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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차라리 피사의 사탑을 세워라"…4500년 된 피라미드 복원에 전 세계 비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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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집트가 세계문화유산에 등록된 고대 피라미드 외벽을 화강암으로 재포장하겠다는 복원 계획을 밝혀 전 세계가 들썩이고 있다.
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이집트 국가유물최고위원회는 기자의 '3대 피라미드' 중 하나인 멘카우레 피라미드 복원 계획을 지난달 25일 발표했다.
기원전 2510년에 지어진 이 피라미드는 건설 당시 외벽이 화강암으로 둘러싸여 있었지만, 시간이 흐르며 총 16개 층의 화강암 덮개 중 9개 층 이상이 떨어졌다. 사라진 화강암을 다시 쌓아 원래의 모습으로 만드는 게 이번 계획이다.
모스타파 와지리 국가유물최고위원회 사무총장은 본인의 사회관계망서비스(SNS)를 통해 "세기의 프로젝트"라고 운을 띄운 뒤, "이집트와 일본의 전문가들이 함께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최소 1년 이상 관련 연구를 한 뒤 화강암 복구를 지속할지 결정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그는 이후 현지 방송에 출연해 "프로젝트 예산은 전부 일본 파트너들이 대고 있다"고 전했다.
와지리 사무총장은 멘카우레 피라미드에서 복원 작업이 진행 중인 영상도 올렸다. 영상엔 작업자들이 피라미드 앞 땅을 파는 모습이 담겼다. 피라미드 외벽은 새로 쌓은 것으로 추정되는 화강암이 매끈하게 덮인 모습이었다. 그는 복원 공사로 "방문객들이 피라미드가 본래 갖고 있던 웅장함을 엿볼 수 있을 것"이라고 주장했다.
하지만 소식을 접한 전 세계 누리꾼들은 "유물 훼손"이라고 맹비난했다. 누리꾼들은 "차라리 피사의 사탑을 펴는 게 낫겠다", "타일 붙이기와 똑같다"라며 조롱했다. 이집트 현지인들도 "새 화강암 덩어리가 아니라 수천 년을 살아남은 '고대 문명'을 보고 싶다"고 항의했다.
역사, 유물 복원 분야 전문가들도 비판 목소리를 냈다. 과학·기술·해상운송 아랍 아카데미 소속 이집트 학자인 모니카 한나는 본인의 페이스북에 올린 글에서 "(프로젝트는) 완전히 비과학적이다"라며 "복원 관련 모든 국제 원칙이 이런 식의 개입을 금지하고 있다"라고 지적했다. 케이틀린 쿠니 미 로스앤젤레스 캘리포니아대(UCLA) 이집트 예술·건축학 교수는 워싱턴포스트(WP)에 "미완으로 남은 멘카우레 피라미드는 당시의 왕권과 정치 상황을 알려주는데, 화강암을 다 쌓으면 이 데이터를 파괴하게 된다"며 "무슨 일이 있어도 (복원을) 막아야 한다"라고 강조했다. 유네스코 측은 멘카우레 피라미드가 1979년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됐음에도 불구하고 이집트 정부로부터 복원 계획을 전달받지 못했다고 WP에 밝혔다.
다만 카이로 아메리카 대학의 살리마 이크람 이집트학 교수는 NYT에 "피라미드에서 떨어진 화강암 벽돌을 제자리에 갖다 놓는 방식이라면 합리적 복원"이라면서도 "어디에서 온 것인지 불분명한 벽돌을 사용해선 안 된다. 지금의 피라미드가 화강암 무게를 견딜 수 있는지에 대해서도 추가 연구가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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