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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총장들 "무전공 속도조절" 건의... 이주호 "물러설 수 없다" 거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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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학 총장들이 이주호 부총리 겸 교육부 장관에게 '무전공제 확대 속도조절'을 건의했지만 거절당했다. 올해 치러질 대입부터 모집 정원의 25% 이상을 무전공으로 선발하도록 유도하려는 교육부 방침을 둘러싸고 이견이 표출된 것이다. 총장들은 재정난 해소를 위해 2009년 이래 등록금 동결 기조를 철회해달라고 강하게 요구, 대학과 정부의 갈등이 심화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전국 4년제 대학 총장을 회원으로 둔 한국대학교육협의회(대교협)는 31일 서울 서초구 더케이호텔에서 정기총회를 열었다. 197개 4년제 대학 가운데 143개교 총장이 참석했다. 대교협은 이날 '고등교육 발전을 위한 건의문'을 채택하고 행사에 참석한 이 부총리에게 전달했다. 또 박상규 중앙대 총장을 1년 임기의 신임 회장으로 선임했다.
올해 총회의 주요 화두는 '무전공'과 '등록금'이었다. 두 사안에 있어 대학의 자율성과 결정권을 확대해달라는 것이다. 이들 사안은 교육부가 대학에 목표를 제시하고 재정지원 사업과 연동해 목표 달성을 유도한다는 공통점이 있다. 무전공 선발의 경우 교육부는 최근 총 규모가 2,000억 원에 육박하는 대학혁신지원사업·국립대학육성사업의 인센티브를 무전공 모집 비율과 연동해 대학에 배분하겠다는 계획을 발표했다.
총장들은 총회 후 이 부총리와 간담회를 갖고 무전공 선발 확대 방침에 볼멘소리를 냈다. 홍성태 상명대 총장은 수도권 대학 총장들의 의견을 수렴한 결과라면서 "(무전공 선발 확대) 속도조절을 해달라는 의견이 가장 많았다"고 밝혔다. 홍 총장은 "대학 내에서 합의를 도출하는 과정이 굉장히 어렵다"고도 했다. 무전공 선발 인원이 늘어나 학생들이 자유롭게 전공을 선택하게 되면 인기학과 쏠림과 기초학문 고사 문제가 생길 수 있다는 우려를 전달한 것이다.
교육부가 대학에 일괄적으로 목표를 제시하고 이에 따라야 재정 지원을 늘리겠다는 방식에도 비판적 의견이 제기됐다. 장순흥 부산외국어대 총장은 "우리나라 대학들의 문제는 너무 비슷비슷하다는 것"이라며 "교육부 가이드라인에 따라서 (무전공) 25%라고 하면 쫓아가는 식이 아니라, 다양한 대학이 나오게끔 돈 쓰는 것에도 자율성을 주는 게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부총리는 그러나 무전공제 확대 방침을 고수하겠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재정사업 인센티브와 무전공 모집 비율을 연계하는 것에 대해서도 "저희로서는 물러설 수 없는 원칙"이라고 못 박았다. 이 부총리는 "그동안 대한민국 고등교육이 학과, 전공으로 분절화됐고, 학생들이 졸업할 때 전공에 맞는 직업을 갖는 비율이 굉장히 낮다"며 "그게 고등교육의 가장 중요한 문제점으로 지적돼 온 게 사실"이라고 말했다.
총장들은 정부를 향해 등록금 규제를 풀어달라고 요구했다. 이 부총리에게 전달한 건의문에도 "등록금 책정과 관련된 대학의 자율성을 보장하고 규제가 해소돼야 한다"는 내용을 포함했다. 다만 간담회에서는 이 부총리와 총장들 모두 등록금 인상과 관련한 언급을 하지 않았다.
교육부는 등록금을 동결 또는 인하하는 대학에 국가장학금Ⅱ 지원을 해주는 방식으로 등록금 인상을 억제해왔다. 하지만 학령인구 감소와 맞물려 대학 재정난이 심화하면서 지난해에만 35개교(전문대학 포함)가 등록금을 인상하는 등 정부의 동결 기조에 균열이 생기는 모양새다.
올해도 지방 사립대를 중심으로 등록금을 올리는 학교들이 속속 나오고 있다. 광주 조선대는 15년 만에 등록금을 4.9% 인상하기로 결정했고, 부산 경성대도 법정 한도(5.64%)만큼 등록금을 인상하는 안을 최근 등록금심의위에서 통과시켰다. 김춘성 조선대 총장은 이날 총회에서 기자들을 만나 "(등록금 인상으로 받지 못하게 된) 국가장학금Ⅱ가 22억 원 정도인데 등록금 인상분은 60억 원 정도"라며 "인상분은 전부 학생을 위해 쓰기로 했고 학생들도 심의 과정에서 이에 합의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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