이의 산책을 위해 반려동물용 유모차를 전달하기로 했다.
뽀순이 사례를 계기로 서울시가 운영하는 사회적 약자를 위한 반려동물 돌봄 지원 사업을 알아보았다. 사업 내용을 몰라 신청하지 못하는 분들께도 유용한 정보가 될 수 있을 것 같았다. 서울시뿐만 아니라 각 지자체들은 기초생활수급자, 차상위계층, 한부모가족 등을 대상으로 의료비나 장례비 지원, 부재 시 반려동물을 맡아주는 위탁소 등을 운영하고 있었다.
나 홀로 어르신 등에게 반려동물은 말벗이나 가족이 되어준다. 뽀순이 할머니는 "뽀순이가 기쁨을 많이 준다"고 전했고, 지자체의 반려동물 위탁서비스를 이용한 또 다른 어르신도 "마음 놓고 입원도 하고 고향도 다녀왔다"며 만족해했다.
취약계층의 반려동물 돌봄을 위해 이 같은 지자체 사업이 있다는 점은 너무나 다행이다. 하지만 앞서 뽀순이 사례를 보면서 취약계층의 반려동물 돌봄을 위해서는 많은 이들의 도움이 필요하다는 것을 느끼게 됐다. 뽀순이는 그나마 운이 좋았지만 의료비나 다른 도움이 필요한 경우 제때 치료 또는 제대로 된 관리를 받지 못하는 경우도 많을 것이다. 그렇게 되면 반려동물의 복지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실제 사육포기 동물인수제를 통해 지자체에 인수된 사례에는 취약계층의 경제적, 신체적 어려움으로 인한 경우가 많다고 한다.
취약계층에 반려동물이 주는 기쁨을 고려한다면 다양한 방식의 지원이 활성화되면 좋겠다. 다만 반려동물을 기르는 데는 그만큼 책임이 뒤따른다는 점에서 누구든 반려동물을 맞이함에 있어 신중해야 하는 게 먼저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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