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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력난에 외국인 일손 아쉬운 한일, 취업 문만큼 넓혀야 할 ‘마음의 문’

입력
2024.02.03 04:40
13면

[같은 일본, 다른 일본]<106>일본 사회의 외국인 노동자

편집자주

우리에게는 가깝지만 먼 나라 일본. 격주 토요일 연재되는 ‘같은 일본, 다른 일본’은 미디어 인류학자 김경화 박사가 다양한 시각으로 일본의 현주소를 짚어보는 기획물입니다.

저출산 여파로 한국과 일본 모두 주요 부문에서 외국인력 의존율이 높아지고 있다. 문화적 타인을 공동체 성원으로 껴안아야 한다는 얘기인데, 단순히 출입국 제도와 취업 조건을 바꾸는 걸 넘어서는 노력과 고민이 필요하다. 새로운 문화적 주체를 우리 사회구성원으로 편견 없이 환대하고 수용할 만한 마인드와 조건을 갖춰야 한다. 일러스트 김일영

저출산 여파로 한국과 일본 모두 주요 부문에서 외국인력 의존율이 높아지고 있다. 문화적 타인을 공동체 성원으로 껴안아야 한다는 얘기인데, 단순히 출입국 제도와 취업 조건을 바꾸는 걸 넘어서는 노력과 고민이 필요하다. 새로운 문화적 주체를 우리 사회구성원으로 편견 없이 환대하고 수용할 만한 마인드와 조건을 갖춰야 한다. 일러스트 김일영

◇일본 사회에서 부쩍 늘어난 외국인 노동자

연말에 도쿄에 다녀왔다. 일본에 다녀왔다고 하자, “재미있었겠다, 맛있었겠다”고 부러워하는 지인도 있었다. 하지만 일 때문에 다녀온 여행이었기 때문에, 연말 분위기를 만끽할 여유가 없었다. 여기저기 약속 장소만 뛰어다니다가 일주일이 눈 깜짝할 사이에 지나갔다. 맛집이나 관광지와는 거리가 먼 동선이어서 외국인 관광객은 거의 보지 못했는데, 그 대신 편의점이나 프랜차이즈 음식점 등에서 외국인 노동자의 모습이 많이 보였다.

그런데 여기서 잠깐 ‘외국인 관광객’이나 ‘외국인 노동자’라는 표현에 대해 해명이 필요하다. 미국이나 영국 등 본격적인 이민 국가에서라면, “길에서 외국인을 보았다”라는 표현이 차별적이라는 지적을 피할 수 없다. 외모가 이질적이거나 언어 사용이 서투르다는 이유로 타인을 외국인으로 간주하는 것은 일종의 편견이라는 것이다. 일본에 살 때에는 나 역시 이방인이었고 그런 차별적인 시선 때문에 불쾌한 적도 있었다. 다만, 인종적으로도 문화적으로도 동일성이 큰 사회에서 이방인을 보는 시선이 경직되고 편협해지는 것도 불가피한 측면은 있다. 일본에서는 절대 다수의 구성원이 동아시아의 전형적인 용모인 데다가 유창한 일본어를 구사한다. 외모와 말투가 이질적이거나 색다른 이름인 경우(일본에서는 가게 점원이 이름표를 달고 있는 경우가 많다)에는 아무래도 눈에 뜨이는 것이 사실이다. 일본의 그런 분위기를 감안해, 누군가에게는 차별적으로 들릴 수 있지만 ‘외국인 노동자’라는 표현을 굳이 쓴 점에 대해 양해를 구하고 싶다.

아무튼 이번 일본 방문에서는 어디를 가나 외국인 노동자들이 참 많다는 인상을 받았다. 한적한 주택가의 편의점이나 도심에서 꽤 떨어져 있는 변두리 지역의 작은 라멘 가게 등에서도 어김없이 외국인 노동자들이 일하고 있었다. 이방인으로부터 ‘일본식’ 환대를 받는 것—예를 들어, 이질적인 용모의 점원이 서투른 일본어로 목청을 한껏 높여 ‘어서 오세요(이랏샤이마세)!’라고 외치는 장면도 일상적인 광경이었다. 오랜만에 도쿄 출장에서 느낀 이런 변화가 그저 인상론은 아니었던 듯하다. 일본 정부의 신년 발표에 따르면, 일본에서 일하는 외국인 노동자가 200만 명을 넘어섰다고 한다.

◇심각한 인력난, ‘3D업종 기피’에서 고령화와 인구 감소

일본 경제가 외국인 노동자 없이는 제대로 돌아갈 수 없다는 이야기가 나오기 시작한 지는 꽤 오래되었다. 1980년대에 일본은 아시아 지역에서 거의 유일하게 풍요를 맘껏 누리는 부자 나라였다. 일본 기업들이 활발하게 해외 진출을 모색했지만, 아이러니컬하게 그 때문에 국내 인력은 상습적으로 부족 상태였다. 반면, 당시에는 엔화가 비쌌기 때문에 개발도상국의 인력들에게는 일본에 취업하는 것이 큰돈을 벌 수 있는 절호의 기회로 받아들여졌다. 실제로 1990년대 개발도상국 출신의 많은 외국 국적자들이 일본으로 이주해 블루칼라 노동자로 취업했다. 당시 일본 사회의 인력난은 고등 교육을 받은 인재들이 일본 국내의 3D 업종 즉, 어렵고(Difficult) 지저분하고(Dirty), 위험한(Dangerous) 업종을 기피하는 경향 때문에 생긴 것이라고 해야 좋을 것이다.

