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알배송'에 건강 악화... 쿠팡 물류센터 노동자 절반, 근골격계 통증 호소

입력
2024.01.31 15:00
수정
2024.01.31 19: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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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조, 고용부에 특별 근로감독 촉구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뉴스1

서울 송파구 쿠팡 본사. 뉴스1

국내 굴지의 온라인쇼핑 기업인 쿠팡의 물류센터 노동자 상당수가 고강도 노동으로 건강 이상을 느끼고 있다는 설문조사 결과가 공개됐다. 설 연휴를 앞두고 ‘총알 배송’을 처리하는 등 속도전에 내몰리는 노동자 건강을 보호하기 위해 정부가 물류센터 안전 점검에 나서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민주노총 공공운수노조 전국물류센터지부(물류센터지부)는 지난해 11월부터 두 달간 쿠팡 물류센터 노동자 435명을 조사하고 31일 ‘물류센터 노동안전 및 임금 실태조사’ 결과를 발표했다.

조사 결과 응답자 2명 중 1명(50%)은 ‘팔이나 어깨, 목, 허리 고통을 심각하게 느낀 적 있다’ ‘신체 일부에 근육통을 심각하게 느끼고 있다’고 답했다. ‘인격적 무시나 감정 폭력을 심각하게 느낀 적 있다’는 응답은 28%, ‘물리적 폭력 위험을 심각하게 느낀 적 있다’는 응답은 6%로 조사됐다.

응답자들은 작업환경에서 가장 심각한 문제로 더위(80%)와 먼지(80%), 추위(73%)를 꼽았고, 이를 해결하기 위한 방안으로 ‘냉난방시설의 설치나 효과 증대’(81%), ‘환기시설의 용량 강화’(78%)를 꼽았다. ‘작업속도 조절’(57%) ‘근육 통증을 예방하기 위한 직무 순환’(61%) 같은 업무량 경감보다 더위, 추위, 먼지 등 보다 기초적인 노동환경의 개선을 더 많이 호소한 것이다. 노조 측은 “노동자들이 안전을 위협하는 여러 요소로부터 자신을 지키지 못해 노동현장의 재해가 커지고 있다"고 지적했다.

쿠팡이 누적 흑자 6,500억 원을 달성하는 동안 물류센터 노동자의 월급은 최저임금 수준이라는 주장도 나왔다. 노조는 “온라인 배송이 빠르게 성장하고 있지만 이를 가능케 한 물류센터 일자리는 여전히 저임금·고강도 노동으로 남아 있다”며 “고용부는 물류센터 전반에 특별 근로감독을 실시해 물류센터가 안전한 일터인지 점검하고 개선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쿠팡 측은 “노조가 출처 불명의 설문조사로 안전한 일자리를 만들기 위해 노력해온 쿠팡 직원들의 명예를 훼손하려 해 매우 유감”이라며 “쿠팡은 안전한 근무환경 조성을 경영 핵심가치로 삼고 근무 강도를 낮추기 위한 자동화 설비, 각종 냉난방 설비 확충 등에 지속적으로 투자하고 있다”고 밝혔다.

정지용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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