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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제주 시궁쥐에서 E형 간염 바이러스 첫 확인

입력
2024.02.02 17: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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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궁쥐. 고려대 의대 제공

시궁쥐. 고려대 의대 제공

국내 처음으로 E형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된 시궁쥐가 발견됐다.

고려대 의대 연구팀(송진원 미생물학교실 교수, 김지훈 내과학교실 교수, 박경민 연구원)이 2011~2021년 국내에서 채집된 시궁쥐(Rattus norvegicus)에서 감염 바이러스를 분석한 결과다.

연구 결과 서울·제주 시궁쥐 4.4%가 E형 간염 바이러스에 감염된 것으로 확인됐다. 차세대 염기 서열 분석법(NGS)으로 국내 시궁쥐 유래 E형 간염 바이러스 전장 유전체 염기 서열을 규명한 결과, 최근 홍콩·스페인·프랑스·캐나다 환자에게서 나타난 로카헤페바이러스 속(genus)에 속하는 것으로 확인됐다.

E형 간염바이러스에 감염되면 발열·피로·식욕부진·황달·암갈색 소변 등이 나타날 수 있다.

특히 임신부가 감염되면 전격성 간염과 사망 등 중증 진행 위험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국내에서는 2020년도부터 매년 400명가량의 E형 간염 환자가 발생했고, 3명이 사망했다. 질병관리청은 2020년 7월부터 E형 간염을 2급 법정감염병으로 지정해 전수 관리하고 있지만 환자 발생 신고가 점점 늘고 있다.

E형 간염바이러스는 숙주에 따라 5가지 속(genus)으로 구분되며, 기존에는 파슬라헤페바이러스(genus Paslahepevirus)만이 인간에게 감염을 일으킨다고 알려져 있었다.

최근 연구에 따르면 설치류가 매개하는 로카헤페바이러스(genus Rocahepevirus)도 인간에게 감염을 일으킬 수 있다고 보고됐다.

로카헤페바이러스에 의한 E형 간염 환자는 최근 홍콩·스페인·프랑스(인도 여행력)·캐나다(우간다 여행력)에서 보고됐다.

그 병원체인 시궁쥐 매개 로카헤페바이러스는 중국·홍콩·인도네시아·미국·독일 등에서 발견됐다.

송진원 교수는 “이번 연구로 국내에서 발견된 시궁쥐 유래 E형 간염 바이러스가 최근 홍콩·스페인 등에서 보고된 바이러스와 같은 속 바이러스로 확인돼 그 의미가 크다”며 “현재 낮은 E형 간염 인지도, 표준화 되지 않은 진단법 등으로 감염자들이 지역사회 내 상당수 있을 가능성이 있어 신·변종 E형 간염 바이러스 출현을 대비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연구 결과는 바이러스학 분야 최상위권 저널인 ‘저널 오브 메디컬 바이롤로지(Journal of Medical Virology)’에 실렸다.

권대익 의학전문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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