특히 당시에 취업을 위해 일본으로 이주한 외국인 중에 브라질 국적자들이 많았다. 일본에서는 외국 국적을 갖고 있거나 외국에서 영주권을 취득한 일본인 또는 그들의 자손을 ‘닛케진(日系人)’이라고 부른다. 브라질은 전 세계에서 가장 많은 닛케진이 사는 나라다. 20세기 초 커피 재배 노동력 부족을 해소하기 위해 브라질에서 일본인의 기획 이민을 적극적으로 유치했던 경위가 있다. 그때만 해도 돈을 벌기 위해 수많은 일본인이 바다를 건너 남미로 향했는데, 한 세기도 지나지 않아 정반대 상황이 되었다. 브라질로 갔던 이민 1세대, 혹은 그들의 자손이 취업을 위해 일본으로 되돌아오는 ‘역이민’이 활발하게 일어난 것이다.

한국에서도 중국이나 미국으로 이주, 혹은 이민했던 재외동포 2, 3세들이 한국에서 일하기를 희망하는 사례가 적지 않다. 브라질로 이민했다가 취업을 위해 돌아온 닛케진들도, 일본 문화에 대한 친근감이 있는 만큼, 무연의 외국인보다는 수월하게 현지 상황에 적응하는 경향이 있다. 일본의 대표적인 자동차 제조업의 중심지인 아이치현(愛知県)에는 브라질에서 온 닛케진 인구가 꽤 많다. 자동차 공장에 취업해서 일하다가 아예 일본에 눌러앉은 경우도 적지 않다. 예전에 필드 조사를 위해 아이치현에 있는 브라질계 닛케진들이 사는 마을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일본에 정착했음에도 불구하고, 공동체에서는 포르투갈어를 상용하는 등 브라질 사회의 문화와 관습을 지키려고 노력하는 모습이 기억에 남아 있다.

다만, 2000년대까지도 일본에서 외국인 노동자들을 받아들이는 주체는 건설업, 제조업(공장), 농업 등 소위 3D업종의 고용주들이었다. 지금은 인력난이 그때보다 훨씬 절박하다. 노인이나 환자를 돌보는 의료·간호·복지 등 전문성과 기술이 필요한 분야나, 일반 소비자를 상대하는 숙박업·소매업 등도 인력 부족으로 비명을 지르고 있다. 편의점 등 가게를 지키는 단순 서비스 분야는 이미 유학생 파트타이머나 해외 견습생들 없이는 운영이 어려울 정도다. 출생률 감소와 인구 고령화로 인한 노동력 부족이 사회 존속을 위협할 지경에 다다른 것이다.

일본 정부는 ‘발등의 불’이 된 인력난을 해결하기 위해 외국 국적자의 취업 확대를 추진하고 있다. 외국인 고용이 가능한 산업 분야를 확대하고, 외국인의 영주권 획득 기준을 완화하는 등 해외의 우수한 인력을 끌어오는 데에 상당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예컨대 2019년 어느 정도의 전문성과 기술을 갖추어서 즉시 현장에 투입할 수 있는 해외 인력을 유치하기 위해 ‘특정 기능’이라는 외국인 체류 자격을 새로 만들었다. 건설이나 제조업 등 소위 3D로 분류되는 업종뿐 아니라, 간호·복지·숙박업·외식업 등의 인력난을 호소하는 폭넓은 업종에 외국 국적 인력이 취업할 수 있는 길을 열어주었다. 실제로 최근 몇 년 동안 의료·간호·복지 분야에서 외국 국적자의 취업이 가장 많이 증가했다. 버스나 택시 운전사·역무원·반찬 조리사 등의 분야에도 외국인 취업을 전향적으로 검토하겠다는 이야기도 나왔다. 가까운 장래에는 도쿄에서 외국인이 운전하는 버스에 타고, 외국인 역무원에게 길을 묻고, 외국인 조리사가 만든 초밥을 먹을 날이 머지않은 것 같다.

◇한국이나 일본이나 문화적 타인을 껴안는 것이 과제

한국에서도 출생률 감소와 인구 고령화로 인한 사회 문제가 점차로 가시화되고 있다. 외국 국적자에게 국내 취업의 문을 개방하는 노력도 기울이고 있다. 비록 국내 노동력 부족 문제를 해소한다는 경제적 이유일지라도, 한국도 일본도 외국 국적자를 자기 사회의 잠재적인 구성원으로 재인식하기 시작했다. 개인적으로 그 변화를 긍정적으로 평가한다. 다만, 문화적 타인을 공동체 성원으로 껴안는 것은 결코 쉽지 않은 일이다. 출입국 제도와 취업 조건을 바꾸는 것과는 다른 종류의 노력과 고민이 필요하다. 한일 사회는 새로운 문화적 주체를 우리 사회구성원으로 편견 없이 환대하고 수용할 만한 마인드와 조건을 갖추고 있는가? 인력난에 못지않게 중요하고 어려운 숙제라고 생각한다.

김경화 미디어 인류학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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