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금만 움직여도 숨 가쁘고 흉통이…” 이 질환 방치하면 2년 내 50% 목숨 잃어

입력
2024.02.05 18:20
20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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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의에게서 듣는다] 백만종 고려대 구로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

백만종 고려대 구로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는 "대동맥판막협착증은 가슴 통증과 호흡곤란, 실신 등의 증상이 나타나기도 하지만 초기에는 대부분 별다른 증상이 없어 건강검진 등으로 발견된다"고 했다. 고려대 구로병원 제공

백만종 고려대 구로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는 "대동맥판막협착증은 가슴 통증과 호흡곤란, 실신 등의 증상이 나타나기도 하지만 초기에는 대부분 별다른 증상이 없어 건강검진 등으로 발견된다"고 했다. 고려대 구로병원 제공

고령 인구가 증가하면서 퇴행성 질환인 ‘대동맥판막협착증(aortic stenosis)’이 늘어나고 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따르면 국내 대동맥판막협착증 환자는 2022년 기준 2만1,000여 명으로 2010년(4,600여 명)보다 4배 이상 늘었다.

대동맥판막협착증은 심장 좌심실과 대동맥 사이에서 문 역할을 하는 대동맥판막이 두꺼워지거나 굳어 제대로 작동하지 못하는 질환이다. 대동맥판막이 협착되면 피를 순환시키는 심장의 역할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는다. 좁아진 구멍으로 혈액을 밀어내는 과정에서 심장근육이 두꺼워지면서 협심증·심근경색·심부전 등이 발생할 수 있다.

백만종 고려대 구로병원 심장혈관흉부외과 교수를 만났다. 백 교수는 “대동맥판막협착증은 흉통·호흡곤란·실신 등의 증상이 나타난다”며 “초기에는 별다른 증상이 없어 대부분 건강검진이나 다른 증상으로 병원에서 청진(聽診)하다가 발견된다”고 했다. 백 교수는 “이 질환 증상을 가볍게 여겨 방치하다간 중증이라면 2년 이내 50% 정도가 사망한다”고 했다.

-대동맥판막협착증이 생기는 이유는.

“노화가 가장 큰 원인이다. 심장은 4개의 방으로 구성돼 있는데, 방과 방 사이에 문 역할을 하는 4개 판막(대동맥판막·승모(僧帽)판막·삼첨(三尖)판막·폐동맥판막)이 있다. 이들 4개 판막(valve)은 혈액이 순환할 때 열고 닫기를 쉬지 않고 반복하는데, 나이가 들면서 노화돼 기능이 떨어진다. 고령 인구 증가에 따라 대동맥판막협착증 등 퇴행성 심장판막 질환도 크게 늘어나고 있다.

물론 태어날 때부터 판막 구조 이상으로 발생하는 ‘선천성 이엽성 대동맥판막(전 인구의 10% 해당)’도 있다. 태아일 때 심장 초음파검사를 통해 이 질환을 확인해 시술이나 수술로 교정한다.”

-어떤 증상이 나타날 때 의심할 수 있나.

“대동맥판막협착증은 경증·중등증·중증 등 3단계로 나뉜다. 경증 때는 대부분 아무 증상이 없어 다른 질환 진료를 위해 청진하다가 우연히 발견될 때가 많다. 병이 진행하면 흉통·호흡곤란·피로 등이 나타날 수 있다. 특히 가만히 있으면 괜찮은데 심하게 움직이면 가슴이 두근거리고 숨차는 등의 증상이 두드러진다. 어지러움·전신 쇠약감·손발 부종 등이 발생하기도 한다. 이 같은 이상 징후를 확인하고도 방치하다간 심부전 등으로 악화해 2년 이내 50% 정도가 목숨을 잃을 수 있다.”

-치료는 어떻게 진행되나.

“대동맥판막협착증 등 심장판막 질환 치료는 환자의 심장판막 상태·심장 기능 및 증상을 정확히 파악하는 게 무엇보다 중요하다. 이후 각각의 특성에 맞춰 약물이나 수술적 치료를 시행한다.

약물 치료는 고혈압 약과 이뇨제를 투여해 심장 부담을 덜어줘 환자 불편을 줄이고 비정상적으로 비대해진 심장 벽이 더 악화하지 않도록 도와주는 방식이다. 하지만 약물로는 근본적인 개선이 안 돼 대부분 수술한다. 특히 진단이 늦어 협착증이 심각해지거나 폐쇄부전증(역류증)으로 악화하면 약물 치료 효과도 떨어져 수술을 적극 고려해야 한다.

대동맥판막협착증 수술법으로는 ‘대동맥판막성형술(Surgical Aortic Valvuloplasty·SAVP)’ ‘대동맥판막치환술(Surgical Aortic Valve Replacement·SAVR)’ 등 2가지가 있다. 대동맥판막성형술(SAVP)은 가슴을 열고 두꺼워진 판막을 얇게 깎아 피가 잘 순환되도록 교정하는 수술법이다. 이 성형술은 가임기 여성이나 항응고제(와파린)를 투여할 수 없는 환자에게 매우 좋은 방법이다.

하지만 대동맥 협착이 심하면 기존 판막을 인공 판막으로 바꾸는 대동맥판막치환술(SAVR)을 시행해야 한다. 전신마취 후 가슴을 열고 체외순환기를 삽입, 달라붙은 대동맥판막을 제거하고 인공 판막을 삽입하는 수술법이다. 이때 사용되는 인공 판막은 소 심낭이나 돼지 판막을 특수 처리해 만든 ‘조직 판막’과 내구성이 강한 특수 합금으로 만든 ‘기계 판막’ 등이 쓰인다.

다만 수술 위험이 큰 80세 이상 고령인, 폐·콩팥 기능이 크게 떨어진 환자, 전신 상태가 아주 좋지 않은 환자에게는 대퇴동맥을 통해 인공 판막을 체내에 삽입하는 시술인 ‘경피적 대동맥판막 치환술(Transcatheter Aortic Valve Implantation·TAVI)’을 시행한다.”

-일상에서 어떻게 관리해야 하나.

“고혈압·당뇨병·감염 질환 등 심장판막에 영향을 줄 수 있는 원인 질환을 추적 검사 및 치료를 해야 한다. 또한 중·장년층은 만성적인 음주나 흡연, 노화 등의 이유로 퇴행성 심·뇌혈관 질환을 앓을 때가 많다. 혈액순환이 잘되지 않거나 심뇌혈관 질환에 걸린 경험이 있다면 생활 습관을 개선해 혈관 건강을 유지하는 게 중요하다.

또한 건강검진을 할 때 심장 초음파검사도 함께 받는 게 좋다. 맵고 짠 자극적인 음식을 피하고, 고지방 식사를 삼가고 금연·금주가 필요하다. 유산소운동을 꾸준히 하고 생활 습관을 규칙적으로 유지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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