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특수교사 선처하려 했는데…" 주호민, 마음 바꾼 이유는

입력
2024.02.02 09:05
수정
2024.02.02 10: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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특수교사 아동학대 혐의 '유죄' 판결
주호민, "가장 길고 괴로웠던 반년"
"승전국, 패전국에 보낸 조약서 같아"
"특수교사 열악한 환경에서 헌신해"

웹툰 작가 주호민씨가 1일 경기 수원시 수원지방법원에서 자신의 아들을 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로 기소된 특수교사의 1심 선고 공판이 끝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공동취재사진단

웹툰 작가 주호민씨가 1일 경기 수원시 수원지방법원에서 자신의 아들을 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로 기소된 특수교사의 1심 선고 공판이 끝난 뒤 법원을 나서고 있다. 공동취재사진단

자신의 아들을 담당하던 특수교사를 아동학대 혐의로 신고한 웹툰 작가 주호민씨가 6개월 만에 입을 열고 그간의 괴로웠던 심경을 고백했다. 주씨의 아들을 정서적으로 학대한 혐의로 기소된 특수교사는 1일 1심에서 벌금 200만 원의 선고유예를 받았다. 주씨는 같은 날 오후 9시 스트리밍 플랫폼 트위치를 통해 입장을 밝혔다.

특수교사 측 무리한 요구에 선처 안 하기로

주씨는 이날 방송에서 "제 인생에서 가장 길고 괴로운 반년"이라고 소회를 전했다. 그는 "서이초 사건으로 인해 교권 이슈가 뜨거워진 상황이었고, 그 사건과 엮이면서 '갑질 부모'가 됐다"며 "해명하려면 장애 아동의 특수성에 관해 설명해야 하는데 당시 어떤 해명도 들어줄 분위기가 아니었다"고 억울했던 상황을 떠올렸다.

주씨는 당초 특수교사 A씨를 선처하겠다는 입장을 냈다가 번복한 이유도 설명했다. 그는 "선처를 통해 사건을 원만히 해결해 나가야겠다고 결심했는데, A씨 변호인 측이 서신을 보냈다. 여기에 '무죄 탄원이 아닌 고소 취하서를 쓰고, 그동안 선생님이 정신적으로 고통받고 학교도 못 나간 게 있으니 물질적으로 보상을 해라'는 요구사항들이 쓰여 있었다”고 했다. 그러면서 "자필 사과문을 게시하라더라. 그래서 약간 벙쪘다. 다음 날 요구가 또 왔다. 돈 달라고 한 건 취소하고 대신 사과문에 들어갈 문장들을 써서 줬다"고 했다.

주씨가 이날 공개한 A씨 측 서신에는 "저희의 형사고소로 인하여 상당한 정신적 고통을 겪으셨을 선생님께 사과드립니다" 등의 내용이 포함됐다. 이에 주씨는 “이건 마치 승전국이 패전국에 보내는 조약서 같았다. 그래서 선처할 뜻을 거뒀다”고 했다.

녹음 논란 "장애아동 학대 전할 방법 없어"

초호화 변호인단 선임과 변호인 교체 논란에 대해서도 해명했다. 주씨는 "처남이 변호사 4~5명에게 10분에 1만 원 정도 하는 전화 상담을 했는데, 이게 나중에 호화 변호인단을 선임했다는 내용으로 와전됐다"고 했다. 이어 "주변에 이 상황을 어떻게 해결할 것인지 얘기를 하니 어떤 분들은 '무조건 납작 엎드리고 선생님께 사과드리고 아이 일이라 눈이 돌았다고 해라'고 하더라"며 "초반에 선임한 변호사는 아동, 시사 프로그램에 나가 녹취록을 공개하며 끝까지 싸워야 한다고 했지만 사건을 원만히 풀고 싶었고, 해임을 청했다"고 했다.

이어 "변호사님이 끝까지 응원하겠다며 안타까워했는데 다음 날 기사가 '주호민 아들 변호 못 한다. 선임 이틀 만에 전원 사임'이라고 나더라. 변호사들이 변호를 못 하고 도망친 것처럼 나갔다"고 지적했다.

주씨는 그간 언론을 통해 보도된 내용에 대해서도 반박했다. 아들이 특수학급으로 분리된 이유로 꼽힌 신체 노출에 대해서는 "(아들이) 좀 안 좋은 행동을 했다"면서도 "다른 여학생이 보라고 바지를 내린 것이 아니고, 아이가 바지를 내렸는데 여학생이 봤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여학생 측에 사과하지 않았다는 건 사실이 아니다"라며 "사과했고, 훈훈하게 마무리됐다. 사과를 안 했다는데 왜 그렇게 와전됐는지 모르겠다"고 말했다.

갑작스럽게 자녀를 전학시킨 것에 대해서는 "특수학급이 과밀 상태로 운영되면서 학교의 부담을 덜기 위한 것"이었다고 해명했다. 논란이 된 무단 녹음과 관련해서는 "녹음기를 넣는 것에 거부감을 갖고 계시는데 이해는 간다"면서도 "장애가 있는 친구들은 진짜로 전할 수 있는 방법이 없다. 특수교사와 부모는 상호보완적 관계인데 너무 어려운 문제가 됐다. 그 점이 안타깝다"고 설명했다.

"'죽어야겠다'고 생각해 유서 쓰기도"

당시 무차별 비난 여론에 힘들었던 심경도 토로했다. 그는 "기사가 나고 3일째 됐을 때 죽어야겠다고 생각했다. 결심을 하고 유서를 썼다"며 "나머지 가족이 살아가려면 이 방법밖에 없다고 생각했다"고 울먹였다.

악성댓글에 대한 법적 대응도 나설 계획이다. 주씨는 "개인에 대한 인신공격도 있지만 장애에 대한 혐오와 아이에 대한 욕설 등 악성댓글이 엄청났다"며 "심한 것만 추려서 40건을 고소했다. 애매한 건 다 빼고 추리고 추린 게 40건"이라고 했다. 그러면서 "민사소송을 통해 발생한 보상금은 발달장애 아동과 특수교사 처우 개선에 모두 쓰겠다"고 밝혔다.

주씨는 이번 사건이 특수교사와의 대립으로 이어져서는 안 된다고 강조했다. 그는 "장애아 부모와 특수교사의 대립으로 보이지 않길 바란다"며 "대부분 특수교사는 열악한 환경에서 헌신하고 있다"고 했다. A씨가 유죄 판결을 받은 데 대해서도 "교사가 짜증 섞인 태도로 정서적 학대를 했다는 점이 인정된 것"이라며 "학대를 당했음을 인정하는 판결이 기쁠 리 없다. 여전히 마음이 무겁다"고 했다.

앞서 수원지법 형사9단독 곽용헌 판사는 이날 아동학대범죄의 처벌 등에 관한 특례법 위반 및 장애인복지법 위반 등 혐의로 불구속기소된 특수교사 A씨에 대해 벌금 200만 원의 선고를 유예했다. 선고유예는 가벼운 범죄에 대해 일정 기간 형의 선고를 미루고, 2년이 지나면 없던 일로 간주하는 판결이다.

윤한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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