속보

단독

이란 "전쟁 원치 않아" 긴장 완화 시도에도… 미국 보복 실행 여부 촉각

입력
2024.02.01 20:00
수정
2024.02.02 00:23
14면
구독

이란, 미국 향해 "위협적 언어 아닌 해결책 찾자"
미, 친이란 세력 압박하면서도 "확전 원하지 않아"
"미, 장기 휴전 이후 이스라엘 작전 제한 논의 중"
"미, 이라크 내 이란 인사 겨냥 타격 계획" 보도도

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애브릴 헤인스(오른쪽) 미 국가정보국 국장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 등으로부터 요르단 주둔 미군 기지 무인기 공격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조 바이든(왼쪽) 미국 대통령이 지난달 29일 워싱턴 백악관에서 애브릴 헤인스(오른쪽) 미 국가정보국 국장과 로이드 오스틴 국방장관 등으로부터 요르단 주둔 미군 기지 무인기 공격에 대한 설명을 듣고 있다. 워싱턴=로이터 연합뉴스

요르단 주둔 미군 3명이 사망한 친(親)이란 민병대의 무인기(드론) 공격을 두고 미국이 압박 강도를 높이자 이란은 "확전은 안 된다"며 수위 조절에 나선 모이다. 미국 역시 보복을 강조하면서도 확전 반대 메시지는 발신하고 있다.

지난해 10월 7일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 간 전쟁 발발 이후 친이란 무장단체의 숱한 공격에도 직접 충돌을 피해 온 양국이 이번 일로 부딪칠 경우 중동 전쟁 확전으로 갈 게 분명하다. 미국이 중동 긴장의 원인인 가자지구 전쟁을 중단하기 위한 장기 휴전 협상에도 속도를 내는 이유다. 그러나 양국 모두 '강경 대응'을 선언한 데다, 미국과 친이란 예멘 후티 반군 간 공방도 격렬해지고 있어 일촉즉발의 긴장 상태는 쉽게 가시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이란, 미에 긴장 완화 신호… 미, 대응책 신중히 접근"

지난달 31일(현지시간) 미국 뉴욕타임스(NYT) 등에 따르면, 호세인 살라미 이란혁명수비대(IRGC) 사령관은 이날 수도 테헤란에서 열린 순교자 추모 전국대회에서 "이란은 전쟁을 원하지 않는다"고 밝혔다. 보복을 예고한 미국에 "어떤 위협도 묵인하지 않겠다"고 반발하면서도 손을 내민 셈이다.

이란은 한발 더 나아가 긴장을 높이는 언행을 자제하자고 촉구했다. 호세인 아미르압돌라히안 이란 외무장관은 이날 내각회의에서 "미국은 위협적인 언어 사용을 중단하고, 정치적인 해결책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 NYT는 "미국이 보복을 결정했다고 밝힌 뒤 나온 메시지"라며 "이란이 미국과의 긴장을 완화하겠다는 명백한 신호"라고 짚었다.

호세인 아미르압돌라히안(왼쪽) 이란 외무장관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정치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가 지난해 12월 20일 카타르 도하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도하=로이터 연합뉴스

호세인 아미르압돌라히안(왼쪽) 이란 외무장관과 팔레스타인 무장 정파 하마스의 정치 지도자 이스마일 하니예가 지난해 12월 20일 카타르 도하에서 만나 악수하고 있다. 도하=로이터 연합뉴스

전날 이라크 내 친이란 민병대 카타이브 헤즈볼라의 '미군 공격 중단' 선언에도 미국의 압박이 이어지자 거듭 자세를 낮춘 것으로 풀이된다. 미국 정부는 지난달 29일 미군 3명을 사망하게 한 드론의 요르단 미군 기지 공격 주체로 카타이브 헤즈볼라를 지목한 데 이어, 이날 "카타이브 헤즈볼라 등 여러 단체가 포함된 이라크 내 '이슬람 저항'이란 단체가 요르단 공격을 기획한 것으로 본다"고 밝혔다. 미국 재무부는 IRGC에 재정적 지원을 한 기관·개인을 제재하며 이란에 경제적 압박도 가했다.

