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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급망 실사와 노사발전재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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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해 12월 유럽연합(EU) 의회와 이사회는 EU 내외를 불문하고 일정 규모 이상 기업에 대해 자사 및 협력업체가 인권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을 확인·예방·개선하는 의무(이하 '실사의무')를 부과하는 내용의 '기업 지속가능성 실사 지침'(이하 '실사지침안')을 제정하기로 합의했다.
인권에 미치는 부정적 영향이란 차별·강제노동 금지, 결사의 자유 등에 관한 국제노동기구(ILO) 핵심협약의 노동기본권에 대한 침해를 의미한다. 실사의무 미준수 기업은 명단 공표, 과징금 부과 및 민사상 손해배상의 대상이 될 수 있다.
EU 실사지침안은 금년에 EU 의회 승인과 발효가 예상되며, EU 회원국은 발효 후 2년 이내에 실사의무 관련 법을 제정해야 한다. 해당 법이 제정되면 EU에 승용차, 선박 등을 수출하는 우리 기업과 그 협력업체, EU 기업의 우리 협력업체 등은 즉각 영향을 받게 된다. 특히 동남아시아 등 개도국에서 의류·신발 등을 OEM 방식으로 글로벌 기업에 납품하는 우리 기업에도 여파가 상당할 전망이다.
그렇지만 산업통상자원부의 '글로벌공급망 ESG 실사현황 연구보고서'에 따르면 2023년 3월 기준 10~300인 미만 국내 중소·중견기업의 약 60%는 공급망 실사에 대비하지 못하고 있다. 따라서 다음과 같은 체계적 대응 방안이 필요하다.
먼저 실사의무의 영향을 받게 되는 국내외 우리 기업의 업종·국가별 현황, 노동기본권 준수 상황 등에 대한 실태조사가 조속히 실시돼야 한다. 둘째, 국내의 승용차, 선박 등 분야에서는 지난해에 노동시장 이중구조 개선을 위한 원하청 상생협약이 체결됐는바, 실사지침안을 계기로 상생협력을 더욱 강화하는 노력이 필요하다.
셋째, 동남아시아 등에서 의류·신발 등을 글로벌 기업에 납품하는 우리 기업에 대해서는 자율적으로 노동기본권을 준수할 수 있도록 인권존중 경영 가이드라인 발간·배포, 인사노무 담당자 교육 등이 필요하다. 넷째, 우리 기업이 실사의무에 신속하게 대응할 수 있도록 온라인 플랫폼, 헬프데스크 등 다양한 지원이 필요하다.
끝으로, 우리 기업에 대한 실사의무 관련 지원을 총괄하는 전문기관이 필요한데, 다양한 노사관계 사업과 26개국 노무관리 안내서 발간 등 해외진출기업 지원을 성공적으로 수행해온 노사발전재단의 경험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제껏 숱한 위기를 마주할 때마다 그래왔듯, 이번 위기도 새로운 기회가 될 수 있도록 정부와 민간이 머리를 맞대고 힘을 모아야 할 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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