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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거구 획정 절차 무시는 당연?… '떼법' 국회

입력
2024.02.01 17:00
수정
2024.02.01 19:08
6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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획정안 '위법' 없음에도… 여야, 독자적 획정
2015년 이후 지역구 수정권한 사실상 '상실'

남인순 국회 정개특위 위원장이 지난해 12월 5일 국회에서 열린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고영권 기자

남인순 국회 정개특위 위원장이 지난해 12월 5일 국회에서 열린 정치개혁특별위원회 전체회의에서 의사봉을 두드리고 있다. 고영권 기자

국회는 2015년 선거구 획정 권한을 중앙선거관리위원회 선거구획정위원회로 넘겼다. 당초 '국회는 획정위의 안을 존중해야 한다'는 정도에 그쳤지만, 정치개혁의 일환으로 독립기구에 권한을 부여하며 힘을 실었다. 그럼에도 공직선거법을 무시하고 여전히 정치권이 선거구 획정을 주도하고 있다. 거대 양당의 이해득실에 따라 지역구를 쪼개고 붙이는 구태가 어김없이 반복되고 있는 것이다. 여야는 선거 1년 전까지 지역구를 획정해야 한다는 규정 또한 이미 위반했다.

앞서 지난해 12월 5일 선관위는 획정안을 국회에 전달했다. 253개 지역구 가운데 6곳을 분구하고, 6곳을 통합하는 내용이 골자다. 이후 두 달 가까이 지났다. 1일 국회에 따르면, 정치개혁특별위원회 국민의힘·더불어민주당 간사인 김상훈·김영배 의원은 최근 선관위에 획정안을 받아들이지 않겠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그러면서 국회가 독자적으로 획정 작업에 들어갔다.

이 같은 행태는 현행법 위반 소지가 다분하다는 지적이다. 공직선거법은 획정위가 제출한 획정안을 그대로 반영하되, 인구 기준이나 시·군·구 일부 분할 등에 있어 명백한 법 위반 사항이 있을 때만 국회가 한 차례 거부할 수 있도록 하고 있다. 획정안에 위반 사항이 없을 경우 이를 따라야 하는 셈이다. 이번 획정안은 인구 비례에 따라 기계적으로 산출했기 때문에 사실상 법 위반 소지가 없다. 선관위 관계자는 "법에 있는 획정 기준에 맞춰 획정안을 제출했다"고 설명했다.

거대 양당이 '밀실 협상'으로 해결하려는 것도 문제다. 획정위의 독립적인 직무 수행을 보장한 2015년 당시 공직선거법의 개정 이유를 보면 "정치적 독립성 강화", "국회 본회의에서 선거구의 수정 동의 제한", "정당의 이해와 관계없는 합리적 획정" 등의 표현이 담겼다. 획정위 또한 당시 선거법 개정 취지에 대해 "획정안 1회 거부권만 부여돼 사실상 국회의 수정 권한을 포기하는 내용"이라고 설명하고 있다. 거대 양당의 입김을 차단하려는 취지다.

그래픽=송정근 기자

그래픽=송정근 기자

하지만 이해관계에 따라 지역구를 제멋대로 조정하다보니 선거를 앞두고 늘 '개리멘더링(자의적 선거구 조정)' 지적이 나왔다. 가령, 경북 군위·의성·청송·영덕 지역구는 군위군이 대구에 편입되면서 조정 필요성이 생겼는데, 여야는 울진을 합구토록 한 획정안 대신 기존 안동·예천 선거구에서 예천을 떼어내 붙이는 쪽으로 논의하고 있다. 이 경우 예천·의성·청송·영덕이 안동 지역구를 서에서 동으로 둘러싸는 기형적인 모양으로 바뀐다. 안동·예천의 경우 경북도청을 중심으로 사실상 같은 생활권이라 지역 내 우려가 적지 않다. 이곳 현역 의원인 김형동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비서실장은 "획정위가 1년 동안 지역민 의견 등을 수렴해 만든 안을 왜 자의적으로 뒤흔드느냐"며 불만을 토로했다.

김도형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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