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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건강하고 문화적인 최저한도의 생활’, 모두들 하고 계신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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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집 한 권을 읽고 단 한 문장이라도 가슴에 닿으면 '성공'이라고 합니다. 흔하지 않지만 드물지도 않은 그 기분 좋은 성공을 나누려 씁니다. '생각을 여는 글귀'에서는 문학 기자의 마음을 울린 글귀를 격주로 소개합니다.
‘모든 국민은 건강하고 문화적인 최저한도의 생활을 영위할 권리를 가진다.’
일본 ‘생활보호제도’의 근거가 되는 일본 헌법 제25조 제1항입니다. 일본이라는 국가에 태어난 이상 누구에게나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가 있고, 국가는 이를 보장할 의무가 있다는 의미입니다. 한국도 헌법 제34조 제1항(모든 국민은 인간다운 생활을 할 권리를 가진다)과 국민기초생활 보장법 제4조에서 ‘이 법에 따른 급여는 건강하고 문화적인 최저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것이어야 한다’고 일본 헌법과 비슷한 문장을 넣어 뒀습니다.
우리 삶의 복지를 실질적으로 가능하게 하는 건 헌법도, 대통령도, 국회의원도 아닌 현장에서 일하는 공무원일 겁니다. 가시와기 하루코의 만화 ‘건강하고 문화적인 최저한도의 생활’은 일본 도쿄의 한 구청에서 생활보호 수급자 담당 ‘케이스 워커’로 일하게 된 신입 공무원 에미루가 주인공입니다.
출근 첫날부터 자살하겠다는 수급자의 전화를 받은 에미루에게 상사는 “신경 쓰지 않아도 된다”고 조언합니다. 이 수급자는 이전에도 수십 차례 비슷한 말을 한 인물인 데다가, 홀로 110세대를 맡는 케이스 워커에게는 다른 업무도 쌓여있죠. 결국 뾰족한 대응을 하지 못한 채 다음 날 출근한 에미루는 해당 수급자가 죽었다는 소식을 듣게 됩니다. “담당 케이스가 하나 줄었다고 생각하라”는 동료의 위로는 과로에 시달리는 복지 현장의 현실일지도 모릅니다.
“‘국민의 혈세’에서 나오는 생활보장비를 정말로 곤란한 사람들이 이용할 수 있도록” 부정수급을 막는 것도, “수급자가 더 나은 삶을 살도록 자립을 돕는 일”도 복지 담당 공무원의 업무입니다. 만화 속 케이스 워커들은 그사이에서 생활보호라는 최후의 보루를 지키려 좌충우돌합니다.
그들의 고군분투를 바라보며 문득 ‘최저한도의 생활’ 혹은 ‘최저생활’은 무엇인지 궁금해집니다. 과거 한국 온라인 커뮤니티에 올라왔던 “기초생활보장을 받는 아동이 식당에서 돈가스를 시켜 먹기에 복지센터에 항의했다”는 글이 떠오릅니다. “누구든 자기만의 사정이 있기에 그 사정에 자신을 놓고 공감하는 일이 필요하다”는 에미루의 선배 케이스 워커의 말은, 꼭 공무원에게만 필요한 건 아닐 겁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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