미·이란, 보복 의지 드러내고… 후티 공격은 계속

자국 군인 희생에 강경한 태도를 보이는 미국이지만 속내는 이란과 크게 다르지 않다. 조 바이든 대통령은 오는 11월 대선을 앞둔 터라 고조된 중동 내 긴장 수위를 어떻게든 낮춰야 하는 상황이다. 제이크 설리번 미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이날 브리핑에서 "이란과의 확전을 원하지 않는다"고 거듭 강조한 이유다. 미 ABC방송은 미 국무부 고위 관계자의 말을 인용, "미국은 이란과의 갈등을 피하고자 (친이란 무장단체에 대한) 대응 계획을 신중히 조정하고 있다"고 전했다.

제이크 설리번(왼쪽)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지난해 12월 14일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 텔아비브=신화 연합뉴스

제이크 설리번(왼쪽) 미국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이 지난해 12월 14일 이스라엘 텔아비브에서 요아브 갈란트 이스라엘 국방장관과 만나 악수하고 있다. 텔아비브=신화 연합뉴스

미국은 중동 긴장의 원인인 가자지구 전쟁 수위를 낮추는 데도 힘을 쏟고 있다. 중재국들과 장기 휴전안을 두고 협상 중인 미국은 일시 휴전 이후 이스라엘의 군사 작전을 제한하는 방안도 논의 이라고 월스트리트저널(WSJ)이 이날 보도했다.

WSJ는 "미 협상단은 (중재국에) 이스라엘이 지금과 같은 고강도 군사 작전을 재개하지 못할 것이라고 했고, 이스라엘도 모든 인질이 석방된 뒤 군사 작전을 제한하는 걸 고려한다고 했다"고 전했다. 설리번 보좌관과 베냐민 네타냐후 이스라엘 총리의 최측근인 론 더머 전략 담당 장관은 이날 백악관에서 만나 장기 휴전 협상 방안을 협의했다.


"미, 이라크·시리아 내 이란 인사 등 겨냥 공격 계획 확정"

그러나 미국과 이란의 노력에도 긴장이 완화될지는 불투명하다. 양국 모두 확전은 피하자면서도 '공격 시 추가 보복'에 대한 의지를 굽히지 않고 있기 때문이다.

특히 미국이 자국 군인 사망에 대한 보복을 어떤 식으로든 실행에 옮길 것이란 관측이 제기된다. 미국 CBS 방송은 1일 "이라크와 시리아 내 이란 인사와 시설 등을 포함한 목표물에 대해 수일에 걸친 일련의 공격 계획을 확정했다"고 미 정부 관계자를 인용해 보도했다. 실수로 인근 민간인을 공격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 악천후 등 날씨 변수를 고려해 공격 시기를 조정하고 있다는 것이다.

보도 내용대로 미국이 자국 인사에 대해 실제 타격을 감행할 경우, 이란 역시 맞대응에 나설 가능성이 높다. 이 경우 서로에 대한 보복에 보복이 이어지면서 충돌이 확대될 수밖에 없다는 우려가 나온다. 결국 미국의 보복이 어느 수준으로 이뤄질 것인지가 관건인 셈이다.

미국과 친이란 무장단체 간 공방이 이어지는 것도 문제다. 후티와 미군은 이날도 폭격을 주고받았다. 미 중부사령부는 1일 새벽 후티 지상 통제소와 공격용 드론 10대를 파괴했다고 밝혔고, 후티는 전날 미 해군 구축함과 미 컨테이너선을 잇달아 공격했다.





류호 기자

댓글 0

0 / 250
첫번째 댓글을 남겨주세요.
중복 선택 불가 안내

이미 공감 표현을 선택하신
기사입니다. 변경을 원하시면 취소
후 다시 선택해주세요.

기사가 저장 되었습니다.
기사 저장이 취소되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