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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당 "껍데기 못 받아" 반발... 중대재해법 여야 합의 뒤집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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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대재해처벌법' 확대 적용 유예 법안이 1일에도 국회 본회의에 오르지 못했다. 지난달 25일에 이어 두 번째 실패다. 앞서 여야 입장 차로 평행선을 달렸다면, 이번엔 원내 지도부의 잠정 합의안을 민주당 의원들이 걷어차면서 판이 다시 엎어졌다.
지난 일주일 교착 상태에 빠졌던 여야 협상은 막판 반전을 거듭하며 롤러코스터를 탔다. 전날 밤 국민의힘이 돌파구를 마련했다. 더불어민주당이 법 적용 유예 조건으로 내세운 '산업안전보건청(산안청)' 신설 요구를 전격 수용하면서 비로소 협상 실마리가 풀렸다.
여야 원내 지도부는 '심야 협상'을 통해 잠정 합의안을 도출했다. 산안청보다 낮은 단계의 '산업안전보건지원청'을 신설하는 대신 50인 미만 사업장에 확대 적용하는 시점을 늦추자는 절충안이었다. 앞서 김진표 국회의장과 여야 원내대표 회동에서도 물밑 조율이 이뤄졌다.
국민의힘의 입장 변화는 윤석열 대통령과 한동훈 비상대책위원장의 지난달 29일 '용산 오찬'이 결정적이었다. 윤재옥 원내대표는 이날 오전 취재진과 만나 "그날 중대재해처벌법 관련 논의를 장시간 했다. 현장의 어려움이 너무 심하고 일자리가 걸린 문제다 보니, 민주당하고 합의를 이끌어냈으면 좋겠다는 것으로 정리가 됐다"고 전했다.
정부·여당은 일찌감치 야당과 협상할 수정안을 마련한 셈이다. 무엇보다 소상공인과 중소기업인들의 반발을 무시할 수 없었다. 국민의힘은 "이젠 남은 건 민주당에 달렸다"고 공을 넘겼고, 여야는 중대재해법 수정안과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만들어 본회의 전까지 속전속결로 통과시키려 막판 준비에 속도를 냈다. 여야 원내 지도부에서 각기 "9부 능선은 넘겼다"는 말이 나올 정도였다.
하지만 본회의 직전 열린 민주당 의원총회에서 상황이 돌변했다. 홍익표 원내대표가 자신 있게 여야 절충안을 설명했지만 일부 의원들이 강력 반발했다. 자유발언에 나선 15명 의원 중 절반이 반대 의견을 냈다고 한다. "노동자들의 생명을 지키는 법안을 왜 유예해줘야 하느냐", "산안청 신설은 기본이다", "원리원칙대로 가야 한다"는 원칙파의 불만이 터져 나왔다.
절충안의 핵심인 '산업안전보건지원청'도 뭇매를 맞았다. 환노위 소속 한 의원은 "단속 조사 권한을 다 빼버린 껍데기 아니냐. 말장난에 불과하다"고 혹평을 쏟아냈다. 예산이나 조직을 축소하고, 예방과 지원에 방점을 둔 기구라면 유명무실하다는 지적이다. 이미 법이 시행된 상황인 만큼 번복하는 것은 노동계의 반발을 살 수 있다며 현실론을 제기하는 의원도 있었다.
실제 민주당 의총장 입구에는 충남 태안 화력발전소에서 일하다 숨진 고(故) 김용균 씨 어머니 김미숙 생명안전행동 공동대표 등 산재 피해 유가족들이 민주당 의원들을 붙잡고 "유예를 꼭 막아주십시오"라며 눈물로 호소했다. 녹색정의당 의원들과 민주노총과 한국노총 관계자들도 '중처법 유예 반대' 피켓 시위로 의원들을 압박했다.
반면 일부는 "이 정도 협상안이면 찬성하자"고 홍 원내대표에게 힘을 실었다. 하지만 반대 목소리가 워낙 큰 탓에 묻혔다고 한다. 한 의원은 "지도부가 협상안을 들고 왔으면 어느 정도 따르면서 면을 세워줄 필요도 있지 않느냐는 의견이 나왔지만 반대 주장에 묻혔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1시간 40분이 넘는 격론 끝에 민주당은 결국 합의안 '부결'을 선언했다. 홍 원내대표는 "민주당은 산업현장의 노동자들의 생명 안전을 더 우선한다는 기본 가치에 충실하기로 했다"며 "(법안을 유예해달라는) 정부·여당의 제안은 거부한다. 현재 시행되는 법은 그대로 시행된다"고 밝혔다. 추가 협상 가능성에 대해 원내대표실 관계자는 "쉽지 않다"고 잘라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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