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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반윤' 유승민 역할론 부상...당정관계 의식해야 하는 한동훈의 선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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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잔류를 선언한 유승민 전 의원의 총선 역할론이 급부상하면서 가까스로 당정 갈등을 봉합한 한동훈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이 또 다른 숙제를 안게 됐다. 2022년 대선 때부터 윤석열 대통령에 대한 비판 수위를 높여온 유 전 의원은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가 빠진 국민의힘에서 '반윤'(反尹)의 가장 선봉에 있다. 한 위원장 입장에서는 수도권과 중도확장에 활용할 수 있는 유 전 의원 카드가 유용하다고 해도, 윤 대통령과의 관계를 의식하지 않을 수 없는 처지다.
유 전 의원이 지난 28일 이 대표의 러브콜을 마다하고 "공천 신청을 하지 않고 당을 지키겠다"는 당 잔류를 선언한 뒤, '유승민 역할론'이 여권 내부에서 확산되고 있다. 특히 유 전 의원이 불출마가 아닌 "공천 신청을 하지 않겠다"는 부분에 주목하면서, 당 내부에서는 최대 승부처인 수도권 험지 출마나 공동선거대책위원장으로 '바람몰이' 역할을 기대하는 시선이 적지 않다. 실제 당의 한 관계자는 지난 31일 "최근 유 전 의원이 당에 남기로 하면서 보수 지지층이 갖고 있는 '배신자 프레임'에서 벗어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한 것도 중요한 의미가 있다"고 말했다.
총선에서 유 전 의원의 역할은 당 대표인 한 위원장 결심에 달렸다. 한 위원장이 강조하는 총선 승리만 온전히 생각한다면, 낮은 지지율에 묶여 있는 윤 대통령과의 차별화를 상징할 수 있는 유 전 의원은 거부하기 힘든 카드다. '여당 내 야당' 스피커로 존재감을 갖고 있는 유 전 의원은 반윤을 기치로 내건 이준석 개혁신당 대표 바람도 잠재울 수 있는 사실상 유일한 선택지다.
문제는 유 전 의원 기용이 봉합 국면에 들어간 대통령실과의 대립 구도를 다시 선명하게 할 수 있다는 점이다. 유 전 의원은 최근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의 갈등 때도 "대통령 자신이 만든 김기현을 내쫓고 직속부하 한동훈을 내려꽂은 지가 한 달도 채 안 됐는데 또 개싸움이냐"라고 비판하면서 "검사들이 한다는 정치 수준이 고작 이것밖에 되지 않느냐"고 직격탄을 날렸다.
당내 일각에서는 최근 윤 대통령과 한 위원장 갈등을 겪으면서, 권력 간 균형점 차원에서 유 전 의원의 역할론이 부각될 수 있다는 해석이 나온다. 실제 여권 내부에서는 당정 갈등을 겪으면서 절반 이상 남은 윤 대통령 임기를 감안할 때, 조기에 미래권력인 한 위원장에게 일방적으로 무게추가 기울 수 있다는 우려가 제기됐다. 국민의힘 한 초선 의원은 "지금 당정 지지율이 따로 가는 '디커플링' 현상이 선명해지고 있다"며 "친윤석열계 핵심 의원들 힘이 빠진 상황에서 (한 위원장에 대한) 견제 용도로 유 전 의원의 역할을 생각해볼 수 있지 않겠느냐"고 말했다. 윤 대통령과 껄끄러운 관계에 있는 유 전 의원이라 해도 한 위원장의 위상을 고려하면, 존재감을 발휘할 공간을 열어두는 게 여권 전체에 나쁘지 않다는 얘기다.
다만 유 전 의원은 '경기 오산 차출설' 등 당 내부에서 제기된 역할론이 일종의 '떠보기'라는 판단에 불쾌하다는 반응이다. 유 전 의원 측근은 본보에 "당의 어느 누구와도 공천 관련 이야기를 나눈 적이 없다. 누군가 공천 이야기를 흘리는 데 대해 (유 전 의원이) 상당히 불쾌하게 생각한다"며 "(대구 출마 가능성도) 말도 안되는 얘기다. 전부 사실이 아니다"고 전했다. 유 전 의원 오산 차출설에 대해 한 위원장은 "그런 검토를 한 바는 없다"며 "이기는 공천, 국민에게 명분 있는 공천을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고 답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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